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 출신 2인조 밴드 페퍼톤스

카이스트(KAIST) 출신 2인조 밴드 페퍼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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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표는 부귀영화가 아니라 그저 신나는 노래를 많이 만드는 겁니다”

카이스트에서 만난 같은 과 친구들이 밴드를 결성했다. 공부를 잘했다기에 상대적으로 그들의 음악을 무르게 본다면 큰 오산. 그들은 이미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라이브를 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밴드다. 신나고 즐거운 노래를 들려주겠다는 사명감으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을 하고 있는 페퍼톤스. 젊은 그들을 만나보았다.

우연히 만나 필연적으로 결성된 ‘페퍼톤스’
솔직히 말해 페퍼톤스의 인터뷰를 기획한 건 순전히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그들의 이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을 직접 감상한 후,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들의 음악은 이력을 넘어설 정도로 훌륭했다.

페퍼톤스의 멤버 신재평(25)과 이장원(25)은 과기대 전산학과 동기로 만났다. 그 전에는 각자 음악을 하다 교내에서 뜻 맞는 친구들끼리 모이게 된 것. 객원 드러머 김규희(24) 역시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다. 이렇게 우연히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밴드를 결성한 지 벌써 3년째이다.

“결성하고 1년 후에 EP(정규 앨범을 내기 전 발매하는 미니 앨범)를 만들었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만들었는데 우연히 레코드 관계자의 제의를 받아서 데뷔 음반을 내게 됐죠.”

행여 카이스트 출신들이 만든 음악이라고 어려운 건 아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의 음악은 하드코어나 펑크처럼 일부 마니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듣기 편한 쉬운 음악 위주이기 때문이다. 음악은 듣고 즐기면 그만이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특정한 장르만을 고집하는 편협함이 그들에게는 없다.

“정해진 장르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표현하기는 힘들어요. 차라리 쉽게 말해서 ‘짬뽕음악’이라고 해주세요. 이번 데뷔 앨범에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을 가득 담았거든요. 시부야케, 보사노바, 로큰롤….”

이번 음반은 멜로디뿐 아니라 가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경쾌한 멜로디에 어울리는 단어나 떠오르는 이미지에 맞춰 가사를 붙였다. 페퍼톤스는 인디밴드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만 음악 자체로 보면 충분히 오버밴드라고 할 정도로 친절한 음악을 하고 있다.

“저희 음악이 대중적인 음악이 될 수 있다고 해서 그런 점에 연연하거나 액션을 취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음악 취향이 매니악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준다면야 감사하죠.”

페퍼톤스 밴드의 또 하나의 매력은 객원 보컬 김민경(27)이다. 멜로디를 싣고 들려주는 그녀의 맑은 음색은 듣는 이를 무한히 꿈꾸게 만든다. 그녀는 실력과 더불어 깜찍한 외모를 겸비해 이미 인터넷상에서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페퍼톤스의 앨범은 객원으로 참여하는 거예요. 제가 원래 속해 있는 밴드는 따로 있구요. 평소에는 오히려 걸걸하게 부르는 스타일인데 이 친구들 음악에 맞춰 권유하는 대로 불렀어요. 의외로 괜찮더라구요.”

아마 그들에게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이력은 거추장스러운 것에 불과할 것이다. 오히려 화려한 이력 탓에 그들의 음악이 가려질까 노심초사해야 할 판. 그들은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을 뿐이다.

인생을 즐기기 위한 ‘용기와 회피’
사실 궁금한 점은 따로 있다. 카이스트의 일반적인 졸업생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 지금의 선택에 미련이나 후회는 없을까?

“미래에 대해서 깊은 생각은 안하고 살고 있어요. 먼 미래는 생각하면 골치 아프니까요. 모여도 그런 얘기 안해요. 앞으로 3개월 후도 어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신재평)

“내일을 생각하기에는 오늘이 너무 ‘빡세요’. 오늘 하루하루 살기도 힘든데 나중 일을 생각하면 무섭고 그러니까 일단은 잊고 있는 거예요. 바로 ‘회피하는 자세’지요.(웃음)” (이장원)

반은 농담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들 부모님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닐 것이다. 번듯한 대학을 나온 아이들이 불투명한 미래를 선택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네? 우리가 이러고 다니는 거 부모님이 아시냐구요?(웃음) 당연히 반대하시죠, 이런 때 바로 ‘회피하는 자세’를 취해주는 거예요.”

그들은 인생을 즐기기 위한 대가로 약간의 ‘용기와 회피’가 필요하단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뚜렷한 목표는 있다. 음악적으로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물었더니 ‘신나고 즐거운 노래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때 김규희가 다분히 학술적으로 답변의 정확성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신나는 음악은 이미 만들고 있잖아. 그런 음악을 만들어서 앞으로 무엇이 되겠냐고 묻는 게 질문의 요지야. 어떤 걸 하고자 하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구.”(김규희)

“아닌데… 우리 밴드 결성 목표가 신나는 음악을 만들자인데? 그치?”(이장원)

“알았어! 내가 정리할게. 음악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은 없구요. 사람들이 듣고 한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계속~ 생산하는 것이 목표예요.”(신재평)

완전히 음악 쪽으로 인생의 진로를 정했느냐는 조급한 물음에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렇다. 그들은 무언가를 정해버리기엔 아직 젊을지도 모른다.

“저희는 그런 거 ‘생각을!’ 안합니다.(일동 웃음) 아니, 진짜 안해서 뭐라고 대답을 드릴 수가 없는 거예요. 저희들끼리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걸 수도 있구요.”

페퍼톤스의 노래를 어떤 한 장르로 규정지을 수 없는 것처럼 그들을 ‘카이스트’나 혹은 ‘인디밴드’의 틀에 넣는 건 애초부터 어리석은 일이다. 그냥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페퍼톤스의 음악은 좋다’ 이 한마디가 이들의 존재 이유가 되는 것. 그들은 인터뷰를 마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연속 다섯 곡을 연주해주었다. 그 열정적이고 진지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들이 말하는 ‘회피’는 ‘음악으로 맞서다’의 또 다른 말일 거라고 추측해본다. 저런 열정만 있다면 이 젊은 청춘들, 무엇을 못할쏘냐.



페퍼톤스 1집 컬러풀 익스프레스(Colorful Express)
여행을 떠날 때의 설렘을 표현한 앨범 재킷처럼 페퍼톤스는 듣는 이에게 음악으로의 행복한 여행을 선사한다.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듯이 앨범 전체가 다채롭고 흥겨운 곡들로 이루어졌다. 특히 타이틀곡 ‘레디, 겟 셋, 고!’는 매끄러운 비트와 그루브, 세련된 가사가 돋보인다. 거두절미하고 음악을 한번 들어보자. 누구나 듣고 즐길 수 있는 친절한 노래들이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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