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탤런트 황신혜가 재혼한지 7년 만에 파경을 맞아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98년 연하의 사업가 박민서씨와 결혼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두고 있는 황신혜는 이혼에 이어 부친상까지 당하는 등 연이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탤런트 황신혜(42)가 지난 2월 23일 남편 박민서(39)씨와 합의 이혼했다. 황신혜의 소속사 튜브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날 오전 “그동안 지인들의 부러움을 살만큼 돈독한 금실을 자랑해왔으나, 최근 성격 차로 고민해왔다”면서 “위자료의 액수를 밝힐 수는 없으나 특별한 갈등 관계가 아닌 만큼 위자료도 원만한 합의를 보았다”고 덧붙였다. 황신혜는 지난 98년 세 살 연하의 사업가 박씨와 재혼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두고 있는 있다. 두 사람은, 딸의 양육권은 황신혜가 갖고 현재 살고 있는 장충동 집에서 그대로 기거하는 조건으로 이혼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황신혜는 지난 87년 패션업체 에스콰이아 대표의 자제 이모씨와 첫 결혼을 했다가 1년이 채 못돼 파경을 맞았고 이번이 두번째 이혼이다.
지난 98년 태중에 딸을 두고 만인의 축복 속에 결혼했던 황신혜는 세 살 연하 남편과의 만남으로,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연상녀·연하남’ 신드롬의 대표적 케이스로 꼽히기도 했다. 미국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국내로 돌아온 박씨는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실력파 금융컨설턴트로 중견 재벌 대한정밀의 2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세 살의 나이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행복해했던 황신혜는 남편을 쏙 빼닮은 딸을 낳으며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에 푹 빠져 지냈다. 2년이 넘도록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요리실력을 갖춰, 결혼 직후 남편의 체중이 6~7kg이나 늘었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별거설과 이혼설은 결혼한 뒤 2~3년 후부터 꾸준히 떠돌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과 2003년에도 별거설이 불거져 나왔으나 본인은 완강히 부인했다. 올해 들어서도 ‘곧 이혼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새나오기 시작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결혼 발표 직후 황신혜는 일체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나 “결별 후에도 우리는 아이의 아빠, 엄마이자 좋은 친구로서 웃으면서 지내겠다”며 “앞으로 연예계 활동에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겠다”고 뜻을 전해왔다.
‘싸이 매니아’로 알려진 황신혜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가수 김범수가 리메이크한 토이의 노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이 흐르고 있어, 결혼 생활 7년 만에 파경을 맞은 그녀의 심경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듯 했다. 또, 그녀가 지인의 미니홈피에서 퍼온 ‘사랑이 있기는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사뭇 의미심장해 보였다. 그 글 속에는 ‘사랑한다는 믿음 하나로, 그 순간부터 입가에 미소가 생기게 하고, 눈을 뜨는 아침을 기대하게 하며, 세상이 온통 아름답게 보이고, 쓸쓸하고 한적한 공원같은 인생 길모퉁이에서 기적처럼 당신을 만나 정말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그런…사랑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겁니까?’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그녀의 심경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더구나 황신혜는 이 글을 옮겨오면서 “그러게.. 정말 어렵네..”라는 댓글을 직접 남기기도 했다.

이혼 직후 소속사를 비롯한 외부와 일체 연락을 끊고 서울 근교의 친구집에 머물며 심경을 정리하고 있던 황신혜에게 또 한 번의 비보가 전해진 것은 지난 2월 28일의 일이다. 이혼의 아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부친상을 당한 것. 향년 81세로 눈을 감은 그녀의 아버지 황성칠씨는 수년 전부터 심장병을 앓아오다 맏딸 황신혜 등 가족들의 극진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1남 2녀 중 장녀인 황신혜는 상주로서 빈소인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영안실을 지지면서 의연한 모습으로 문상객들을 맞는 모습이었다. 화장기 없이 초췌한 얼굴에 검은 상복을 입은 황신혜는 “미처 유언은 듣지 못했다”는 말끝에 애써 참았던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녀의 한 측근은 “부친이 몇년전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다리절단 수술을 받았으며 다른 한쪽 다리도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아 유족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을 보인다”고 귀띔했다.
소식이 전해진 후 빈소에는 탤런트 박정수, 김수미, 최명길 등 동료연예인과 지인들이 문상했고, 개그맨 신동엽은 “지난해 6월 있었던 우리 아버지 칠순에도 딸과 함께 방문해 주셨는데 이런 일이 있어 안타깝다”면서 현재 자신의 아버지도 당뇨로 투병중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많은 조문객들 사이에 이미연, 손예진, 김하늘 등 동료와 선후배 연기자들이 보내온 화환들도 속속 도착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다이어트 비디오 ‘Style By Cine’를 비롯해서 속옷브랜드인 ‘엘리프리’를 출시하는 등 사업 활동 역시 활발히 벌여왔던 황신혜는 앞으로도 속옷 사업에 매진하며 가방, 액세서리 등으로 자신의 브랜드 ‘엘리프리’의 제품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측근에 따르면 올봄 다이어트 비디오를 들고 일본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차기작은 아직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상태다.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들 하지만 녹녹치 않은 연예계에서 20여 년 동안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온 그녀답게 하루 빨리 본래의 당당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돌아올 것을 기대해 본다.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