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독설로 홍역 치른 뒤 성숙한 모습으로 컴백한 고현정

음독설로 홍역 치른 뒤 성숙한 모습으로 컴백한 고현정

“베드 신요?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드라마 ‘봄날’ 이후 오랜 침묵을 지키던 고현정이 차기작을 결정했다. 이번에는 드라마가 아닌 영화 ‘해변의 여인’이다. 배우로 데뷔한 후 스크린 도전은 처음이다. 독특한 감성의 홍상수 감독 작품이기에 그녀의 연기 변신이 기대된다.

시나리오 없이 홍상수 감독만 믿고 출연 결정
재벌과의 결혼과 출산, 이혼, 그리고 배우로의 컴백. 음독설, 약물중독설 등 수많은 소문이 끊이지 않고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녀의 사생활은 언제나 많은 사람의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배우로서 사람들 앞에 서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완숙미가 느껴지는 배우 고현정(35). 그녀가 활동 재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03년 이혼 후 그녀의 활동 재개는 예상됐다. 오랜 칩거 끝에 선택한 것이 드라마 ‘봄날’(2005)이었고, 그녀의 연기력은 ‘물이 올랐다’는 극찬을 받았다. 결혼과 함께 모든 연예 활동을 접은 탓에 ‘배우 고현정’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던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드라마 ‘모래시계’(1995) 이후 10년 만이었고, ‘역시 고현정이다’라는 평을 받았다.

드라마 종영 후 그녀는 또다시 침묵에 들어갔다. 어떤 작품으로 다시 모습을 보이게 될지 사람들은 궁금했고, 그녀의 선택은 드라마가 아닌 영화였다. 1990년 배우로 데뷔한 이래 영화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군다나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 ‘해변의 연인’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17일 고현정은 영화 제작발표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제작발표회 내내 수줍은 듯이 웃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에도 부끄러워했고, 질문 공세에도 연신 쑥스러운 미소와 함께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항상 당당할 것만 같은 ‘뉴스 메이커’지만 그녀는 의외로 처음 데뷔하는 신인의 모습이었다.

“영화에 출연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지금까지 보호받고 있다가 이제야 성인이 되어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된 느낌입니다. 그림일기장을 막 끝내고, 줄만 그어진 일기장을 받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녀는 홍상수 감독의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오래전부터 팬의 입장에서 홍 감독의 영화를 봤고,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홍상수 감독을 만나게 됐고, 큰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제작사인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와 홍상수 감독이 만난 자리에 고현정이 초대된 것. 그곳에서 홍상수 감독이 영화 출연을 제의했고, 그를 수락한 것이다.

노출 신에 대한 부담감 있어
홍상수 감독 역시 고현정의 캐스팅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홍 감독은 그녀를 TV에서 보았을 때부터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본 뒤 그녀에게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고현정씨를 처음 만났을 때 신선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어요. 그냥 얼굴만 쳐다봐도 좋았죠. 영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는 지금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영화 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만들고 싶거든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는 파격적인 노출 신이 있다.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여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여배우에게는 큰 도전이기도 하다. 고현정 역시 ‘노출 신’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생각만 해도 무섭다”는 말로 노출 신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여배우의 노출 신이 감독님이 원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웃음) 제 팬도 있고. 팬들이 원한다면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보다는 배우로서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에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그렇지만 잘 모르겠어요.(웃음)”

상대 배우로 나오는 김승우는 “베드 신은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침대에서는 안 하니까요(웃음)”라며 대신 전해줬다.
홍상수 감독의 작업 방식은 알려진 대로 독특하다. 시나리오가 완성된 뒤 촬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매일 매일 시나리오와는 다른 방식으로 촬영이 이뤄진다. 홍 감독과 함께 작업한 배우들은 모두 그의 작업 방식에 ‘도전이었지만 흥미로웠다’라는 말로 만족감을 드러낸다.

영화 ‘해변의 여인’ 역시 완성된 시나리오나 구체적인 캐릭터는 그려지지 않았다. ‘봄 바다로 여행을 떠나 하룻밤을 같이 보낸 30대 남녀의 동상이몽 로맨스에 관한 이야기다’라는 큰 틀만 나온 상태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솔직히 홍 감독님이 신인이었다면 출연을 망설였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팬으로서 감독님의 작품을 좋게 생각했으니까 결정할 수 있었죠. 저는 감독님을 믿습니다.”

그녀는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인기를 얻었다. 이제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에 비치는 그녀의 모습이 어떨지 기대가 모아진다. 드라마에서 매 작품마다 새로운 연기 변신으로 호평을 받은 그녀가 영화에서는 어떤 평을 받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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