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야?’개그 3인방 권성호·김형인·최영수

‘그런~거야?’개그 3인방 권성호·김형인·최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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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제 우리 뜬 거야? 그런~거야?”

‘개콘’은 가고 ‘웃찾사’가 뜬다? 콘서트 형식의 코미디로 선풍적인 인기를 몰아왔던 KBS-TV의 ‘개그 콘서트’는 말하자면 선두주자다. 그 뒤를 맹렬히 추격하는 SBS-TV ‘웃음을 찾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신개념(?) 병영 개그로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터뜨리고 있는 ‘그런~거야’ 3인방 권성호·김형인·최영수를 만났다.

참신한 병영 개그로 인기몰이중

요즘 때아닌 ‘군풍(軍風)’이 불고 있다. 하지만 매섭고 차가운 칼바람이 아니다. 유쾌함과 웃음이 깃든 훈풍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그런~거야 풍’쯤 될까. 그 바람의 진원지는 개그맨 김형인(24), 권성호(28), 최영수(21). 바로 이 세 총각이다.

이들 세 사람이 그려내는 병영 개그 ‘그런 거야’는 SBS-TV ‘웃찾사’의 인기 코너로 자리잡았다. 남자들은 군대 시절을 떠올리면서 진짜 군인 같다고 혀를 내두르고, 군대 얘기와 축구 얘기,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제일 싫어하는 여자들조차 재밌다고 깔깔대며 환호한다. ‘그런 거야’라는 유행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들의 인기도 수직 상승중이다. 라디오 CM 제의도 적잖이 들어오고, 무엇보다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소극장이 있는 대학로와 방송국이 있는 여의도를 요즘도 지하철로 오간다는 이들은 주변에서 알아보는 팬들의 반응에 새삼 인기를 실감한다.

“사실 저랑 영수는 분장 안 하면 많이 못 알아보세요. 길거리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맞다, 아니다’ 수군거리는 게 들려요. 심지어 ‘웃찾사에 나오는 일병이랑 참 많이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봤어요.(웃음) 형인이는 별다른 분장이 없고, 병장 역으로 유명하니까 사람들이 많이들 알아보더군요. 한번은 셋이서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이 형인이한테 사인해달라고 몰려드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둘은 내렸는데 형인이 혼자 못 내린 적도 있어요.”

성호의 말을 듣고 그때 일이 생각났는지 형인은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혼자 지하철에 남아서 내가 사인해준 사람들이랑 멀뚱멀뚱 서서 한 정거장 더 갈 때의 그 ‘뻘쭘함’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세 사람은 모두 SBS 공채 개그맨 7기다. 작년 12월에 있었던 ‘개그 콘테스트’에서 권성호는 은상을, 김형인과 최영수는 입상을 했다. 여느 해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많은 수를 뽑은 탓에 동기만 무려 서른 명. 그러나 그중 방송을 타는 경우는 열 명 안팎이었다. 기회를 얻지 못한 세 사람은 쓰린 속을 달래며 대학로 소극장에서 무료 공연 등을 올리면서 실력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인과 영수가 우연히 술잔을 기울이다 ‘그런 거야’의 아이디어를 처음 착안했다.

“둘이서 술을 마시는데 영수가 제 앞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뭐야, 맞담배 피우는 거야? 그런 거야?’하면서 면박을 줬죠. 그랬더니 영수가 ‘형, 군대에서도 그렇게 쫄병들 괴롭혔냐’고 그러대요. 생각해보니 군대에서 고참들한테 숱하게 당한 일들을 잘만 구성하면 꽤 재밌겠더라구요. 즉석에서 둘이 머리를 맞대고 대충 콘티를 짜봤는데 의외로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성호 형한테 도와달라고, 같이 해보자고 연락을 했죠.”

제일 마지막에 합류한 권성호는 처음엔 일병이 아니라 하사였다. 그런데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 구박하는 것보단 마른 사람이 뚱뚱한 사람 구박하는 게 더 재밌겠다고 판단하고 계급을 다시 짰다. 대학로에 있는 소극장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무료 공연을 올렸을 때 관객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소품도 부실하고 분장도 전무했지만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웃길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웃찾사’ 오디션에 도전, 지난 7월 예비 코너로 처음 방송을 탔고, 곧바로 고정 코너가 되는 쾌거(!)를 이뤘다.

개그로 승화(?)된 우리 사회의 ‘갈굼 문화’

세 사람 중 권성호와 김형인은 군필, 막내 최영수는 미필 상태다. 그런 탓에 영수는 총 잡는 자세부터 하나하나 형들의 지도를 받아야 했다. 젊은 친구답게 춤도 누구 못잖게 잘 추지만 ‘군바리 춤’만큼은 이상하게 ‘각’이 안 나와서 형들한테 구박도 여러 차례 받았단다. 맏형인 권성호는 철책이 있는 ‘전방 중의 전방’ 5사단에서 군 시절을 보냈고, 김형인은 37사단에서 군 생활을 했다. 특히 김형인은 군에서도 개그맨 지망생으로 이름을 날렸다. 각종 개인기는 물론이고 간부들 성대모사로 명성이 자자했단다.  ‘그런 거야’의 주역답게 김형인은 코너의 컨셉트를 정확하게 설명한다.

“시쳇말로 ‘갈군다’고 하잖아요. 군대의 ‘갈굼 문화’(?)를 개그의 소재로 삼은 거죠. 근데 이 ‘갈굼 문화’라는 게 꼭 군대에만 있는 문화가 아니거든요. 우리 사회 어느 조직에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그런 문화가 엄연히 존재하잖아요. 병영 개그는 전에도 많았어요. 하지만 군대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을 가지고 하면 관객이나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죠. 군대를 배경으로 하되, 사회에서도 일어날 법한 일들을 소재로 삼으려고 애써요. 그래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웃음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전라북도 부안이 고향인 김형인은 고3 때 개그맨이 되겠다고 학교를 그만뒀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 공부가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통과하고 대학도 가겠다는 약속 끝에 어렵사리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다. 그때부터 객지 생활을 시작해 주유소, 편의점, 음식점 등 유흥업소만 빼고는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한다. 약속대로 검정고시도 봤고 대학(백제예대 연극영화과)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제대 후 복학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서울에 와서 실전에 부딪쳐보고 싶었다. 그 길로 상경해 대학로 소극장에서 무대에 올랐고 방송국 공채도 통과했다.

“아버지가 고향에서 정치(?)를 하세요. 직책이오? 마을 이장이세요. 왜 웃으세요. 아무나 이장 하는 거 아니라니까요. 사실 제가 학교 때려치우는 게 전문이죠.(웃음) 어려서부터 애먼 짓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저더러 특이하다고들 하는데, 특이하지 않으면 이 세계에서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뭔가 자기만의 세계가 있어야죠. 전 어떤 일을 하든 ‘후회 안 할 자신있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요. 단, 한 번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악착같이 매달리고 ‘쇼부’를 봅니다.”

프로그램 속에 녹아드는 세 사람의 역학 관계(?)

그 유명한 서울예전 개그 동아리 회장 출신인 권성호는 공채 데뷔 이전에 이미 방송을 탄 바 있는 ‘중고 신인’. 대학 시절 방송국에서 학교로 출연 섭외가 들어와 KBS-TV 개그 프로그램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갈갈이’로 명성을 얻은 박준형과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는데, 데뷔 연도만 치자면 권성호가 박준형보다 조금 앞선다. 그뒤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 와신상담하다가 작년 SBS 공채에 합격, 정식으로 데뷔했다. 세 사람 중 연기력이 가장 뛰어난 멤버이기도 하다.



“외아들이라 곱게 자랐을 거라 오해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저희 아버진 정말 절 강하게 키우셨어요. 응석받이가 될까 봐 걱정을 하셔서 그랬는지, 잘못이라도 했다 하면 쇠파이프 날아오기가 예사였죠. 초등학교 3학년 땐가, 한번은 혼날 짓을 했는데 맞는 건 죽도록 싫은 거예요. 그래서 몇 분전부터 입 속에 침을 잔뜩 모아놨다가 아빠가 매 한 대 드셨을 때 게거품 무는 시늉을 했어요. 옆에서 보시던 엄마가 깜짝 놀라서 애 잡겠다고 아버지를 말리신 덕에 화를 면할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도 잔머리 하나는 타고난 것 같아요.”

최영수는 셋 중 가장 운이 좋은 케이스다. 재수, 삼수는 기본이라는 개그맨 시험에 덜컥 한 번에 붙은 행운아이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후 평소 따르던 학교 선배가 “너는 개그 해야 돼”라고 건넨 말에 개그맨 될 결심을 굳혔단다. KBS 위성 채널의 ‘한반도 유머 총집합’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데뷔라면 데뷔다. 귀여운 막내 동생처럼 앳된 얼굴. 이제 스물하나의 꽃다운(?) 청춘인 최영수는 춤과 랩에 소질이 있고 연기 쪽에도 관심이 많다. 멤버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머니가 상당한 미인이시라고 한다. 그리고 멤버들의 또다른 증언에 따르면 최영수는 철저히 아버지만 닮았다고 한다.

“매주 콘티를 짤 때 잘 살펴보시면 저희들의 ‘역학 관계’를 아실 수 있을 거예요. 평소 형인이 형이 저한테 돈을 자주 꾸는데 돈 갚을 날이 다가오면 콘티에서 제 비중을 늘려주는 식으로 입막음을 하죠. 반대로 제가 형들한테 뭐 찔리는 게 있으면 상대적으로 형들의 비중의 커져요. 일주일 동안 나머지 두 사람에게 밥을 좀 샀다 싶으면 그 주에는 프로그램 중에 그 사람 이름 불러주는 장면이 들어가요.(웃음) 이런 식으로 그날 그날의 연기에서 특정 인물의 비중이 높거나 재밌게 나오면 나머지 두 사람이 그 사람한테 뭔가 빚진 게 있거나 잘 보일 일이 있다고 보면 아마 100% 맞을 거예요. 우정보다는 ‘뒷거래’가 좀 많다고 할 수 있죠.(웃음)”

세 사람은 인터뷰중에도 재밌는 얘기가 나오거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눈빛을 반짝이며 아이템으로 연결 짓곤 했다. 그만큼 개그에 대한 열정이 머리와 가슴에 가득해 보였다. 남을 웃긴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커다란 보람인 동시에 자기만족이기도 하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권성호의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란다. 개그맨 출신 대통령이 한번쯤 나와야 우리나라 문화 산업이 발전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서울대 나온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정치가 아니라 웃음을 아는 문화인 출신 신지식인이 이끌어가는 정치에는 또다른 장점이 많을 거라며 꽤 진지하게 포부를 밝힌다. 장난기가 그득한 악동 김형인은 개그맨으로 대성하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이 개그맨 하면 김형인을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실력자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한마디로 죽을 때까지 개그를 하고 싶단다. 얼마 전 ‘우리 강아지’가 하는 공연 보시겠다고 방청석에 어머님이 오셨을 때, 그때만큼 개그맨 된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적이 없었다고 한다. 천진난만한 웃음이 귀여운 막내 최영수는 연기 쪽에 관심이 많다. 개그맨 특유의 유머 감각을 살려 김수로, 이문식 같은 감초 연기자가 되고 싶단다. 엄마를 닮았으면 아마 영화배우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너스레도 떤다.

마지막으로 ‘그런~거야’ 한 번 해달라고 했더니 ‘고게 그리 쑥스럽단다’.(‘병아리 유치원 버전’). 결국 한마디 쓱 해주는데, 알고 들어도 역시 재밌기만 하다. 천진한 악동 같은 세 사람의 모습. 연예계에서 찌들고 때묻은 모습이 아니라 젊은 열정으로 매순간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이 순수해 보여서 좋았다.

글 / 박연정기자  사진 / 강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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