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제 생애 가장 행복한 날입니다”
사회 봉사와 MC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개그우먼 김미화가 재혼했다. 그녀는 전남편의 폭력으로 이혼한 아픔을 갖고 있던 터. 좌절을 딛고 일어난 새 출발이기에 세간의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그녀와 함께 제 2의 인생을 설계할 동반자는 성균관대 윤승호 교수다. 그와의 첫 만남과 재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은 그녀를 만났다.
‘자상하고 배려심 많은 성격에 재혼 결정’
지난 1월 3일, 자신의 토크쇼 프로그램 녹화장에서 만난 개그우먼 김미화(43)가 재혼 소식을 전했다. 김미화는 평소와 달리 조심스런 표현으로 새 출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쑥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 낯설다. ‘순악질 여사’로 대변하는 김미화의 이미지는 언제나 강하고 당당한 여성이었다. 이혼의 아픔을 겪은 이후 행보를 봐도 그렇다. 그녀는 오히려 전보다 더 많이 대중 앞에 섰다.
뒤늦게 들어간 대학 전공을 살려 다양한 복지 사회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해왔다.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건 방송 프로그램을 세 개나 진행하고 있을 만큼 아픔을 딛고 일어난 강한 여자다. 그런 그녀가 비로소 여인의 소박한 행복을 찾으려는 모양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녀의 모습은 쌍춘년의 그 어떤 신부보다 아름다웠다.
“제 나이에 좋은 사람을 만나기 힘든데, 재혼을 하게 됐네요. 두 사람 모두 두 번째 인연이라 설레기보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든든한 기분이에요.”
김미화와 새로운 인생을 함께할 상대방은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윤승호씨(48)다. 그도 이혼 후, 대학생 남매를 두고 있다고 한다. 첫 만남은 5년 전에 이뤄졌다. 당시 김미화가 홍서범·조갑경 부부와 자주 어울리곤 했는데 그 자리에서 홍씨의 친한 친구 윤 교수와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단다. 그땐 단순히 아는 사이였는데, 김미화가 이혼한 뒤 홍서범 부부가 오작교 역할을 하며 김미화에게 적극적으로 재혼할 것을 설득해온 것. 그녀는 윤 교수가 여생을 함께 해도 될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의 문을 열었다.
“졸지에 교수 사모님이 됐네요(웃음). 처음 만났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6개월 전쯤 마음이 바뀌었어요. 다른 시선으로 보기 시작하니 사람이 좋아 보이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교제도 하게 됐어요.”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단다. 노소 불문하고 연애 감정은 모두 같은 것. 그녀는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수줍어하는 그녀를 향해 내친김에 프러포즈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녀는 윤 교수의 자상하고 배려심 많은 성격이 가장 맘에 들었다. 특히 그녀의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재혼을 결정한 것.
“재혼은 좀더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게 사실이죠. 취미가 통하는지, 공통점이 있는지. 인품이나 성격을 제일 많이 보게 되지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잘 살 수 있을지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했어요.”
다행히 그녀의 아이들은 엄마의 새 출발을 흔쾌히 축하해줬다. 게다가 두 집안의 아이들은 서로 몇 번의 왕래를 하더니 이제는 곧잘 ‘언니, 오빠’라 호칭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재혼에는 아이들이 가장 우선
‘아이들을 위해 남편과 당분간 떨어져 지낼 예정’
그녀가 재혼을 결정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아이들 문제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허락이 가장 먼저 필요했고 혹여 ‘엄마의 선택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큰아이가 중학생이고 작은아이가 초등학생입니다. 한창 예민할 시기여서 엄마가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는 것에 대해 상처받을 수도 있을 거란 걱정을 했어요. 그렇지만 다행히 아이들이 찬성해주더군요. 알고 지내던 사람이니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오히려 저에게 용기를 줬어요.”
한 달 전쯤인가? 그녀가 출연한 아침 프로에서 시골에 새로 지었다는 전원주택이 소개됐다. 결국 그것은 결혼 후 남편과 살기 위한 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혼 후, 곧장 살림을 합칠 예정은 아니라고 한다. 아직 학생인 아이들 때문에 당분간은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다.
“결혼을 해도 아이들과 저는 서울에 있을 예정입니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새로 지은 경기도 전원주택에서 살 거예요. 물론 서로 자주 왕래는 할 예정입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대학에 들어가 자연스레 자기 생활을 찾을 때, 그때 남편과 합쳐도 늦지 않을 거 같아요.”
그녀는 가정이 안정된 만큼 그간 해왔던 봉사활동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앞으로 좀더 삶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한다.
“이제 스트레스 덜 받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함께 인생 길을 걸어갈 동반자를 만나 기뻐요. 요즘 프로그램을 세 개나 맡고 있어 몸은 힘들지만 사랑을 해서 그런가요? 마음은 참 가볍습니다(웃음).”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을 굳이 떠들썩하게 하고 싶지 않았단다.
“저는 드레스를 입어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저 집안 어른들께 정중히 인사드리는 걸로 정했어요. 나이든 사람들이 처음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치러야죠.”
신혼여행도 오는 2월 미국 공연을 남편과 함께 가는 것으로 대신할 예정이란다.
조촐하게 치러진 두 사람의 결혼식
‘그녀의 딸이 직접 쓴 편지 낭독’
지난 1월 5일 낮 12시, 서울 장충동 국립국악원 내 한식당에서 김미화·윤승호씨의 조촐한 결혼식이 열렸다. 양가 가족과 친지 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함께 점심식사를 겸한 시간이었다. 양가 친지들 이외에 연예인 하객으로는 이들을 부부의 연으로 맺게 해준 홍서범·조갑경 부부만 참석했다. 특히 홍서범은 조촐하게 열린 이날 결혼식의 사회도 맡아 끝까지 두 사람의 만남을 축복해줬다. 그의 아내 조갑경도 ‘늦게 만나 결혼하는 만큼 두 사람이 더욱더 행복하길 바란다’는 축하인사를 건넸다.
이날의 신랑 신부는 턱시도와 웨딩드레스 대신 심플한 검정색 양복과 흰색 치마 정장을 입었다. 부케도 화려한 신부용 대신 하객용 꽃으로 장난스레 급조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어떤 결혼식 커플보다 행복해 보였다.
“제 생애 가장 행복한 날입니다.”
결혼식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던 김미화가 쑥스러워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말을 고백했다. 그리고 김미화의 딸은 직접 쓴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을 갖기도 해 그녀를 세상에게 가장 행복한 신부로 만들었다.
그녀가 지난 과거의 아픔은 모두 잊고 새 출발을 했다. 그녀를 아는 주위 사람들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그녀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우먼이 이혼한 것은 치명적인 굴레로 작용할 수 있었다(비록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더라도). 그러나 그녀는 이혼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고 당당하게 일어섰다.
또 개인의 안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복지단체 모임에 참여하고 봉사활동으로 주위의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어왔다. 의지와 노력, 끈기가 없었다면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다. 좌절을 이겨내고 새로 출발하는 그녀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이성원·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