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애상의 대명사 JK 김동욱의 변신이 화제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후비는 솔 창법을 잠시 접어두고 로커로 변신한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예수를 배신하는 ‘유다’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공연 준비에 한창인 그를 연습실에서 만났다.

40~50평의 연습장은 배우들의 땀과 열기로 가득 찼다. 고음을 넘나드는 노랫소리로 연습장은 짜릿해진다. 화려한 춤과 부딪히고 넘어지고 뛰어다니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다. 이 열기의 현장에 낯익은 가수의 얼굴이 보인다.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턱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JK 김동욱(29)이다. 오는 11월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연습장에서 그를 만났다. ‘가을 애상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허스키한 목소리와 애절한 감성의 솔 가수가 록 뮤지컬에 도전한 것이다. ‘과연 어울릴까?’하는 의문은 연습실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노래에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저도 많이 고민했어요. 작품은 좋지만 저와 어울릴까 의문이 들었거든요. 욕심이 많이 났어요. 제가 참여해서 원래 캐릭터와는 약간 성격이 달라질 것 같아요. 연습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어려운 점이 많지만, 연출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니까 잘 될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 예수를 배반한 ‘유다’ 역할을 맡았다. 그동안 강산에, 윤도현, 남경주 등이 맡은 역할로, 많은 배우들이 한번쯤 해보고 싶어하는 캐릭터로 손꼽힌다. 실리주의자인 유다는 예수를 스승 이상으로 경배하지만 예수의 사상은 매우 이상적이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고뇌 끝에 스승을 배반하고 고뇌하고 자신의 굴레를 짊어지는 인간적인 모습을 지닌 매력적인 캐릭터다.
4년 전 유다 역을 맡았던 윤도현도 JK 김동욱이 역을 맡을 수 있게 힘을 줬다. 제작진은 쌍꺼풀이 지고 짝짝이인 그의 눈빛이 유다와 닮았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유다를 잘해낼 것이라고 믿었다. 정작 자신은 너무나 많은 고민을 했지만.
JK 김동욱은 캐나다 음대 시절, 한 학생이 유다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매료됐다고 한다. 그만큼 배역에 대한 애정이 매우 크다. 자신이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샤우팅 창법도 이번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TV나 쇼 프로그램에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섹시한 춤’까지 보여준다고 한다.
“2막에서 코러스 걸과 함께 ‘수퍼스타’라는 노래와 함께 섹시한(?) 춤을 춰요. 의상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파격적일 겁니다.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기대해도 좋습니다.(웃음)”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가 아닌 공동체 작업인 뮤지컬을 하면서 그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말과 노래가 아닌 눈빛과 작은 몸짓만으로도 감정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대사 없이 모든 것이 노래로 이뤄진다는 것도 그에게는 색다른 매력이었다. 그동안 약간 굴리는(?) 듯한 발음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연습을 하면서 고쳐가고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수 박완규(예수 역)도 처음 만났다. 첫인상은 딱딱해 보였는데, 작품에 몰입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한다.

JK 김동욱은 뮤지컬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조용하고 내성적일 것 같다는 사람들의 선입관을 이번 무대에서 깨뜨릴 태세다.
3집 앨범은 ‘어쿠스틱’ 분위기로 바뀔 듯
JK 김동욱은 아버지 김영무씨에 이어 2대째 가수를 하고 있다. 김영무씨는 70년대 활발한 활동을 했던 그룹 ‘템페스트’에서 보컬과 베이스를 맡았다. 캐나다로 이민 가서 호텔 요리사로 일하다 얼마 전 귀국해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가수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수의 길에 들어선 것은 대학에 진학할 무렵이었다.
MBC-TV 드라마 ‘위기의 남자’ 주제곡인 ‘미련한 사랑’과 영화 ‘조폭마누라’ 주제곡 ‘편지’를 통해 주목받으면서 ‘제2의 임재범’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2002년에 1집 「Lifesentence」를 발매했고, 2003년 「Multiple Personalize」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올해는 2장짜리 2.5집 음반 「Memories in Heaven」으로 그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뮤지컬이 끝나면 3집을 발매할 예정입니다. 겨울 쯤에 나올 텐데요, 음악적 분위기가 많이 바뀔 것 같습니다. 어쿠스틱한 느낌이 많이 묻어날 듯한데, 어떤 음반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범상치 않은 외모 덕분에 ‘살찐 최민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캐나다에 있을 때는 ‘차이나 갱’이라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로 눈빛이 매섭다. 한국에 돌아와 활동을 시작할 때도 외모와 눈빛 때문에 ‘캐나다에서 사고를 쳐서 돌아왔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받았다.
하지만 웃을 때는 그렇게 선할 수가 없다.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쑥스러워하기도 한다. 평범한 일을 하고 있는 여자친구는 만난 지 4년 됐는데 늘 그의 곁에서 많은 힘을 주고 있단다.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살며시 웃는다. 그가 가지고 있는 양극단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마음 아픈 사람들의 가슴을 달래주는 솔 가수. 그는 이번 무대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JK 김동욱표 유다’가 기대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11월 18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
이름 앞에 붙은 ‘JK’의 J는 그의 세레명 요한(Johann)의 첫 글자고, K는 그가 10년 전 캐나다에서 만난 이웃집 열 살짜리 꼬마 케이트(Kate)에서 따온 것이다. 당시 그 꼬마는 암 투병중이었는데, 김동욱의 노래를 많이 들어줬다고 한다. 이 꼬마 때문에 음악을 하게 됐다고 한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신규철 의상 협찬 / 디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