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떠나간 ‘미녀 삼총사’ 멤버 개그우먼 김형은

천국으로 떠나간 ‘미녀 삼총사’ 멤버 개그우먼 김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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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녀의 웃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지난해 말, SBS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 코너 ‘미녀 삼총사’ 멤버들의 급작스런 교통사고 소식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중에서도 김형은은 다른 멤버들보다 유난히 부상 정도가 심했다. 그녀는 회복을 기원하는 많은 이들의 바람을 뒤로 한 채, 이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올해 스물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난 김형은을 추억한다.


울지 마세요
“사랑스럽고 귀엽고 성실한 개그맨으로 기억할게요”
천국으로 떠나간 ‘미녀 삼총사’ 멤버 개그우먼 김형은

천국으로 떠나간 ‘미녀 삼총사’ 멤버 개그우먼 김형은

지난 1월 10일 자정을 넘긴 시각,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김형은(26)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새벽 1시경,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지 25일 만의 일이다. 사고 당시 목 부위를 크게 다쳐 7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던 그녀는 한때 회복세를 보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과다출혈로 인해 혈압이 떨어져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2층에 마련된 김형은의 빈소에는 엄숙한 기운이 흘렀고, 환하게 웃는 김형은의 영정 사진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새벽부터 시작된 동료 연예인들의 조문 행렬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한국코미디언협회장인 엄용수는 김형은에 대해 “사랑스럽고, 귀엽고, 성실한 후배였다”고 기억했다. 그는 “형은씨는 부모님 병 간호에도 열성을 다했던 효성스러운 딸이었어요. 그녀가 천국에서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엄용수의 말처럼 김형은은 연로하신 부모님에 대한 효성이 남달랐다. “내년 초에는 꼭 돈을 모아 부모님께 해외여행을 보내드리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한편 김형은의 빈소에는 의외의 조문객도 많았다. 김형은과 사석에서 한 번의 만남도 가진 적이 없는 신동엽, 박미선, 송은이 등의 개그계 선배들이다. 빈소를 찾은 선배 개그맨들은 하나같이 열심히 노력하던 후배, 김형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굳은 얼굴로 빈소를 찾은 신동엽은 “친분은 없지만 김형은씨가 열심히 하는 걸 늘 지켜보고 있었다. 참 능력 있는 후배라고 생각했다. 꽃다운 나이에 숨을 거뒀다는 것 자체가 너무 속상하다.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가슴 아파했다. 송은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녀를 봐왔는데, 어린 나이에 참 열심히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던 박미선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을 뿐, 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 사고 전날 김형은과 라디오 프로그램을 같이 했다는 노현희는 그 슬픔이 더 큰 듯 보였다.

“제가 형은씨에게 프로그램에 고정 게스트로 나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형은씨도 잘해보겠다고 대답했어요. 공연을 보러 오라는 말에 그러겠다고 서로 문자 메시지도 주고받았고 요. 형은씨의 발랄한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전화하면 받을 것 같은데….”라며 그녀는 끝말을 맺지 못했다.


편히 쉴게요
“내 가슴에 담고 살게. 멀리서나마 지켜봐줘”

천국으로 떠나간 ‘미녀 삼총사’ 멤버 개그우먼 김형은

천국으로 떠나간 ‘미녀 삼총사’ 멤버 개그우먼 김형은

김형은이 숨을 거둔 지 이틀 뒤인 지난 1월 12일 새벽 5시에 영결식이 시작됐다. 서울 아산병원에서 한국코미디언협회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은 김형은을 보내는 유가족과 동료 개그맨들의 눈물로 침통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그녀의 활동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상영되자 영결식장은 곧바로 눈물바다가 되었다. 스크린에 새겨진 “김형은, 그녀와의 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녀의 웃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라는 자막이 모두의 가슴에 아픔을 가져다준 것이다. 이어 개그맨 강성범과 이종규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이날 영결식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정선희, 김기욱, 윤택, 김태현, 김신영 등 그녀와 함께했던 많은 개그맨들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행렬은 SBS 등촌동 공개홀에서 멈춰섰다. 생전에 고인이 활동했던 곳에서 간단히라도 노제를 지내기 위함이었다. 고인의 시신은 이후 경기도 벽제 승화원에서 화장된 뒤 경기도 고양시 청아공원에 안치됐다.

이날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 중이던 ‘미녀 삼총사’의 심진화는 무릎을 다쳐 걷기조차 힘든 상태임에도 고인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미녀 삼총사’의 또 다른 멤버인 장경희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여서 병상에서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김형은과 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장경희는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 네가 가는 길을 배웅하지 못해 미안하고 또 미안해. 우리가 밤을 새워서 계획했던 미래를 내 가슴에 담아두고 살게. 멀리서나마 지켜봐줘”라는 내용의 편지를 전했다.


고마워. 잘 있어
고인의 영정 들고 마지막까지 함께한 남자친구

김형은의 사고 소식을 듣고 가족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마음 아파했을 이가 있다. 바로 김형은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매니저 박용원씨다. 그가 남자친구였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니, 사고 후 그를 처음 보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사고 소식을 듣고 김형은을 만나기 위해 병원을 찾았을 때였다. 당시 그는 “아직 정확한 진단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인데, 몇몇 언론에서 ‘전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는 보도를 했더라구요. 좀더 지켜봐야 하니 섣부른 보도는 하지 말아주세요”라며 “아마 형은이도 그걸 원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그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으로 “교회에 다니지 않던 제가 오늘 생전 처음으로 교회를 찾았습니다. 모두 형은이를 위해 기도해주세요”라며 간곡히 부탁했다.

매니저 박용원씨는 김형은의 소속사 개그스테이션 관계자로 김형은이 사고 후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그녀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정성껏 돌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두 번 있는 중환자실 면회를 위해 하루 종일 기다리고, 김형은의 가족까지 챙겼다. 측근들은 박씨의 건강을 염려해 쉴 것을 제안했으나 그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천국으로 떠나간 ‘미녀 삼총사’ 멤버 개그우먼 김형은

천국으로 떠나간 ‘미녀 삼총사’ 멤버 개그우먼 김형은

한동안 “형은이가 대답으로 눈도 깜빡이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기도 한다”고 말했던 박용원 매니저. 그는 병세를 묻는 기자들에게 “어제보다 눈동자의 움직임이 더 좋아진 것 같다”며 희망만을 이야기했다.

김형은의 빈소를 찾은 날, 매니저 박용원씨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초췌한 모습의 그는 전보다 부쩍 야위어 보였다. 마음고생이 오죽 했을까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김형은의 아버지와 함께 고인의 임종을 지켜봤다는 그는 영결식 날, 고인의 영정을 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현재 김형은이 영면에 들어간 청아공원에는 그가 김형은에게 선물한 뿔테 안경과 목걸이가 놓여 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여러 번 연락했으나 그는 매번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어요.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모두 잘 지내세요
오는 2월 15일 졸업과 동시에 문학사 학위증 받는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사고 당시 김형은이 타고 있던 차량을 정밀 감식 중이다. 강원도 평창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에 따르면 “김형은씨가 사망함에 따라서 이번 사고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닌 사망 사건이 돼 절차를 밟는 중”이라며 “1월 말이나 돼야 정밀 감식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김형은 측의 한 관계자가 “사고 당시 과속하지 않았고, 빙판길이 아니었다”고 진술해 사고의 원인이 차량 결함일 가능성이 제기되어 온 것을 보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김형은이 멤버로 소속된 ‘미녀 삼총사’의 음반을 제작한 하은엔터테인먼트 김성광 이사는 그녀에 대해 “착하고, 마음이 여리고, 일에 대한 욕심이 대단했다”고 기억했다.

“형은이는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노래와 춤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항상 새벽 4~5시까지 연습을 했어요. 연습실이 화곡동이었는데, 그 시간에 화곡동에서 월계동까지 택시를 타고 갔어요. ‘매니저 힘들다’고 먼저 들여보내면서 말이죠. 그렇게 한결같이 6개월 이상을 연습했어요.”
김성광 이사는 김형은의 부모님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형은이 부모님을 몇 차례 만났어요. 부모님은 ‘이렇게 된 건 누구 탓도 아니다. 마음 쓸 필요 없다. 마음의 짐 갖지 말라’고 말씀하세요. 그 누구보다 가장 힘드실 텐데, 오히려 다른 멤버들이나 매니저 등 회사 식구들 걱정을 더 하세요. 합의는 오늘(1월 19일) 중에 잘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현재 ‘미녀 삼총사’의 향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후 병상에 누워 있는 다른 멤버들의 치료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미녀 삼총사’의 후속곡과 뮤직비디오 공개 시기도 아직까지 정확히 결정되지는 않았다.

한편, 김형은은 오는 2월 15일 졸업과 동시에 문학사 학위증을 받게 됐다. 동국대학교 99학번인 그녀는 연예활동을 병행하느라 졸업 작품을 제출하지 못해 그동안 졸업이 유보된 상태. 이에 동국대학교에서 김형은을 졸업으로 인정해 학사학위를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졸업장은 병상에 누워서도 “학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는 김형은에게 가장 의미 있는 마지막 선물이 될 것이다.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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