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몸으로 산을 타며 억척 연기를 펼쳐 깊은 인상을 남긴 드라마 ‘덕이’의 주인공 신지수. 그녀가 어느새 성인이 되어 돌아왔다. 카메라와 완전히 이별하고 지낸 시간 동안 배운 것도 많고 연예인이라면 자칫 모르고 지냈을 일상의 기쁨도 누렸다는 신지수. 그녀가 평범한 여대생으로 사는 이야기와 아직 못 다 이룬 꿈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했다. 여대생 신지수가 사는 법 “연애를 해봐야 연기도 느는 거 아닌가요?”
5년 전 SBS 주말 연속극 ‘덕이’에서 동그란 눈동자를 굴리며 능청스런 사투리 연기를 펼쳤던 신지수(20). 당시 아역 배우의 높은 인기로 성인 연기자 투입을 늦췄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성인 역의 김현주에게 “너 지금부터 연기 조금만 못하면 안 되겠니?”라는 핀잔 섞인 칭찬까지 듣던 작고 귀여운 덕이가 어느새 대학생이 됐다. 그녀는 그동안 연기를 완전히 잊고 학교 다니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었다고.
“지금 한양대 연극영화과 2학년이거든요. 대학생이 된 후에 학교에만 열심히 다녔어요. 다른 학생들보다 더 ‘학교 폐인’으로 살았죠. 연극영화과가 과제도 많고 영화 연출 실습도 있기 때문에 바쁜 편이에요. 직접 영화를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인터뷰가 진행된 날에도 그녀는 기말고사 시험을 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전날 밤을 새고 아침에 시험을 치고 인터뷰 약속 장소로 바로 온 거란다. 야무졌던 연기만큼 공부도 야무지게 잘하는 듯 보였다.
“지금 침대에 누우면 바로 쓰러질 만큼 정신이 멍한 상태예요. 오랜만의 인터뷰 촬영이라 긴장도 되구요. 카메라에 시선이나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웃음) 시험은 잘 치기보다 본 것에 의의를 두고 있죠. 학점은 일급 비밀. F는 한 번도 맞아본 적 없고 출석률은 100%예요.”
그녀의 학교 생활은 정말 일반 학생들과 같을까? 대학교 1, 2학년 때 가장 관심이 많이 가는 것은 바로 미팅과 소개팅, 이성간의 만남이다. 그러나 신지수는 미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단다. 불행일까? 아니다 행운이다. 그래도 꾸준히 이성 교제가 있었다니 미팅 없이도 이성과 만날 수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닌가.
“미팅은 한 번도 안해봤어요. 인위적인 만남은 부질없는 것 같아요. 이성에 대한 관심은 늘 있는데 억지로 만나는 건 싫어요. 저는 자연스런 만남을 좋아해요. 여태까지 만났던 사람들은 다 자연스런 만남에서 시작했죠. 그렇다고 세어볼 정도로 남자친구를 많이 사귄 건 아니고 두어 명 만났어요.”
어리게만 봤던 덕이가 연애를 하다니… 도통 상상이 안 된다. 그러나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1년도 안 된 터라고 한다. 그녀는 지난 생일날, 함께 일하는 기획사 사람들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할 정도로 연애에 당당하다. 그녀가 추구하는 연애관도 확실하다. 연애를 많이 해봐야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그녀의 지론.
“이상형은 나이가 많고 어른스러운 사람이에요. 그리고 저와 말이 통하는 사람. 여태까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연상이었는데 오히려 저보다 어리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물론 잘생기면 좋겠지만 우선 말이 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자친구의 나이는 띠동갑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12살 연상까지 커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연예인 남자친구도 한 번 사귀어보고 싶다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과 사귈 때의 느낌이 궁금하기 때문이란다.
“같은 일을 하니 더 통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연예인과 사귀면 어떨지 정말 궁금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김상경 선배님을 너무 좋아해요. 팬 수준이 아니라 이성적으로도 좋아하는 거 같아요. 꿈에도 나타날 정도예요.”아쉽게도 연기활동을 하면서 우연히라도 배우 김상경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기회가 되면 꼭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의 편안한 분위기와 어른스러움이 좋고 왠지 마음 씀씀이도 클 것 같다고. 외모 또한 신지수의 이상형으로 더할 나위 없이 딱이라고. 앞으로 두 사람의 운명적인 공연(共演)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연기자 신지수가 사는 법 “국민 여동생이 된 동료 문근영, 그래도 전 후회 안해요”
이제 그녀는 본격적으로 연기에 몰두할 예정이다. 5년 동안의 공백이니 시작이나 다름없는 컴백이다. 또한 아역의 이미지를 벗는 일도 시급하다. 그러나 본인은 아직 여유롭다. 자신이 자연스러우면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성인 신지수를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갑내기 친구들하고 학교 생활을 해서 그런지 ‘나 어려 보여서 어떡하지?’란 걱정은 안하게 되던걸요. 오랜만에 절 보신 분들은 ‘성숙해졌네, 예뻐졌네’라고 말씀해주세요.(웃음)”
그러고 보니 확실히 옛날에 비해 성숙한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 얼굴도 어딘가 달라 보인다.
“제가 전에는 토끼 이빨에 송곳니가 짧았거든요. 그래서 송곳니가 덧니처럼 보였는데 그동안 치아 교정을 했어요. 그리고 앞니도 갈았어요. 그러고 나니 좀 낫더라구요.”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어려 보이는 스트레스’보다 ‘나이가 드는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한다. 종종 문제로 지적되는 아역 배우들의 힘든 성장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지금은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마냥 좋아요.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나이로 스물한 살이 한 달도 채 안 남았잖아요. 너무 우울해요.”
신지수는 데뷔 당시 시청자들에게 깜찍한 여동생 이미지를 남겼다. 당시는 데뷔 연도가 비슷한 문근영과 함께 차세대 연기자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누가 연기자로 더 대성할 수 있을지 늘 비교 대상이었다. 그런 그녀가 휴식기를 갖는 동안 문근영은 ‘국민의 여동생’으로 성장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녀는 어떤 생각이 들까?
“물론 아쉬운 면은 있죠. 하지만 그동안 쉰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아요. 오히려 잘했다고 생각해요. 만약 휴식기가 없었다면 대학 생활도 못하고 그 즐거움도 몰랐을 거예요. 지금은 영화 연출 공부하는 게 정말 재밌어요. 연기 말고 또 다른 길을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요.”신지수의 연기는 이미 인정받았지만 그녀는 전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사고의 폭도 넓어지고 연기에 필요한 경험도 많이 했고 감성도 더 풍부해진 것 같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파격적인 연기도 하고 싶다.
“아역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한 파격 연기가 아니라 연기 폭을 넓히기 위해서 하고 싶어요. 사실 며칠 전에 컴백 인터뷰를 했어요. 그런데 완전히 기사가 과장돼서 ‘제가 술 마시는 연기 기대하세요’라고 제목이 붙여졌더라구요. 제 친구들에게 한동안 웃음거리가 됐죠. 당연히 제가 한 얘기가 아니에요. 억지로 어른인 척하는 건 싫어요.”
귀여운 외모를 가진 그녀는 발랄하고 통통 튀는 성격 같아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남들이 말 걸기 전에는 절대 먼저 입을 열지 않을 정도로 낯가림이 심하다고. 때로는 우울하다 못해 폐쇄적으로 될 때도 있다.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이 무섭다고 할 정도. 연애를 할 때 이런 감정의 기복 때문에 자주 싸웠단다.
“우울할 때는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휴대폰도 꺼놓아요. 그리고는 이유도 없이 울어요. 그래서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랑 문제도 많았어요. 방금 전까지 까르르 웃다가 아무 일도 없었는데 시무룩해지니 친구가 속이 탔겠죠. 근데 어쩔 수 없어요. 제 스스로도 왜 그런지 모르겠는걸요.”
신지수는 자기 내면에 담긴 이런 차갑고 냉소적인 면을 꺼내 연기해보고 싶기도 하단다. 종전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공백 기간이 꽤 길었죠. 지금 제가 연기를 하면 어떤 모습일까? 스스로도 궁금해요. 가끔 생각해보면 연기 욕심이 많아서 공백 기간을 가진 건지도 모르겠어요. 쉴수록 연기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죠.”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녀는 얼마 전 MBC ‘베스트극장’ 단막극을 찍고 호평을 받았다. 현재는 제작 준비 중인 드라마에도 캐스팅이 확정된 상태. 깜찍한 덕이가 얼마나 커서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시청자들은 자못 궁금할 것이다. 공부도 연애도 원없이 해보고 돌아온 ‘업그레이드 덕이’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이상민 의상 / GUESS, DKNY 장소 협찬 / LK 스튜디오(02-5454-248) 헤어&메이크업 / 박수영 뷰티솔루션(02-518-6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