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박일의 둘째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로 고생했다. 박일은 그런 아들을 위해 아토피에 좋은 약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결국 아토피로 의가사 제대까지 한 아들을 정상인에 가까울 정도로 회복시켰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인분도 마다하지 않던 성우 박일의 눈물겨운 자식 사랑 이야기.
성재가 좋은 여자랑 연애하고 취직도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지금 제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결혼을 시키고 싶지만 그게 어디 부모 뜻대로 되나요.부담스러울까봐 아이들한테는 내색하지 않아요.
“몸이 성치 못한 아들을 군대에 보내니 잠이 오지 않더라구요”

부모에게 아픈 자식을 보는 것보다 더한 슬픔은 없다. 박일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우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위치에 있지만 둘째 아들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올해 스물네 살인 둘째 아들 성재씨는 태어날 때부터 태열이 있었다. 당시 박일은 “크면서 없어질 수도 있다”는 병원 측의 말에 안심했다. 아토피라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다 성재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점점 아토피 증세가 분명해졌다. 성인이 돼 군대에 가기 위한 신체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성재는 어려서부터 자신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님께 군복 입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1년을 기다려 다시 신체검사를 받을 때까지 아토피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3급 판정을 받아 당당히 훈련소로 입소했다.
아토피 증세가 심한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아버지는 못내 걱정됐지만 머리를 깎고 당당히 입소하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했다. 국군방송에서 오랜 성우 생활을 한 박일은 과거 큰아들이 유명한 성우인 자신 때문에 군대에서 고생한 것을 떠올리며 군 관계자 아무에게도 아들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큰아들이 올해 서른여덟 살인데, 그 아이가 군대에 갔을 때만 해도 압구정동에 산다, 서울대에 다닌다는 것이 고참들한테 맞는 이유가 됐어요. 큰아들이 아버지가 유명한 성우라서 엄청 고생했더라구요. 그나마 큰아들은 건강하기라도 했지만 몸이 성치 못한 성재를 군대에 보낼 때 제 마음이 어땠겠어요. 혹시 그 아이가 피해를 입을까봐 한동안 아무에게도 아들이 군대갔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2년 동안 복무 잘 하고 돌아오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과는 달리 훈련소에서부터 시작된 아토피 증세는 성재가 자대 배치를 받은 뒤 더욱 심해졌다. 결국 자대 배치 후 몇 달이 지나 군 관계자로부터 국군 수도통합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전화가 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병원에서 본 아들의 모습은 가슴이 아프다 못해 끔찍했다. 온몸이 가뭄이 심한 여름날 논바닥처럼 갈라져 있었다.
“사람이 아니라 거북이 같았어요. 머리부터 등, 배까지 갈라지고 피가 나서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더라구요. 눈물이 쏟아지는데, 아픈 아이 앞에서 차마 눈물을 보일 수 없어서 오히려 ‘괜찮다’고 ‘나을 수 있다’고 위로했죠. 그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려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어서 몇 시간 동안 병원 근처를 서성이다 돌아왔어요.”
“어느 순간 저까지 정신적 아토피가 생기더라구요.”

“성인이 된 이후 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말고는 그때 처음 울었어요. 하지만 아이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았어요. 가뜩이나 자기 때문에 아버지 마음이 안 좋다는 걸 아는 아들 앞이라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금방 나을 거야’라고 말했어요.
지금은 이런 얘기도 담담히 하지만 예전에는 고개도 못 들고 다녔어요. 아이가 그렇게 된 게 꼭 저 때문인 것 같았거든요. 엄마가 낳았다고는 해도 어찌됐든 그 아이의 뿌리는 아버지니까요. ‘내가 죄를 지어서 아들이 대신 벌을 받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하늘이 원망스럽더라구요.”
성재는 집에 돌아와서도 일상적인 생활이 거의 불가능했다. 잠을 잘 때는 자신도 모르게 상처 부위를 긁을까봐 손을 묶고 잤고, 아토피 증세가 얼굴까지 번져 바깥 출입도 하지 못했다.
“저야 옆에서 마음만 아팠지 정작 괴로운 사람은 본인이죠. 손을 묶고 잠을 자도 자기도 모르게 묶여 있는 매듭을 풀고 몸을 긁고 있더라구요. 저는 모기한테 물리면 자다 일어나서 잡고 자야 하는 성격인데, 아들이 밤새 잠도 못 자며 그러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저까지 정신적 아토피가 생기더라구요.”
사실 집안에 아토피 환자가 있으면 가족들이 더 힘들다. 박일은 한동안 정말 온몸이 가려워 병원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그냥 이유 없이 다리가 가렵기도 했고 자다가 일어나서 온몸을 긁기도 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그는 아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기 시작했다.
“병원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민간요법까지 써보지 않은 약이 없고 해보지 않은 일이 없어요. 마음 같아서는 병만 낫는다면 정말 인분이라도 바르고 싶었어요. 특히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치료할 때 아버지가 걱정할까봐 아프다는 소리도 못하고 참는 아들 모습은 차마 못 보겠더라구요.”
그렇게 아들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박일의 주량은 늘어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자꾸만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술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아토피를 치료하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꿈같이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 기대 없이 치료를 시작했어요. 병만 낫는다면 뭐든 하던 때였죠. 그런데 다행히 아들 몸에 그 약이 잘 맞았는지 지금은 다 나았어요.”
아토피성 피부염 특허를 가지고 있다는 (주)해인우리에서 개발한 자연 식품과 치료제를 사용한 후 거북이 등 같던 아들의 피부에 새살이 돋아났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제가 인터뷰에 응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토피로 고생하는 저와 같은 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예요.”
“저는 취미도 성우고,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도 성우예요”

“몸이 아프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공부하기도 힘든데, 성재가 공부를 곧잘 해요. 저는 성재가 대학원에 진학하기보다는 빨리 취직해서 결혼을 했으면 좋겠어요. 큰아들은 자기 일에 매진하다 보니까 때가 늦어 아직도 혼자예요. 성재는 이제 치료도 됐으니까 좋은 여자랑 연애하고 취직도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지금 제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결혼을 시키고 싶지만 그게 어디 부모 뜻대로 되나요. 괜히 부담스러울까봐 아이들한테는 내색하지 않아요.”
박일이 이렇게 자식들의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일찍 결혼했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 못한 자신 때문에 아이들이 결손가정에서 자랐다는 생각에 마음 아파서다. 지난 20년 넘게 3남 1녀를 혼자 키웠지만 엄마 없이 자라게 한 것이 아직도 마음 아픈 그다. 그래서 자식들이 빨리 결혼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엄마의 부족한 사랑을 채워가길 바란다. 자식들의 결혼 얘기를 하며 박일은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저는 주위 사람들에게 결혼을 했으면 서로 사랑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이혼은 하지 말라고 당부해요. 그렇다고 싫은 사람과 억지로 살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어쩌면 이혼이 자신의 핸디캡이 될 수도 있고, 순간의 자존심이나 화를 참지 못해서 이혼을 하면 후회할 수도 있잖아요.”
지난 1967년 TBC 성우 3기로 성우 생활을 시작한 박일은 몇 해 전 개봉한 영화 ‘토이스토리 2’에서 버즈 라이터 형사의 목소리를 멋지게 더빙해 제작사인 월트 디즈니사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크린트 이스트우드, 팀 로빈스, 알 파치노, 그리고 최근 CSI 과학 수사대에서 길 그리섬 반장까지 성우 박일의 목소리를 빌려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얻은 해외 스타는 수없이 많다. 또 최근에는 CF에서 딕 아드보카트의 목소리까지 대신하는 등 성우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박일은 요즘 ‘박일 S.T.A’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부자는 아니지만 죽을 때까지 남한테 소주 한잔 사줄 정도는 벌어놨다”며 웃는 박일은 성우 아카데미를 개원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강의를 부탁하는 대학도 있지만 지금에 와서 명예 때문에 시간에 얽매여 사는 게 싫어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 교수님 소리는 듣겠지만 학교에서 정해준 시간에 얽매여야 되잖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성우 아카데미를 개설했어요. 그곳은 제가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언제든지 아무 대본이나 들고 젊은 학생들과 즐겁게 대화하고 39년 동안 성우 생활을 하며 익힌 노하우를 제 방식대로 가르칠 수 있거든요. 제게는 일이 아니라 젊은 학생들과 즐겁게 노는 시간이에요.”
성우 아카데미에서 학생들과 즐겁게 ‘논다’고 표현한 박일은 실제로도 성우라는 직업 외에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다. 헬스클럽과 등산을 좋아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취미일 뿐 자신의 천직은 성우라고 말한다. 평생 ‘성우’라는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한 박일. 그를 통해 제2, 제3의 박일이 탄생하길 바란다.
글 / 김성욱 기자 사진 / 안진영(프리랜서)
아토피 관련 문의: (주)해인우리( 080-555-1008, www.haeinwoor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