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사는 김희애

가정과 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사는 김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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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따라 어느 한쪽이 기울게 마련이지만 성실히 노력하는 모습 때문에 둘 다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가족의 사랑을 진한 감동으로 안겨줄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에서 주인공 ‘성실’ 역을 맡은 탤런트 김희애. 배우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와 그녀가 함께 하는 두번째 작품이란 명성 때문에 유난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일만큼이나 가정에서도 똑 소리난다는 소문이다. 가족의 안부를 묻자 자연스레 터져나온 환한 웃음에서 김희애의 행복한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촉촉하고 아름다운 삶 속에 녹아들다

여배우에게 나이는 약점이자 강점이 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식상하기 쉬운데다 그 변화가 자신의 색깔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팬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품위를 유지하고 이미지를 가꿔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배우 김희애(37)에 대한 찬사는 그칠 줄 모른다. 출연작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연기에 대한 평가는 ‘최고’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SBS-TV ‘완전한 사랑’ 종영 이후 지난 4개월 동안 푹 쉬었다. 모 CF에서 ‘외로워도 슬퍼도~’를 부르며 남편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따뜻한 아내의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 탓일까. 공백 기간에도 무척 분주했을 것만 같다. 

“아이들과 씨름하며 지냈어요. 작품을 마치고 나면 그 여운이 상당히 오래가는 편이에요. 그걸 말끔히 씻어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가족이 있어 오히려 그 시간이 단축되었어요. 두 아이와 지내다 보면 하루가 어찌나 빠른지.(웃음) 연년생인 아들 둘을 키운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인내심과 전투력이 필요해요. 작품을 하는 동안 같이 있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잘해주려 해도 녀석들의 장난에 그런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요.”

7살, 6살인 두 아들과 아침부터 전쟁을 치러야 한다. 형이 뛰면 동생도 덩달아 뛰고 동생이 엄마에게 응석 부리면 어김없이 형도 달려든다. 아이들 속에서 지내다 보면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은 일찌감치 잊어야 한다. 밤 9시면 꿈나라로 가는 아이들을 위해 8시부터 잠자는 ‘모드’로 집 안 분위기를 바꾼다. 세상살이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저녁 뉴스도 못 본 지 꽤 됐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그때부터 하루를 정리한다.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삶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한다.

한 가정을 이루면서 다시 카메라 앞에 서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가정에 충실하고 싶었고 결혼은 배우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이 커갈수록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카메라가 그리워졌다. 동료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 주저앉기 싫다는 마음을 확인했다. 팬들에게 잊혀져간다는 것도 참기 힘든 일이었다.

결혼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고 달라진 이미지를 선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선택한 작품 ‘아내’. 성공이었다. ‘아내’ 촬영 기간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다. 골방에 틀어박혀 연기 연습에 날을 새곤 했다. 한 번 본 대본은 두번째엔 또다른 감정으로 정리가 됐고 세 번, 네 번, 열 번이 되면 비로소 ‘내 것’이 되었다.

“욕심으론 백 번 연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죽기 살기로 대본을 외우거든요. 연기력을 평가받는 기준도 연습량에 있다고 봅니다. 촬영장에서 감정 하나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진행했다면 지금의 제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거예요.”

외향적으로 보이는 이미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배우의 자질이다. 먹는 만큼 살찌는 체질이 아닌 것이 다행일 뿐이다. 탄력 있는 몸매를 위해 일주일에 두서너 번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며 긴장을 늦추지 않은 것이 지금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김수현 작가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동료 배우들이 김수현 작가와 함께 작품을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자신을 뒤돌아보았다. 연기력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김수현 작가 앞에선 무너져버렸다. 겉으론 내색하지 않으면서 가슴앓이를 하던 기억이 스쳐 지났다. 김수현 작가에게 출연 제안을 받은 건 ‘완전한 사랑’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그때 뛸 듯이 기뻐하던 마음만큼이나 가슴 졸이며 더욱 열심히 연습하게 된다. 

처음 ‘부모님 전상서’의 대본을 건네받은 날 한참을 서성거렸다. 또 한 번 눈물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부담감이 밀려왔다. 이번엔 자폐아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시댁에서 구박받는 맏딸의 역할이다. 남편조차 외면한 상황에서 자폐아 아들을 혼자 기르며 힘겹게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는 여인의 삶을 표현해야 한다. 가정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결혼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스토리다. 김희애는 ‘성실’ 역을 맡았다. 스물한 살 어린 나이에 부잣집에 시집가서 별 탈 없이 잘 살던 그녀에게 불행은 자폐아 아들의 탄생과 함께 예고 없이 찾아온다. 모든 것을 그녀의 탓으로 돌리고 구박하는 시어머니와 잘되던 사업이 연달아 실패하며 방황하는 남편 창수(허준호), 그리고 자폐증에 시달리는 아들까지… 그녀에겐 이겨내기 힘든 고통이 뒤따른다.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가던 그녀가 우연찮게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심한 갈등 구조를 겪는다.

김희애는 자폐 아동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자폐아 치료 시설을 방문했다. 수차례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전문가에게 자세한 사항을 전해 들으면서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그런 날이면 집으로 돌아와 밝게 뛰노는 아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양쪽 팔에 하나씩 매달려서 놀아달라고 아우성 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책을 읽고 자려고 했는데 아이들 곁에 같이 누워 있다 잠이 들었어요.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웃음)”

가끔 셋째 아이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럴 때면 “두 살 때까지 뱃속에서 지내다 나올 수만 있다면 다시 한번 도전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다. 사내 아이 둘을 키우면서 ‘배우 인생’에 소홀해짐을 느꼈다. 배우로서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녀에게도 어려운 연기가 있다. 바로 눈물 연기다. 행복해서인지 감정이 메말라서인지 눈물 연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유난히 눈물 흘리는 장면이 많았던 ‘완전한 사랑’ 때도 무척 고생을 했다. 이번에도 눈물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그녀는 벌써부터 고민이다. NG가 나면 두번째 촬영부터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슬픈 생각을 하거나 음악을 들어도 쉽게 몰입하지 못한다. ‘완전한 사랑’ 촬영중에는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 눈물 연기를 위해 우울한 상태를 지속하던 그녀에게 우울증이 닥친 것이다.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증세는 악화됐다. 낮에 촬영한 장면이 눈에 선하고, 멍하니 창가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가족들에겐 무척 미안했지만 촬영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겐 경쟁 상대도 없을 듯 보이지만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타 방송사의 드라마에 대해 초연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언론에 두 작품을 비교하는 기사라도 나오면 더욱 민감해진다. 하지만 대본에 빠져 지내다 보면 시청률도, 경쟁자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도 타 방송사에서 주연을 맡은 김혜수와 비교되는 상황에 놓였다.

“처녀와 유부녀를 비교하면 듣는 처녀 기분 나쁠걸요.(웃음) 전혀 다른 색채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둘 다 잘될 거라 믿어요.”

극의 흐름이 궁금했다. 처음부터 ‘감정선’을 정확히 잡기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수현 작가에게 묻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정리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그래서 김수현 작가와 작품을 같이 하는 배우들은 대사와 지문을 충분히 소화해내는 데 정열을 쏟아 붓는다.

김희애는 한동안 드라마에 빠져 지낼 것이다. 새벽에도, 밤에도 대본을 들고 촬영장을 서성일 것이다. 이번에도 그녀가 감정에 복받쳐 힘겨워하는 그녀를 보며 연기와 현실을 혼돈할 것이다. 배우 김희애가 팬들에게 보내는 올해 마지막 선물이다.

글 / 강수정 기자  사진 / 지호영·장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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