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8년 차, 신곡으로 3년만에 컴백하는 주현미

결혼 18년 차, 신곡으로 3년만에 컴백하는 주현미

댓글 공유하기
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주현미는 세월이 무색할 만큼 변함이 없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로 각인된 살짝 파인 보조개와 안개꽃 같은 눈웃음 또한 여전하다. 결혼 생활 18년 차로 주부 이미지도 물씬 풍기는 그녀가 남편과 두 아들 그리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리더십 강한 아들, 재롱둥이 딸… 그래도 제일 든든한 후원자는 남편이죠”

중년의 사랑을 노래 부른다
주현미(45)는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트로트 가수다. 단아하면서도 친숙한 얼굴로 ‘신사동 그 사람’을 멋들어지게 부르던 주현미는 지난 80년대 후반, 말 그대로 남녀노소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호감’ 연예인이었다.

“아직도 20년 전의 저를 기억하는 팬이 많은데 사실 저는 예전 이야기기보다 지금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80년대는 이미 지나갔고 개인적으로 누리고 싶은 것 다 누린 것으로 만족해요. 당시 큰 기쁨을 누리기도 했지만 힘든 기억도 있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내려올 때 느껴지던 허무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예요.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저를 향한 스포트라이트와 관객의 호응은 갑자기 사라지죠. 그 상실감이란…. 그걸 감당하지 못해 많이 울기도 했죠.”

당시 그녀는 평범한 자신과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 주현미 사이에서 무척 힘들었다고. 그래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려 더 열심히 노래 연습을 하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좀전의 우렁찬 환호는 잊으려 노력했다. 큰 무대일수록 무대 뒤에서의 허탈감은 더 컸다. 그녀는 스타가 되면 될수록, 팬들의 환호 소리가 크면 클수록 그렇게 외로움에 빠졌다. 그러던 그녀가 터득한 것은 시작은 ‘첫 무대’처럼 기쁘게, 마무리는 ‘마지막 무대’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인기를 의식해 대중적인 노래만 부른 것 같아요. 이제는 예전만큼 인기를 누리지 못할 거란 걸 잘 알아요. 그래서 욕심에서 벗어나 여유로워졌고 남들의 평가에서도 자유로워졌어요. 이제는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를 거예요.”

자신의 색깔로 주현미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부를 작정이라고 한다. 만약 그녀가 인기에 연연했다면 장윤정의 ‘어머나’를 불렀을 것이다. 그 곡은 장윤정이 부르기 전 주현미에게 전해졌지만 그녀는 “나보다 어린 사람이 불러야 한다”는 생각에 정중히 거절했고, ‘어머나’는 신인가수 장윤정을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주현미는 무대와 떨어져 사는 동안에도 좋은 곡들을 선곡하며 꾸준히 앨범 작업에 공을 들였다. 자신의 새 앨범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선곡에 최선을 다했다. 결국 그녀는 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게 됐고, 타이틀곡으로 최종 낙점된 곡은 ‘어허라 사랑이라’로 김희갑, 양인자 부부의 작품이다.

“이 곡은 묘한 매력이 있는 노래예요. 흐름은 트로트지만 멜로디가 서정적이에요. 가사는 가슴 아픈 사랑을 몇 번 겪고 난 중년 여자의 마음을 그렸죠. 이 노래를 부르면서 생각해보니까 저도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아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노래로 제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어요.”

‘어허라 사랑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하듯 최대한 감정을 살리고 불러야 제 맛이 나는 노래. 가사 구절구절에 삶의 무게와 깊이가 진하게 깔려 있다고 한다. 그녀는 “어느 한 마디도 마음 편히(?) 부를 부분이 없다”며 트로트의 여왕답지 않게 연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노래 중간에 ‘노가리’라는 단어가 나와요. 전 술을 마시지 못하니까 노가리를 먹어본 적도 별로 없어요. 근데 그 부분이 저도 모르게 마음 쓰였나 봐요. 노래 연습을 하는데 선생님께서 갑자기 “노가리란 말이 상스럽게 느껴지나요?”라고 묻더라구요. 그때 제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일부러 신경을 더 써서 불렀죠. 요즘은 노가리를 자주 먹어요(웃음).”

장윤정의 ‘어머나’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뒤 트로트는 젊은 층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트로트 가수들은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몇 사람이 이끄는 것만으로는 주류가 되기 힘들다는 뜻이다. 트로트계에도 실력 있는 젊은 가수가 많이 배출돼 ‘트로트 붐’을 이루는 것이 바람이라고 한다.

가족은 나의 힘! 가족이 있기에 가수 주현미가 있다
그녀는 데뷔 후 톱가수로 전성기를 누릴 때 음악인 임동신씨(49)와 결혼했다. 현재는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두 아이의 엄마. 그런 만큼 아이들 교육에 부쩍 신경을 쓴다. 게다가 그녀는 치맛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강남 소재의 유명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고 있다.

“초등학생도 과외하는 걸 보니 학원은 보내야겠더라구요. 저는 아이들을 다그치는 성격이 아니에요. 가만히 둬도 아이들은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그래서 공부하라는 얘기는 잘 안 하고 그냥 믿음을 줘요. ‘엄마 닮았으면 공부를 잘하겠지. 엄마도 머리가 늦게 틔였어’라고요(웃음).”

그녀는 요즘 보기 드문 자유방임주의 엄마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기보다는 건강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여느 연예인들처럼 아이들을 유학 보내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떨어져 사는 건 도저히 못할 것 같아 포기했다고. 그래도 큰아들 준혁이는 리더십이 있고 활동적인 아이로 자랐다.

“준혁이가 중학교 2학년 때 전교 회장이 됐어요. 아들이 간부면 엄마도 할 일이 많아지잖아요? 그래서 전교 회장이 됐다고 아빠한테 꾸중을 들었어요. 엄마가 바쁜데 덜컥 그런 걸 맡으면 어떡하냐구요. 우리 남편 참 웃기죠?”

가수 주현미 뒤에는 늘 헌신적으로 그녀를 돕는 남편이 있다. 그녀가 아무 걱정 없이 노래만 부를 수 있는 것은 모두 남편 덕분이란다. 그래서 남편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이렇게 알콩달콩 살다 보니 어느새 결혼 생활 18년 차 부부가 됐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으면 두루뭉술한 아줌마가 될 법도 한데 그녀는 아직도 남편에게 예뻐 보이고 싶고 잘 보이고 싶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서로에 대해 보이지 않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언제 어디서나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 둘이라는 믿음. 불같은 사랑도 좋지만 오랜 세월 같이 살며 쌓아온 신뢰와 믿음이 더 큰 사랑이고, 둘이 만나 함께 겪은 추억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사랑의 깊이가 되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주현미가 신인이던 시절 만나 사랑을 했고 1988년 결혼해 부부가 됐다. 당시 임동신씨도 뮤지션이었지만 아내가 국민 가수로 자리매김하자 자신의 음악은 잠시 접고 아내를 위한 외조에 힘썼다. 그래서 그녀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노래는 남편이 만들어준 ‘추억으로 가는 당신’이다.

“제 앨범은 모두 남편이 디렉팅을 해주고 있어요. 저야 늘 공부하는 입장이죠. 부부가 함께 일하는 게 좋은 점만 있을 순 없어요. 견해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남편은 싸움을 걸어도 싸움이 안 되는 사람이에요. 저도 순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지만 남편이 더 순하거든요.”

그녀는 만인의 사랑을 받는 가수임에는 분명하지만 솔직히 ‘좋은 엄마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없다고 한다. 요즘 엄마들은 학원 설명회 등을 쫓아다니며 아이들 교육을 위해 더 많이 공부한다는데 아이들 먹을거리조차 챙겨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어떤 날은 잠에 취해 아이들 등교하는 모습도 보지 못해요. 학교 어머니 모임에도 자주 참석하지 못하구요. 다행인 건 아이들이 바쁜 엄마한테 큰 불만이 없다는 거예요. 큰아이는 사춘기일 텐데 반항은커녕 자기 일을 스스로 잘하는 편이라서 대견하죠.”

가족 중에서 제일 바쁜 엄마. 덕분에 그녀가 스케줄이 없는 날은 온 가족이 함께 지내는 날이다. 한창 친구가 좋을 나이의 아이들도 엄마가 집에 있는 날은 두문불출, 가족만의 시간을 갖는다.

“저와 남편은 개인적으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걸 즐기지 않아요. 일부러 그러자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일이 없을 때는 집에 있거나 가족 여행을 가요. 너무 가족주의자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게 제일 자연스럽고 좋아요.”

주현미 가족은 주말이면 청계산 밑의 가족농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벌써 10년째 직접 기른 무공해 채소를 먹는다는 그녀는 가족을 위해 스스로 정한, 주부로서의 최소한의 의무가 있다. 아무리 바빠도 음식 장만을 위한 장보기는 직접 한다는 것이다. 온 가족이 즐겨 먹는 그녀의 특별 요리는 전골.

“농장에서 따온 채소를 익혀 먹는 간단한 요리지만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 먹으면 맛있거든요. 그리고 아이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는 직접 레몬티를 만들어줘요. 그러면 몇 시간 뒤에 땀이 나면서 감기 기운이 싹 사라지죠.”

주현미의 사랑이 담긴 레몬티 만드는 법은 미지근한 녹차물에 레몬 1개를 짜 넣은 후 입맛에 맞게 꿀을 첨가하는 것. 이때 물이 너무 뜨거우면 안 된다. 이유는 비타민 C가 모두 파괴되기 때문.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모습에서 그녀가 약사 출신이라는 것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목 관리뿐 아니라 그녀는 몸매 관리에도 특별히 신경을 쓴다.

“몸매 관리보다는 커버를 잘해주는 거죠. 운동은 집 근처에 있는 양재천을 걷는 정도예요. 제가 성격이 독하지 못해서 뭐든 자연스럽게 하지, 꼭 지켜야 하는 계획은 잘 안 세워요.”

그녀는 자신에 대해 이렇다 할 욕심도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없다고 한다. 가수 생활 20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것에서 자연인 주현미가 느껴진다. 그녀는 트로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 역시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다 보니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전부 운이란 생각은 하지 않아요. 제가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제게 기회가 오거나 사람들이 도움을 줬을 때 최선을 다했다는 겁니다. 그것만큼 자부해요.”

자연스럽게 하루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이 그녀의 계획이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위해 마련된 무대를 거부하지 않는다. 주현미를 부르는 무대가 있는 한 그녀는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대를 거부한다는 건 가수로서 몰염치한 짓이에요. 지금 제가 이렇게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는 것도 모두 제 노래를 들어주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제 마음대로 ‘한다’, ‘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언젠가는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설 수 없는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를 생각해서 팬들이 제 노래를 원할 때까지 열심히 노래를 부를 거예요.”

가족 사랑만큼이나 노래 사랑이 특별한 주현미가 3년 동안 가슴앓이를 한 끝에 새 앨범을 완성했다. 그녀는 “속병이 날 만큼 열심히 했고 심혈을 기울였다”며 새 앨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다 들어 있는 새 노래를 귀가 마음으로 들어주길 바란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가수 생활 20년의 내공이 만들어낸 주현미의 새 앨범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을 것 같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박원태·경향신문 포토뱅크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