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 모델 율라와 MBC PD 최원석의 러브스토리

러시아 출신 모델 율라와 MBC PD 최원석의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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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라의 소탈한 면에 반했어요”

“저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죠”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만한 사건(?)이다. 러시아 출신 모델 율라와 MBC PD 최원석의 결혼 소식이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방송국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기에,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오는 10월 29일 결혼하는 예비 신랑신부를 만나서 그들의 러브스토리를 들어봤다.



놀러 가서도 직접 밥해 먹는 '짠순이' 율라

“인연은 따로 있나봐요. 독신주의자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제야 결혼하게 됐어요.(웃음)”

한국 국적의 러시아 출신 모델 포모가에바 율라 알렉산드러브나(26, 이하 ‘율라’)와 결혼을 발표한 최원석 PD(36)의 행복한 마음이 전해진다. 방송사상 처음으로 현직 PD와 러시아 모델의 결혼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사연을 궁금해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선배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MBC 프로덕션의 김흥동 PD는 러시아로 가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중 리포터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가 한국말을 잘하는 율라를 알게 되었다. 방송국에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김 PD는 율라에게 “대단한 후배가 있으니까 인사하고 가라”고 했다. 그 대단한 후배가 최 PD였다.

“사무실에 들어가니까 담배 연기가 자욱해서 얼굴도 잘 안 보였어요. 추워서 그랬는지 목도리로 얼굴을 감싸고 있어서 첫인상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이야기를 조금 해봤는데,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선배가 율라에게 짓궂은 말을 툭툭 던지는데, 화도 안 내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물론 한국말도 너무 잘해서 놀랐고. 그때는 율라가 잘나가는 모델인지도 몰랐어요.(웃음)”

두 사람 모두 첫인상은 그저 그랬지만(?) 최 PD는 율라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만난 지 2주 만에 전화를 걸었다. “크리스마스 때 함께 영화나 보자”는 아주 간단한(?) 말로 데이트 신청을 했다. 율라는 ‘이 사람이 왜 이러나?’ 하는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의도에서 만났다. 최 PD는 평소 입지도 않는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그런데 정작 율라는 너무나 평범한 옷을 입고 나온 것. 최 PD는 내심 부푼 마음으로 구성작가가 코디해준 옷을 입고 나갔지만, 율라는 별다른 마음이 없었던 것.

원래 강남 쪽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려고 했지만, 길이 엄청 막혀 여의도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첫 데이트치고는 뭔가 어긋났지만, 두 사람은 이야기를 할수록 서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 놀라웠어요. 혈혈단신 한국에서 생활해야 하는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성숙한 것 같았어요. 이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율라를 다시 보게 됐어요. 율라를 통해 외국인에게 가졌던 선입관도 많이 깨졌고요.”

“제 이야기를 받아주는 모습을 보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구나’ 느꼈어요. 그날 좋은 느낌을 많이 받았죠.”

이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사람 많은 데를 유독 싫어하는 두 사람의 기질 때문에 커피숍이나 술을 먹으러 가는 대신 산과 바다를 찾아다녔다. 12월 31일에는 일출을 보러 정동진에도 갔다. 만날수록 최 PD는 절약 정신이 몸에 배어 있는 율라의 모습에 놀라기 시작했다.

율라는 돈이 든다고 외식을 즐기지 않고, 요구르트도 직접 만들어 먹는다. 뜨개질로 옷을 만들어 입기도 하고, 여행을 가도 직접 밥을 해 먹었다. 율라의 ‘짠순이’ 정신은 갈수록 빛이 났다.

“안면도에 함께 놀러 갔다가 제가 먼저 올라온 적이 있어요. 그때 민박을 잡았는데 율라 혼자 3일을 있으면서 밥을 해 먹었다는 거예요. 민박집 주인에게 물어서 버스 타고 나가 장을 봐왔대요. 민박집 주인이 ‘평생 이런 사람 처음 봤다’고 놀라더래요.(웃음)”



두 사람의 사랑이 쌓일수록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바로 최 PD의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는 것.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큰아들이 드디어 결혼을 하는구나’ 생각을 하셨는지 너무 좋아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온 여자라는 이야기에 ‘허허’ 웃음소리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상상하지도 못한 이야기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던 것.

“저희 어머니도 외국인 며느리가 한국 풍토에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고 걱정하셨죠. 그래서 만나보면 달라질 것이라고 설득했어요. 요즘은 율라에게만 전화를 하세요.(웃음)”

율라는 최 PD를 따라 부산에 내려갈 때마다 호텔이나 모텔이 아닌 최 PD의 집에서 자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돈을 쓰는 것도 아깝고, 빨리 식구들이랑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집에서는 낡은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식구들과 똑같이 지낸다. 이런 모습을 본 식구들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율라는 최 PD 집안의 반대를 이겨냈다.

통일언론상 대상 받았던 잘나가는 예능 PD

율라의 기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원석 PD는 율라를 데리고 속초에 있는 후배의 집으로 놀러 갔다. 일 때문에 먼저 올라온 최 PD는 율라에게 좀더 놀다 오라고 했다. 며칠 후면 올라오겠지 생각했던 것이 화근. 율라는 무려 보름 동안 속초에 있다가 올라왔다. 후배 집에서도 마치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후배 식구들과 스스럼 없이 잘 지내고 왔단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최 PD는 좋아 죽겠다는 투다. 만나면 만날수록, 보면 볼수록 율라가 착하고 순수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혼 준비로 한창 바쁠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사람은 천하 태평이다. 알고 보니 혼수를 장만하지 않고 자신들이 쓰던 것을 그냥 쓰기로 했다는 것. 패물도 반지 하나씩만 사기로 했다고. 신혼집도 최 PD가 살던 양평동 아파트란다. 율라가 이해하지 못했다면 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이 남들에게 박탈감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방송국 PD니까 예쁜 러시아 모델을 만날 수 있었다거나, 또 그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거죠. 그냥 수수하고 편안하게 살고 싶어요. 아직 신혼여행지도 정하지 못했는데, 산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방송 때문에 오래 못 있으니까 가까운 일본으로 다녀올까 생각중입니다. 율라도 그 점을 이해하고 있어요.”

가족계획을 묻자 율라는 대뜸 “네 명이오”라고 한다. 실제로 4명을 키우고 싶은데, 한국에서는 자식 하나 키우는 데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민중이란다. 최 PD는 “율라만 좋다면…”이라며 웃는다.

예비 신랑 최원석 PD는 MBC-TV ‘일요일 일요일 밤에’ ‘칭찬합시다’ ‘꿈꾸는 TV 33.3’ ‘느낌표’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2002년에는 예능 PD로는 드물게 ‘MBC 평양 특별공연(이미자·윤도현 평양 공연)’으로 ‘통일언론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독특한 포맷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을 만들고 있다.

179cm에 58kg의 조각 같은 이목구비가 자랑인 율라는 러시아 세인트 페테스부르크(구 레닌그라드)에서 기술디자인대학교 1학년에 다니면서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1997년 한국에 오면서 앙드레 김 패션쇼를 데뷔 무대로 활동을 시작했다. 나드리화장품, 로만손시계, 에스콰이어, KTF 등의 광고 모델로도 주가를 높였다. 2003년에는 케이블 TV 시트콤 ‘호텔 와이킥킥’에 출연했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현재는 모델 활동만 하고 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10월 29일 오후 4시 30분 서대문구 봉원사에서 열린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황정옥  장소 협찬 / 삼육공알파(3232-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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