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올해 안에 하겠지만, 아직은 함께 나오는 것이 부담 되네요”
또 한 쌍의 스타 배우 커플이 탄생한다. 뮤지컬계의 스타 배우인 이석준과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공연을 오가면서 연기파 배우로 사랑받는 추상미다. 5년 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 나갔고, 지난 1월 이석준이 공연 무대에서 공개프러포즈로 둘의 관계를 사람들에게 신고(?)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올가을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다.
지난 1월 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은 사랑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뮤지컬 스타 이석준(35)이 연인인 배우 추상미(34)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출연하는 록 뮤지컬 ‘헤드윅’ 공연무대에서 공개 프러포즈를 했다. 이석준은 2시간의 멋진 공연이 끝난 후 관객을 향해 긴장되는 목소리로 “오늘은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발표했다. 동료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와 ‘우리나라 만세’라는 생소한 노래를 불렀고, 이어 이석준은 “5년간 사귄 추상미씨가 다섯 살 때 만든 노래입니다. 오늘 프러포즈를 하고 싶은데, 여러분이 증인이 돼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객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추상미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배우들의 손에 이끌려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이석준은 관객 앞에서 두 사람의 훈훈한 러브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제가 5년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상미씨가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불어넣어줬습니다”라고 고백한 무릎을 꿇고 추상미에게 반지를 끼워주었다.
물론 뜨거운 키스 장면도 이어졌다. 추상미의 얼굴에는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공연장에 있던 관객들은 환호성과 함께 두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을 축하해줬다. 올가을 또 다른 스타 배우 커플의 탄생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그날 이 장면을 지켜봤던 관객들의 입을 통해서 공개 프러포즈 소식이 퍼지게 됐고, 이튿날 두 사람의 사연이 기사화됐다.
인기 최고의 뮤지컬 배우 이석준과 TV와 무대를 오가며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추상미는 연기력과 가창력을 인정받는 배우들이기에 그들을 아끼는 팬들과 공연계 관계자들은 두 사람의 결혼 소식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한 연예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해 두 사람의 만남부터 프러포즈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두 사람은 2000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상대역으로 처음 만났다. 당시 이 작품에는 조승우도 출연했는데, 이석준은 무명에 가까운 뮤지컬 배우였기에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조승우에게 쏟아졌다. 공연 들어가기 전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서로 잘 통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가장 먼저 알게 된 배우가 조승우였지만, 비밀을 지켜줬다고.
이들은 결혼 계획에 대해서 “올가을쯤”이라고 대답했다. 공개 프러포즈 이후 추상미의 소속사에서도 “결혼식은 이번 가을쯤에 할 것 같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뮤지컬 ‘블라더 브라더스’ 이후 인기 높아져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연이 기사화된 후에 많은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은 함께 나오는 것이 부담 된다”면서 인터뷰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지만, “프러포즈에 대해서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기자는 이석준이 출연하는 뮤지컬 공연장을 찾아갔다. 4명의 남자 배우가 주인공 ‘헤드윅’을 돌아가면서 연기하기 때문에, 이석준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출연한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뮤지컬 배우 이석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좌석을 꽉 매운 관객의 열기로 공연장은 후끈했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은 자리에서 ‘앵콜, 앵콜’을 외쳤다. 땀에 흠뻑 젖은 이석준이 관객의 요청에 또 다른 멋진 노래로 보답했다. 공연이 끝나고 30분 후 분장을 지우고 모자를 눌러쓴 이석준이 나타났다.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던 10여 명의 팬은 사진 촬영과 사인을 요구했고, 이석준은 친절한 모습으로 일일이 응해줬다. 팬들의 사랑을 받는 배우의 행복한 모습, 그 자체였다.
이석준은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후에 1997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시작으로 ‘라이프’ ‘안녕 비틀스’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2004년)에서 해설자 역으로 출연해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연기력과 가창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 후 옥주현과 함께 ‘아이다’에 출연했고, ‘이아고와 오셀로’라는 정극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는 조승우와 오만석 등 스타의 산실인 뮤지컬 ‘헤드윅’에 출연해 많은 팬을 소극장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추상미는 얼마 전 종영된 화제의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말자 역으로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줬다. 영화와 TV를 통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공연계에서는 일찍부터 인정받은 연기파 배우. 그녀의 아버지는 ‘빨간 피터의 고백’으로 연극계의 신화가 된 故 추송웅이다. 오빠 추상록씨와 함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우로 활동 중이다. 추상미는 홍익대 불문과 졸업 후 1994년 극단 무천의 연극 ‘로리타’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두 사람의 결혼은 공연계에도 색다른 기대를 불러오고 있다. 두 사람이 남편과 아내로서 같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에 보여준 두 사람의 멋진 앙상블은 결혼 이후 더욱 애틋해지고 아름다울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기 때문이다. 많은 팬은 두 사람이 한 무대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바람도 있으리라.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이성원·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