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부’ 송선미가 오랜만에 외출에 나섰다. 3년 전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진행하던 KBS-1TV ‘낭독의 발견’ 무대에 초대된 것. 결혼식 전날 밤 그녀의 출연분이 전파를 타게 되는 이 특별한 이벤트는 1년 가까이 방송을 하며 정이 든 홍경수 PD의 결혼 선물이다.

결혼식을 보름 앞둔 예비 신부의 얼굴에는 얕은 긴장과 설렘이 묻어있다. 오는 6월 29일 오후 5시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송선미. 그녀는 6월 초까지 영화 ‘해변의 연인’ 촬영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때문에 결혼 준비하느라 힘이 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주변에서 결혼 앞두고 살이 빠졌냐고 묻는데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쪘어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요즘 그녀는 ‘유부녀’만 만나면 결혼 이야기를 하게 된다며 스튜디오에서 만난 황수경 아나운서에게 결혼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열애설 보도된 지 6개월 만에 결혼 골인
송선미의 결혼은 지난해 말부터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2004년 10월경 알고 지내던 영화감독의 소개로 세 살 연상의 고 모씨와 교제해온 사실이 알려진 것. 송선미는 지인들과의 만남에 자연스럽게 고씨와 동행하고 영화 관람과 데이트를 즐기는 등 열애 사실을 감추려하지 않았다. 심지어 작년 생일에 남자친구로부터 선물로 받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왼손 약지에 당당히 끼고 다녀 결혼 임박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올 초 SBS-TV 금요드라마 ‘어느 날 갑자기’의 제작 발표회에서 “아직 프러포즈는 못 받았지만, 올가을쯤 결혼할 예정”이라고 결혼 계획을 밝혔고, 3월 말 결혼식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이렇다할 열애설 한 번 없던 송선미는 보통의 스타들이 거치는 ‘열애설 부인’과 같은 잡음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교제했고 1년 만에 웨딩마치를 울리게 됐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식 일정만 발표했을 뿐, 예비 신랑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결혼식을 불과 보름 앞둔 상황에서도 주례는 물론 축가, 사회자 등에 대해서도 밝히기를 꺼렸다. 상대가 연예인이 아닌 만큼 결혼식은 조용히 치르고 싶다는 게 이유.
미국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미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고씨와는 음악 CD도 함께 고르고, 인터넷 쇼핑도 함께하면서 여느 연인들처럼 사랑을 키워왔다는 그녀는 다만 “영화를 보는 취향은 전혀 다르다. 내가 오빠를 못 따라간다”며 손사래를 쳤다.
“오빠와 상의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물론 비슷한 분야에서 일을 하니까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많겠지만, 직업 때문이라기보다는 성격이 잘 맞는거 같아요. 저는 밖에서 생기는 일은 사소할지라도 얘기하거든요.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 오빠의 의중을 듣다 보면 제 생각도 정리되는 것 같아요.”
결혼식을 며칠 앞둔 예비 신부답지 않게 송선미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도 그냥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답했다.
“요즘 제 고민은 반려자가 생긴 뒤, 연기자로서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하는 점이에요. 작품에서 맡는 역할에 큰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좋은 작품을 통해 좋은 분들과 작업하고 싶다는 열망이 예전보다 훨씬 커졌어요.”
송선미는 결혼식 후 15일 동안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한남동 빌라에서 신접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저는 아직 ‘낭독의 발견’에 출연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홍 PD와 작가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고 너무 좋아서 기꺼이 하겠다고 했어요. 사실 노래도 한 곡 부르고 싶었는데, 그건 정말 노래 잘하는 분들을 위해 양보했어요.”
살짝 들뜬 표정의 송선미는 2003년 11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자신이 지키던 무대에서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와 곽재구 시인의 ‘두 사람’을 낭독했다. 그녀는 시를 낭독하는 내내 결혼을 앞둔 신부의 심정을 대변하려는 속내를 내비쳤다.
홍경수 PD는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방송 초기 송선미가 만들어준 ‘낭독의 발견’의 감수성의 틀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얘기로 전임 MC를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송선미 역시 드라마 촬영하면서 힘들고 상처받은 마음을 ‘낭독의 발견’을 통해 치유 받을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난 왜 이렇게 부족한 게 많을까,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등등을 늘 고민했어요. 친구들과 술 한잔이라도 하면 사는 게 진짜 힘들다는 얘기를 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낭독의 발견’의 초대 손님을 만나면서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았어요. 인생 선배들의 삶의 지혜를 공짜로 배울 수 있었거든요.”
첫 회 시인 장석주를 비롯해 연기자 고두심, 작가 김훈, 이외수, 첼리스트 장한나, 가수 양희은 등 ‘낭독의 발견’ 게스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이다. 송선미는 그들 역시 자신과 같은 문제로 힘겨워하고 슬퍼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친구들과 밤새 얘기해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를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었기에 ‘낭독의 발견’이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고.
“한때는 가까운 사람들과 낭독의 즐거움을 함께하고 싶어서 시집을 들고 다니면서 읽어주곤 했어요. 그런데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보다는 제 정신세계가 특이하다고 하는 이들이 많았어요(웃음). 저는 그저 좋은 것을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요.”
드라마 ‘어느 날 갑자기’가 끝나기 무섭게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해변의 연인’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 송선미는 결혼 후 당분간 쉴 예정이지만,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할 생각”이라는 말로 여지를 남겨두었다.
계단을 오르듯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아서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앞으로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행복한 이유를 들려준 송선미. 스크린 데뷔작 ‘미술관 옆 동물원’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동안 실의에 잠겼었다고 고백한 그녀는 이제 누구보다도 똑 소리 나는 인생을 걷고 있다. 희색이 만연한 얼굴로 “항상 저를 지지해주고 후원해주는 존재가 생겼다”며 든든해하는 그녀의 행복 이야기 제2막을 기대해본다.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박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