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제작했다가 무산된 뮤지컬, 이번에 다시 무대에 올려요”
‘배득이’를 통해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배우 박해미. 드라마가 종영 이후 토크쇼, 오락프로그램 등 수많은 쇼프로그램 섭외 1순위로 꼽힐 만큼 주가가 상승했다. 그리고 시트콤 출연, 뮤지컬 제작까지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임성한 작가와 마음이 통하는 배우
“드라마는 처음이었는데 별로 어려움은 없었어요. 임성한 작가는 대사가 무척 길어요. 어떤 때는 대사 하나가 3~4장을 넘어갈 때도 있는데, NG 없이 촬영했어요. 자경이를 욕하고 때리는 장면도 한 번에 O.K 사인이 날 때가 많았어요.”
원래 배득이 역으로 다른 여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다. 임성한 작가는 ‘춤’과 ‘연기’를 잘하는 중년의 여배우를 찾았고, 박해미는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로 오디션을 봤다. 연기와 노래, 춤 어느 것 하나 모자란 것 없었지만 ‘예쁘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하지만 드라마 조연출이 그녀가 출연한 뮤지컬 ‘맘마미아’의 테이프를 작가에게 보여줬고, 그것을 본 작가는 바로 박해미를 캐스팅했다. 다양한 색깔의 연기가 가능하고, 카리스마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가의 예상은 들어맞았고, 배득이를 통해 박해미는 큰 인기를 얻게 됐다. 그는 드라마 촬영 중에는 단 한번도 작가를 만나지 못했다. 드라마가 종영한 뒤 만난 두 사람은 단번에 서로 마음을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임 작가가 드라마 종영 후에 글을 게시판에 올렸는데, 저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남겨줬어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가 통했어요. 함께 만난 임채무 선배는 임 작가 앞에서 무척 긴장하던데, 저는 오히려 편안했어요. 작가 집에서 와인 파티도 하고 그러면서 언제든 연락해서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됐죠.”
주로 개성이 강한 역할을 맡던 배우는 그 이미지를 깨기 위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박해미는 단시간에 가뿐히 그것을 뛰어넘었다. ‘도전 1000곡’이나 ‘야심만만’ 등의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솔직하고 화통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뮤지컬과 연극으로 다져온 숨겨진 연기력과 가창력이 빛을 발하면서 쇼프로그램 섭외 1순위로 손꼽힐 정도다.
“요즘 섭외가 물밀 듯이 들어와요(웃음). 특히 쇼프로에서 저를 그렇게 찾네요. 뮤지컬 ‘맘마미아’도 인기가 많았잖아요. 그때는 뮤지컬을 본 사람들만 저를 알아봤어요. 하지만 드라마를 하고 난 뒤 지방에 내려가도 저를 알아봐요. 시골 장터에 갔을 때는 한 아주머니가 검은 봉지에 이것저것 싸주시면서 ‘자경이 그만 괴롭히고 아껴줘’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드라마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때 알았어요.”
쇼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그녀의 안티팬들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도전 1000곡’에 출연해 보여준 뛰어난 가창력은 아직도 많은 이에게 회자되고 있다. 처음 프로그램 섭외가 왔을 때는 출연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로서 자존심이 한몫했다. 그런데 프로그램의 PD가 그녀를 섭외하기 위해 촬영장까지 찾아온 걸 보고는 마음을 바꿨다.
그녀는 또 한 번 드라마에 도전한다. 11월 초 방송되는 MBC-TV 시트콤 ‘거침없는 하이킥’에 정준하의 아내로 출연하게 된 것. 이번에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화통하게 웃는다.
결혼부터 죽을 때까지의 사랑 다룬 뮤지컬 ‘I do, I do’
배우 박해미에게는 또 하나의 직함이 있는데 바로 자신의 이름을 딴 ‘해미뮤지컬컴퍼니’ 대표 직함이다. 이렇게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그녀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뮤지컬 한 편을 제작했다. 바로 ‘I do, I do’라는 작품으로 남녀가 결혼식 서약을 할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모습을 그렸다. ‘I do, I do’라는 제목은 결혼 서약식에서 남편과 아내가 주례사 앞에서 외치는 ‘약속합니다’라는 말이다. 196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톰 존스의 작품이다.
신혼부터 50여 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출산, 교육, 권태기, 자식 결혼 등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에피소드가 무대 위에서 표현된다. 빠른 전개와 세련된 연출을 통해서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낼 예정이다.
“이 작품은 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6년 전에 제작했다가 사기를 당해서 올리지 못한 작품이거든요. 그때 제가 임신 중이었는데, 그 일로 검찰청까지 왔다갔다 했어요. 정말 태교 한 번 제대로 하게 만든 작품이죠(웃음).”
단 두 배우만 나와서 극을 이끌어가고, 부부간에 생기는 모든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는 작품이다. 노래와 연기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작품이기 때문에, 박해미는 배우 섭외에도 큰 공을 들였다. 박해미는 이번 뮤지컬을 제작하고, 출연도 할 예정이다. 시트콤 촬영과 방송 출연 스케줄 그리고 힘든 연기 때문에 트리플 캐스팅을 했다. 이 작품은 11월 14일부터 삼성동에 있는 KT&G 상상아트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박해미를 뮤지컬의 중심부로 이끈 작품이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이 작품에 출연하면서 그동안 고생한 아픔을 씻어낼 수 있었다. 박해미는 성악과 출신으로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무대에 선 유망한 배우였다.
1987년 졸업과 함께 서울시립가무단에 수석 합격했지만, 1988년 결혼과 함께 무대를 떠나야만 했다. 20대를 결혼과 함께 보냈고, 이혼과 함께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1993년 뮤지컬 ‘장보고의 꿈’으로 남미와 유럽 23개국을 3년간 도는 해외 투어에 참여했다.
하지만 한국에 다시 들어왔을 때 그녀는 뮤지컬 배우로 설 무대를 찾지 못했다. 당시 그녀에 대한 소문이 별로 좋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바로 ‘각시 품바’였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을 입고 무대에 뮤지컬 배우는 누더기 옷을 걸치고 무대에 올랐다. 여성 국극 무대에 서기도 했다. ‘나는 대기만성형 배우다’라며 위안을 삼으며 힘들게 버텨나갔고, ‘돈키호테’ ‘넌센스 잼보리’를 거쳐 ‘맘마미아’를 통해 그녀의 건재를 알렸다.
“하지만 여전히 저에 대한 소문은 안 좋아요(웃음). 드라마 끝난 뒤에 ‘변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꼴통’이라고 욕한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불합리하다고 느끼면 참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저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거죠.”
영원한 후원자 남편과 일곱 살 아들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점심값을 모아서 뮤지컬을 본 마니아에요. 최고의 후원자죠. 지금은 남편보다는 성재 때문에 살아요(웃음).”
박해미는 2004년 ‘맘마미아’ 공연을 시작할 때 성재를 시댁이 있는 캐나다로 보냈다.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낸 지 3개월 만에 아들을 불러들였다. 도저히 보지 않고는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재는 어느 덧 일곱 살이 됐다. 얼굴은 아빠를 닮았지만, ‘끼’는 엄마의 피를 이어받았다. 얼마 전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다. 한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있는데, 성재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진 것. 알고 보니 주방에 들어가서 주방장과 장난을 치고 있었다.
일본말을 전혀 알아 듣지 못하던 성재는 천연덕스럽게 일본인 주방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성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만 가면 “우리 엄마가 박해미인데. 내가 사인 받아줄 수 있는데”라면서 사람들 속을 휘젓고 다닌다. 그리고 떡하니 종이 몇 장을 사람들에게 받아와서 사인을 받아서 나눠줄 정도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영락없는 내 아들이다’라고 느꼈다.
“성재 네 살 때부터 ‘맘마미아’를 했잖아요. 매일매일 공연을 하니 모든 신경이 공연에 쑬려 있죠. 성재에게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일곱 살인데 아직 한글을 몰라요(웃음). 그래도 걱정은 안 해요. 성재가 엄마 아빠와 함께 다니면서 보고 배운 것이 많다고 믿거든요.
우선 초등학교는 대안학교로 보낼 생각이에요. 일반 초등학교에서는 적응을 못할 것 같아요. 남편도 동의했구요. 그래서 대안학교를 직접 가보고 왔는데, 남편이 요즘 반대를 하네요. 성재 학교 문제로 한 번 크게 싸울 것 같아요.”
박해미는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지금 그는 서른다섯 살 연하의 남자(?)에게 뜨거운 사랑을 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드라마와 뮤지컬로 성공을 거머쥔 행복한 배우 박해미. 하지만 여기가 꿈의 끝은 아니다. 그녀의 마지막 종착역은 바로 ‘토크쇼 진행’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진솔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토크쇼를 해보고 싶어요. 자신 있어요(웃음).”
■글 / 최영진 기자 ■ 사진 / 박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