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함께 공연하며 가족의 정 확인한 조서연·조승우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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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초반에 대판 싸우고 말도 안 했어요. 그 이후에 더 친해졌죠”


뮤지컬 배우로 연기력과 노래 실력을 인정받은 조서연, 그리고 ‘말아톤’ ‘타짜’ 등 말이 필요 없는 배우 조승우. 이들 남매가 뮤지컬 ‘렌트’로 한 무대에 선다. 조승우는 주인공 ‘로저’ 역을, 조서연은 그의 친구 ‘머린’ 역을 맡았다. 누나와 동생이 함께한 공연은 그들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단다. 공연 시작 D-1일, 리허설에 한창인 ‘조 남매’를 만나봤다.


뮤지컬 함께 공연하며 가족의 정 확인한 조서연·조승우 남매

뮤지컬 함께 공연하며 가족의 정 확인한 조서연·조승우 남매

남매의 좌충우돌 ‘공연(共演)’ 이야기
남매는 화려했다! 누나 조서연은 일찌감치 연기와 노래에 꿈을 품고 뮤지컬 배우가 됐다. 그 모습을 본 동생은 조용히 뮤지컬에 대한 열망을 조금씩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조승우는 연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스승 같은 존재가 바로 누나였다고 말한다. 한편, 누나는 알아서 자신의 할 일을 해나가는 동생이 자랑스럽다. 영화배우로 데뷔하자마자 뛰어난 연기력으로 톱스타가 됐고, 무대에 서면 카리스마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동생이 어느새 이렇게 컸나 믿기지 않을 정도다.

조서연·조승우 남매가 뮤지컬 ‘렌트’를 통해 한 무대에서 만났다. 뮤지컬이라는 한정된 분야에서 서로 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가족이 함께 연기하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보통 사람들의 생활에 적용해보면 같은 직장에서 선후배로 일하는 것과 같은 건가? 아무래도 참 불편할 것 같다.

“어색하죠. 승우가 집에서 나와 독립했거든요. 같이 살지 않으니 더 어색해져버렸어요. 그래서 연습 전에 제가 작업을 해뒀죠. 전화도 하고 친해지려고 노력도 하고…(웃음).”

“연습 초반에는 누나와 대판 싸웠어요. 그렇지만 싸우고 나니 가족의 끈끈한 정을 더 느끼게 됐죠.”

남매가 서로 성격이 너무 달라 의견 차이로 다툰 거라고 조서연이 말한다. 동생 조승우는 어릴 때부터 어른스러웠다. 그에 비해 자신은 서른을 넘은 지금도 철이 안 든 것 같다며 웃는다.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다. 서로 얼굴도 안 쳐다볼 정도로 싸웠지만 결국 화해해 더 친해진 계기가 됐다.

“특히 제가 나잇값을 못하는 바람에 승우가 되게 싫어하거든요(웃음). 그래서 나중에는 동생 앞에서 성숙한 척 좀 하느라 힘들었어요.”

“그건 아니에요. 저는 누나의 무대를 보면서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웠어요. 어떻게 보면 제 가장 큰 스승인걸요.”
조승우는 누나와 함께 연기하는 것이 불편할 줄 알았다. 그러나 오히려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 좋은 점이 더 많다. 단, 연인 역할로 출연의뢰가 들어왔다면 부담스러워 수락하지 않았을 거란다.

“저는 처음 의뢰가 들어왔을 때 안 하려고 했어요. 동생이 워낙 잘나가다 보니 누나가 낙하산으로 출연하는 거란 말을 듣기 싫었죠.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오히려 진짜 제 실력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뮤지컬 함께 공연하며 가족의 정 확인한 조서연·조승우 남매

뮤지컬 함께 공연하며 가족의 정 확인한 조서연·조승우 남매

사실 동생과 함께 공연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조서연은 공연을 하루 앞두고 폐렴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지난 작품이었던 ‘지하철 1호선’도 단독 캐스팅으로 6개월 동안 연속 공연한 ‘철인’이었는데 말이다. 잘나가는 동생 덕분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쓴 탓이었다.

“동생과 함께하는 작품이라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신경이 좀 예민해 있었어요. 그래서 병이 찾아왔나 봐요. 욕심을 버리고 초연하니 몸이 좀 회복이 되더라구요.”

그녀는 현재 입원한 상태다. 공연이 있는 날은 ‘외출’로 병원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병원 치료를 받는 식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처음엔 가벼운 감기인 줄 알았는데 조승우가 빨리 입원해 검사를 받아보라 성화를 부려 폐렴이란 걸 알게 됐다.

“승우가 걱정을 많이 했죠. 걔가 가라고 안 했으면 전 아마 병원 문턱도 안 갔을 거예요. 그저 몸살인 줄 알았거든요. 큰일 날 뻔했죠.”

그녀는 동생과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은 한정돼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의지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그만큼 남매의 ‘공연(共演)’은 그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매진을 몰고 다니는 배우, 조승우
‘렌트’는 비단 두 남매뿐만 아니라 조승우의 무대를 기다린 팬들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가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작품인데다 소극장 뮤지컬이기 때문에 그의 숨결을 좀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것이다. 조승우가 출연하는 티켓분이 25분 만에 모두 매진되는 기록적인 일이 벌어졌다.

“배우로서 표가 잘 팔리면 좋지요. 그렇지만 부담일 때도 있어요. 특히 표가 경매 사이트 같은 데 올라와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나빠요. ‘욕먹는 것은 나 아닌가’ 하구요.”

또 아직 연습 중임에도 불구하고 표가 다 팔렸다는 소식은 배우로서 중압감을 더한다. 무대가 작아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는 건 아쉽지만 ‘렌트’는 그가 학창 시절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뮤지컬 자료를 수집하는 게 취미였어요. 그중에서 거의 모든 장르가 다 들어 있는 ‘렌트’가 참 매력적이었죠. ‘지킬 앤 하이드’ ‘헤드윅’ 모두 그 당시에 접한 것들이에요.”

그간 조승우가 했던 연기는 평범을 넘어 파격적이었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 다중인격, ‘헤드윅’에서는 트렌스젠더, 이번 ‘렌트’에서는 에이즈 환자 역이다. 일부러 고르지 않고서야…! 조승우 본인도 이상한지 웃음을 터뜨린다.

“이상하게 내적 갈등을 겪는 역이 더 수월해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카르멘’ 같은 신파 쪽 연기도 했죠. 역할을 골라서 하는 것보다 열정과 순수성을 갖고 연기하려 노력해요.”

조승우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것. 그는 무대에서 더 빛나는 사람이다. 인터뷰가 있던 날은 첫 공연을 시작하기 하루 전이었다. 그는 묘한 긴장감을 동반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어떤 영화 관련 인터뷰에서보다 즐거워하고 많이 웃고 편해 보였다.

“제가 여태까지 했던 인터뷰를 통틀어 오늘 인터뷰가 가장 분위기 좋고 편한 자리였어요. 비록 노래 부를 때 박수는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요(웃음).”

조서연도 마지막으로 친절한 조언을 곁들인다. 공연 보러 올 계획이 있다면 가능하면 평일에 오란다. 아무래도 주말은 배우들이 지쳐있다고.

“평일은 쌩쌩하게 노래가 잘되는데요. 이상하게 주말이면 다들 100% 실력 발휘가 안 되더라구요! 기자님, 되도록 평일에 놀러오세요~.”

귀여운 누나 조서연과 어른스런 동생 조승우. 남매는 서로 ‘다르다,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 가장 큰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해한다는 점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신시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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