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풀 하우스’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비가 3집 앨범 「It’s raining」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번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특히 그의 거침없는 창법과 파격적인 안무가 눈길을 끈다. 배우와 가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거머쥔 비. 그를 만났다.

드라마 ‘풀 하우스’에서 동요 ‘곰 세 마리’를 부르던 가수 비의 앙증맞은 춤사위가 여전히 눈가를 맴돌고 있다면 그의 확실한 변신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게다가 본명 ‘정지훈’으로 활동하던 배우의 이미지가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다면 그의 섹시하고 열정적인 무대 매너에 다시 한 번 놀랄 것이다. 비의 변신 전략은 계획적이다 못해 치밀하다. 연기자로서, 가수로서 그 누구보다도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그는 이제 겨우 하나를 완성했다는 겸손함으로 입을 열었다.
“3집 앨범을 발표했으니 이제 철저히 가수로서만 활동하고 싶습니다. 드라마 ‘풀 하우스’ 촬영을 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앨범 준비를 병행했습니다. 가장 큰 적은 잠이었어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도망치고 싶을 만큼 힘겨운 시간이었죠. 그때마다 죽으면 하염없이 잘 잠인데 이것도 못 이겨내면 난 지는 것이라고 채근하며 참았어요. 이를 악물고 3집 앨범을 준비했습니다.”
3집 앨범은 가수로서 정상에 선 그의 외로움을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폭발적인 에너지의 힙합 비트와 강렬한 테크노사운드의 타이틀곡 ‘It’s Raining’은 해석 그대로 ‘비가 온다’는 뜻이 아니라 ‘비가 공연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그가 무대 위에서 느끼는 흥분과 전율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It’s Raining’ 외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I do’와 애절하면서 다이내믹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지운 얼굴’ 등 14곡이 수록됐다.

전반적인 곡의 이미지는 ‘외로움’. 애인을 갖고 싶다는 애원도 들어 있다. 너무 바빠 외로울 겨를도 없었던 비. 그러던 어느 날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쓸쓸함이 밀려왔다. 술 한잔 기울일 친구가 그리웠지만 전화를 걸 수 없었다. 그들이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홀로 앉아 외로움을 삭혔다.
“늦은 밤이면 친구가 그리울 때가 있어요. 전화를 하려다가도 망설이게 되죠. 그들이 저를 원할 때면 바쁜 스케줄 때문에 만나지 못했거든요. 맛있는 거 먹으러 갈 친구도 없어 혼자 외로워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 외로움을 이번 3집 앨범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의상 컨셉트는 은으로 된 챔피언 벨트가 포인트다. 목걸이와 장갑, 가죽 모자 등도 중요한 소품이다. 위험한 수위(?)까지 내려 입은 바지 탓에 외국 기자들의 난처한 질문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특유의 미소와 솔직함으로 “저 바지 내려 입는 거 무척 좋아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국내에선 가수 비라면 대부분 사랑해주지만 외국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르죠. 다시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서 준비해야 하잖아요. 국내 스케줄을 6개월 이상 빼는 것이 아직은 무리거든요. 하지만 일본과 미국 진출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외국 유명한 가수들 못지않게 인기 얻을 자신도 있구요.”
하나만 집중하기에도 벅찬 세상이라고 말한다. 섣불리 두 가지를 시도했다간 낭패를 보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모두에 성공의 깃발을 꽂는다면 그보다 더 대단한 일은 없을 것이다. 가수 비가 지금 그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글 / 강수정 기자 사진 / 장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