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든든한 버팀목 5인의 단편영화 나들이

충무로의 든든한 버팀목 5인의 단편영화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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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멜로, 판타지, 로맨스, 공포…장르 속에 살아난 다섯 가지 개성

한자리에 불러모으기 힘든 다섯 명의 감독이 한자리에 모였다. 포털 사이트 다음이 주최한 ‘다음 필름 페스티벌’에서 김성수, 장준환, 허진호, 이재용, 김동빈 등 다섯 명의 감독이 단편영화 제작에 참여한 것. 각기 다른 스타일과 화법을 지닌 감독 5인의 5색 매력.

향후 한국 영화라는 거대한 배를 든든하게 운항해나갈 유명 감독들이 의기투합했다. 충무로에 새 바람을 몰고 와 소재와 화법의 다양성을 꾀하고, 매번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재기 넘치는 감독 다섯 명. 김성수, 장준환, 허진호, 이재용, 김동빈 감독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멜로면 멜로, 액션이면 액션, 혹은 공포나 판타지까지 각자 나름의 영역을 개척하며 완성도 높은 영화로 호평을 받아왔다. 각각의 장르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온 이들 다섯 감독을 한자리에 묶은 것은 포털 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개최하는 ‘다음 필름 페스티벌’. 다음측은 이들 감독 5인에게 총 7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하며 단편영화 제작을 의뢰했다. ‘인터넷 검색’이라는 화두를 제시하긴 했지만 소재나 주제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고, 각 감독의 개성을 살린 다섯 편의 단편영화가 완성됐다.

김성수 감독의 ‘빽’(Back)은 모두 뒤로 걷는 세상에서 앞으로 걷기를 시도한 남자(류승범)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단편이다. 사회는 그 남자를 불순한 체제 전복자로 간주하고, 비밀요원 3명을 시켜 그를 제거하려 한다. 뒤돌아선 채 싸우는 액션 등이 참신하다. 장준환 감독은 코믹 판타지 ‘털’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특유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자랑했다. ‘털’은 가슴 털을 얻고 싶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직장인 운도(신하균)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전작인 ‘지구를 지켜라’ 못지않은 ‘개성’을 드러낸다.

허진호 감독의 ‘나의 새 남자친구’는 실연의 상처로 괴로워하던 여자(윤진서)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내용의 예쁜 멜로 영화다. 허진호 감독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 대신 상큼하고 풋풋한 기운이 가득하다. 이재용 감독의 ‘사랑의 기쁨’은 미래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이버 멜로’로 분류된다. 가장 행복한 순간만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 ‘사랑의 묘약’의 사이트 회원으로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그의 전작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함께 연기했던 조현재와 이소연이 출연했다. 김동빈 감독의 ‘레드 아이’는 처참한 사고로 인명 피해를 냈던 열차가 매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나타난다는 내용의 공포물이다. ‘링’을 연출했던 감독답게 섬뜩한 영화를 선보였다.

이들 다섯 명의 감독들은 그동안 장편영화에서는 다뤄보지 못했던 참신한 소재를 6mm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며 장편과는 또다른 ‘재미’를 맛봤다고 고백했다. 다섯 감독의 다섯 가지 매력이 물씬 풍기는 단편영화들은 10월 10일 개봉해 11월 8일까지 인터넷 포털 다음(www.daum.net)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사랑’에 관한 깊이 있는 시선…로맨티스트 허진호감독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두 편의 영화로 일약 ‘스타 감독’이 된 허진호 감독(41). 그가 그리는 사랑은 환상적이지도, 그렇다고 마냥 낭만적이지도 않다. 그저 소소한 일상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모습으로 보는 이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던 아련한 상처를 자극한다.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허진호식 시선은 말하자면, 평범함 속의 특별함이다. 이번에 연출한 단편 ‘나의 새 남자친구’에서는 심은하, 이영애에 이어 신인 배우 윤진서가 그의 새로운 페르소나가 되었다. 세 여배우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분위기로 미루어 짐작컨대 맑고 청아한 이미지, 그 가운데 흐르는 섬세하고 예민한 분위기의 여성상이 허진호 감독이 염두에 두고 있는 이상적, 혹은 매력적 여성형이 아닐까 싶다.

그의 단편 ‘나의 새 남자친구’. 방바닥엔 몇십 개의 술병이 굴러다니고, 여자는 눈물 아니면 한숨이다. 불어터진 자장면과 짬뽕을 번갈아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가엾은 그녀. 이제 조금씩 그녀에게도 희망의 기미가 엿보인다. 인터넷엔 상심한 그녀를 위해 숱한 익명의 네티즌들이 남긴 처방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틀 동안 4시간밖에 못 자고 이 영화를 촬영했다는 허진호 감독은 장편을 할 때도 경험해보지 못한 빠른 진행이었다고 말했다. 느릿느릿 오래 촬영하기로 유명한 허 감독다운 소감이다.

“이번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좀 잘 안 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장르적 고민은 아직까진 잘 모르겠고… 남녀간의 연애를 주된 소재로 해서 그런지 ‘로맨스’ 장르 감독으로 분류되는 것 같아요. 생각의 폭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은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가 두번째 디지털 작업이라는 그는 앞으로 좀더 가벼운 규모의 스태프들과 좀더 적은 예산으로 개인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허진호 감독의 차기작이 배우 고현정의 컴백작이 될 것이라는 소식에 영화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상태다. 

프로필

출생 1963년 8월

학력 연세대학교 철학과

대표작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한국 영화계의 천재적인 악동…판타지 키드 장준환 감독

장준환 감독(34)은 한국 영화계에서 분명히 주목하고 지켜볼 만한 젊은 감독임에 틀림없다. 그의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는 어수룩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그의 내공이 얼마나 견고하고 독보적인지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전작의 주인공은 ‘병든 지구를 구하는’ 병구였다. 이번 단편영화의 주인공 강운도는 ‘강하게 운명에 도전하는’ 남자라고 한다. 장준환식 ‘작명’은 그의 엉뚱한 재기발랄함의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민둥가슴에 털만 난다면! 운도의 꿈은 알렉 볼드윈 같은 미국 배우처럼 가슴이 털로 무성해지는 것이다. 가슴에 털만 있어도 자신은 매력적인 남자가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한다. 인터넷으로 국내외 거의 모든 발모제를 구입, 본격적으로 털 기르기에 나선 운도의 험난한 무모증 탈출기. 가슴에 난 무성한 털로 흠모하던 김양을 유혹할 수 있을는지….

“‘털’의 밑그림은 사실 더 엽기였어요. 그러려면 더 자극적이야 하는데 그게 또 좀 부담스럽더라구요. 그래서 허진호 감독님과 장르를 바꿔서 멜로를 해볼까 생각했는데…(일동 폭소) 역시 뭐 하고 싶은 게 어디 가지 않더라구요. ‘털’은 예전에 영화아카데미 졸업하고 얼마 안 됐을 때 한 번 해볼까 생각했던 것을 접어뒀다가 지금 기회가 돼서 작업을 했습니다. 영화라는 게… 자기 맘 가는 대로 솔직히 만드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배우 신하균은 이제 장준환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전에 작업했던 배우와 함께 일하는 것이 편하다는 장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지구를 지켜라’ 때 못지않게 신하균을 괴롭힌 것이 못내 미안하다며 장난스레 웃었다. 영화의 대단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한 ‘지구를 지켜라’ 이후 장준환 감독은 절치부심하며 와신상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기작에 대한 세인의 관심과 기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감독을 꼽는다면 아마도 장준환 감독이 아닐는지.



프로필

출생 1970년 1월 18일

학력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 영화아카데미 11기

대표작 ‘지구를 지켜라’

섬세하고 세련된 화법…스타일리스트 이재용 감독

‘충무로’는 한국 영화판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된 지 오래지만 이재용 감독(38)은 어쩐지 ‘충무로’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항상 단정하게 차려입은 세미 캐주얼, 곱게 자란 모범생처럼 스마트해 보이는 안경 쓴 얼굴 모습. 들리는 바로는 촬영 현장에서도 그는 보이는 겉모습만큼이나 깔끔하고 신사적인 매너의 소유자라고 한다. 전작 ‘정사’에서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영상미는 소재의 통속성을 보기 좋게 압도했고,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보여주었던 섬세한 연출 역시 주목할 만한 영화적 화법이었다.

이번에 연출한 단편 ‘사랑의 기쁨’은 ‘사이버 멜로’라는 다소 낯선 장르로 구분됐다. 슬픔과 눈물은 쏙 빼고 사랑의 기쁨만 얻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묘약’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이상형을 맞춤 검색해서 행복한 순간만을 누리게 해주는 사이버 프로그램이다. 만날 날짜와 장소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처음 만남을 시작하는 어색함, 헤어지는 순간의 마음 아픔은 그곳에 없다. 말하자면 ‘미래의 사랑법’을 미리 만나보는 기분이다.

“부담 없이 작업하려고 한 것에 비해서 어려웠습니다. 영화 만드는 작업은 어차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특히 어려운 것은 없었지만 필름 작업보단 부담이 덜하더군요. 필름은 돌리는 대로 값이 매겨지는데 디지털의 경우 테이프를 더 활용할 수도 있고 테이크를 길게 가거나 여러 번 가는 것에 대해 부담이 덜해서 필름 작업보다 편했습니다. 앞으로 디지털 작업을 한다면 주로 조명이나 카메라에 있어서 좀더 자유로운 실험을 해봐야 할 것 같고, 기회가 된다면 디지털 작업을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데뷔작을 만들기 전엔 멜로 드라마에 관심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멜로 드라마로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고 또 막상 해보니 굉장히 재밌었어요. 앞으로도 사랑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고, 그런 면에서 장르에 대한 부담감은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역시 사랑 얘기가 재미있는 것 같아요.”

프로필

출생 1966년 9월 5일

학력 한국외국어대학교 터키어과

대표작 ‘정사’ ‘순애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스타일리시한 액션 영화의 멋…‘액셔니스타’ 김성수 감독

김성수 감독(43)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액션 감독이다. 1997년 정우성·고소영 주영 주연의 ‘비트’로 화려하게 데뷔했을 무렵, 정작 본인은 액션 영화를 표방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이 액션 영화라고 말하는 바람에 “얼결에 액션 영화 감독이 됐다”고 말하는 그는 넉넉하고 푸근한 인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다섯 명의 감독 중 가장 연장자인 만큼 사실 인터넷 매체에 대한 친근함이 가장 덜하다고 고백한다. 배우 류승범을 주연으로 만든‘빽’은 스타일리시한 액션 단편으로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빽’의 배경이 되는 미래 사회에선 앞으로 걷는 사람이 문제가 된다. 모두 다 뒤로 걷는 사회에서 홀로 앞으로 걷겠다고 나선 이가 있다. 공공의 적이 된 이 남자,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

“예전부터 ‘뒤로 걸어가는 사회’라는 아이디어가 있어서 작업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명색이 액션 영화 감독인데 그동안 와이어 액션을 한 번도 못 해봤어요.(웃음) 전에 ‘무사’ 찍을 때 와이어 액션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영화 내용상 맞지 않아서 포기하고 말았죠. 그래서 이번에 와이어 액션을 진행해보았는데, 너무 재밌던데요. 배우들을 줄에 하루 종일 매단 채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고 하다 보니까 너무 많이 찍게 되긴 하더군요.(웃음) 디지털 작업은 굉장히 기동성 있고 또, 표현의 영역을 굉장히 넓혀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더 해볼 참입니다.”

몇 년 동안 단편영화 심사를 많이 해왔다는 그는 이번에 ‘빽’을 연출한 뒤 단편영화 연출의 어려움을 절감했다며 “앞으로는 단편영화 심사 안 해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액션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웠어요. 개인적으로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 ‘영어완전정복’을 해봤는데 코미디에 재능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웃음) 그래서 이번 단편 작업도 액션으로 한 거구요. 확실히 액션이 재밌어요. 그런데 속상한 건 한 컷을 찍기 위해 정말 많은 공력을 들이는데, 100커트 찍어서 붙여봐도 1분밖에 안 되니… 그런 게 좀 억울하죠.”

프로필

출생 1961년 6월 19일

학력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대학원

대표작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숨막히는 공포의 전율…스릴러 메이커 김동빈 감독

지난 95년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이후 영화 ‘링’의 메가폰을 잡고서 녹록치 않은 기량을 보여줬던 김동빈 감독(46). ‘링’에서 귀기 어린 파도 장면은 화면의 전체적인 구성과 톤을 잘 살려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서울대 영화 동아리 ‘얄라셩’ 출신이기도 한 김동빈 감독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단편 ‘레드 아이’를 연출했다. 영화는 ‘15년 전 대형 참사가 났던 기차가 만약 지금도 달리고 있다면?’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극중 무궁화호 487호의 마지막 운행 길에 오른 여승무원과 승객은 과거의 사건과 조우한다. 열차 안에선 의문의 살인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열차는 그야말로 아수라장. 15년 전 유령 열차가 전속력으로 관객에게 달려든다. 사고로 죽은 승객을 그대로 태우고서.

“이것이 ‘레드 아이’를 구상하게 된 가장 중요한 가정입니다. 아무 일도 없는 어제와 같은 저녁, 당신이 탄 열차가 우연히 사고가 일어났던 그 시간, 그 장소를 통과한다면, 그래서 그 유령 열차와 합쳐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상상이죠.”

이번 페스티벌에서 ‘레드 아이’의 제작 배경은 다른 작품들과 약간 다르다. 현재 연말 개봉을 목표로 장편 ‘레드 아이’가 만들어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유령 열차’에 초점을 맞춘 단편 ‘레드 아이’를 제작하여 관객과 먼저 만나게 된 것. 장편과 함께 진행되어 힘든 점도 있었지만 장편의 큰 흐름 속에서 이 영화의 가장 주요한 포인트인 ‘유령 열차’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연출의 변이다.

프로필

출생 1958년

학력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대표작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링’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지호영·다음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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