입장 차이 좁히지 못해 결국 법정으로

그녀의 대변인 자격으로 인터뷰에 응한 이 이사는 누드 파문의 시발점인 가수 김범수의 뮤직비디오 촬영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지난 1월 말, 사극 ‘왕의 여자’에서 유씨 부인으로 출연하고 있던 사강은 김범수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 위해 태국으로 떠났다. 태국으로 날아간 직후 언론에는 그녀가 뮤직비디오가 아닌 누드를 찍으러 갔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하지만 ‘왕의 여자’의 김재형 감독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안다”며 “만약 드라마 출연 중 누드 촬영을 했다면 계약 위반이므로 엄중히 문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 감독은 모든 출연진에게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스캔들을 만들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던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태국으로 떠난 사이 국내 언론에서는 ‘사강 누드 촬영’이라는 기사에 열을 올렸다. 그녀는 귀국 후 “태국에 간 일은 뮤직비디오 촬영일 뿐이었다”고 설명했고, 사강 누드 파문은 한풀 꺾이는 듯했다.
그녀가 촬영한 김범수의 뮤직비디오는 성인용과 일반용으로 나뉜다. 성인용은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성인용와 일반용은 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노출의 정도에 따라 일반용과 구분한 것뿐이며, 성인용은 영화 ‘스캔들’ 수준도의 노출이 있다고 이 이사는 설명했다. 상반신 노출에 대해서는 합의한 상태. 그러나 계약을 하기로 한 당일 느닷없이 스틸 사진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그녀는 누드집이 아닌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스틸 사진을 찍어야 할 이유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아무리 성인용이라고 하지만 전라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런 언급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출발 당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계약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사실 김범수 뮤직비디오는 호주에서 촬영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해 사강은 호주로 출국하지 못했다.
일주일 후, 사강 소속사의 장모 대표와 김범수 뮤직비디오 측의 이모씨가 콘티를 수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범수의 앨범이 곧 완성되니 뮤직비디오 촬영이 급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틸 사진은 모바일 서비스를 할 때 꼭 필요하다며, 모바일로 동영상을 보는 사람이 70만 명인 데 비해 사진을 보는 사람은 4백50만 명이기 때문에 스틸 사진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노래에 사진을 입혀서 슬라이드 방식으로 영화를 보는 느낌의 뮤직비디오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득했다. 실제로 영화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35mm 카메라가 동원됐는데, 결과적으로 그건 특정 부위를 비춘 동영상에 불과했다. 한 번 거절한 뮤직비디오 촬영, 고민은 됐지만 얼굴 없는 가수로 유명한 김범수의 뮤직비디오이고 스타들보다는 신인을 등용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도 신선해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졌다. 그리고 계약서를 보니 ‘김범수 뮤직비디오 및 누드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 관한 기본 계약서’라고 명시돼 있었다. 사강은 여기서 ‘누드’라는 말을 빼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뮤직비디오 제작사측은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엄연히 성인용 뮤직비디오를 찍는 거고 노출도 있기 때문에 누드라는 말은 관행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었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과 심경을 안고 사강은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7일 시작하기로 한 서비스는 16일부터 진행됐다. 사강은 소속사 대표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나중에 연락이 됐을 때는 좋게 매듭 짓자고 말했다고 한다. 모바일 서비스가 시작된 후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그녀는 하반신을 노출한 적이 없는데 나신이 공개된 것. 처음 콘티에는 남자 팬티를 입고 촬영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작사측에서는 T팬티를 준비했다. 할 수 없이 수정한 것이 광목을 본인이 원하는 만큼 두르고 촬영하기로 했는데 공개된 사진은 다른 사람의 하반신이 합성된 듯했다.
사강은 현재 전 소속사 대표인 장모씨와 오조샵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한 상태. 일단은 명예훼손과 통신법 위반 등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도 가처분 신청을 해둔 상태. 명예훼손의 문제는 올 누드로 촬영한 적이 없는데 올 누드라고 이야기했던 부분과 다른 사람의 몸을 합성한 것에 대한 부분이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몸을 합성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CG 처리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사강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통신법 위반은 유료 회원들을 기만한 것에 대한 부분이다. 한 번 감상하려면 5천~7천원을 결제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본 80만 명에게 가짜 사진으로 사기를 친 것이라는 게 사강측의 입장이다.
사강은 최종적으로 인터넷 서비스만은 막고 싶었다고 한다. 만약 인터넷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적절한 타협점을 찾자고 의견을 제시했는데 다음날 바로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됐다고. 사강의 누드는 이미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지만 법적으로 처리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얼마 전 동아건설 전 회장 최원석씨가 전 부인인 배인순씨의 출판물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낸 적이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신청을 기각했다. 이유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책을 샀기 때문에 가처분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사강의 누드 사건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봤기 때문에 기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강은 현재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이 사건에 대해 많은 증거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합성 전후의 사진과 사람들의 증언, 그리고 모종의 증거도 가지고 있다는 것. 사강은 자신의 명예회복을 통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한다. 법정 증거 자료들은 향후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그녀의 말대로 머지 않아 진실이 밝혀지길 바랄 뿐이다.
글 / 강승훈(객원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