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아이들의 미소가 너무도 그리웠습니다”
아이들의 우상으로 통하는 ‘짜잔형’ 권형준이 2년여 만에 다시금 아이들 곁으로 돌아왔다. 최근 개편된 ‘TV 유치원 하나둘셋’에서 그는 ‘팜팜’ 역으로 예전처럼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도 춘다. 녹화장에서 만난 권형준의 얼굴에는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기쁨에 웃음과 미소가 끊일 줄을 몰랐다.
명동 한복판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정장으로 쫙 빼 입은 네 살짜리 꼬마의 고고 춤판을 보기 위해서다. 똘망똘망한 눈에 귀여운 외모의 아이는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에 맞춰 멋드러지게 춤을 춰 보이고 있었다. 누가 시켜서 춤을 춘 상황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당돌한 아이의 모습에 웃으며 박수로 아이를 응원했다. 관객 사이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이의 아버지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명동에서 고고춤을 췄던 네 살짜리 아이는 현재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한 집안의 가장이 돼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달라진 것은 네 살 때는 어른들 앞에서 귀엽게 춤을 췄지만, 지금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앞에서 춤을 춘다는 사실. 아이들은 그가 나오면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EBS ‘방귀대장 뿡뿡이’의 ‘짜잔형’이었던 권형준(38)은 아이들의 친구였고 우상이었다.
6년간 ‘방귀대장 뿡뿡이’를 진행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2005년 8월 말 자의반 타의반으로 ‘짜잔형’을 그만두게 됐다. 그 소식이 전해지면서 얼마나 많은 엄마와 아이들이 ‘짜잔형을 돌려달라’며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지 모른다. 권형준 자신 또한 ‘곧 돌아가겠지’ 예상했다. 하지만 ‘방귀대장 뿡뿡이’와의 인연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후로 2년, ‘짜잔형’ 권형준은 오랜 공백을 깨고 KBS ‘TV 유치원 하나둘셋’의 ‘팜팜’ 역으로 다시금 아이들 곁을 찾았다.
“그동안 아이들이 너무나 그리웠습니다.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짜잔형’을 할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그만두니까 제가 그 일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알겠더군요. 새로운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다시 서니 두렵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인기나 돈을 떠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하다 보면 더 큰 사랑 받을 날이 꼭 올 거라는 걸 전 믿습니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정성을 다했던 ‘방귀대장 뿡뿡이’. ‘짜잔형’을 그만둬야 했을 때 그래서 더 마음고생이 심했다. 당시 그는 아이들에게 그만둔다는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였다. 곧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녹화가 있던 요일에는 스케줄을 몽땅 비워둔 채 전화기 앞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기다리던 전화는 끝내 걸려오지 않았다.
그의 당시 활동 모습이 담긴 ‘방귀대장 뿡뿡이’의 DVD와 비디오는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하지만 정작 그는 무대를 내놔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진 셈이다. 그런 그를 돕겠다는 지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프로그램과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에 대한 걱정으로 조용히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당시를 회상하는 그의 눈가가 또다시 촉촉히 젖어든다.
하지만 꼬마 팬들은 그를 그대로 방치해두지 않았다. 역사가 깊은 ‘TV 유치원 하나둘셋’의 새 진행자로 그가 영입된 것. 권형준의 출연과 함께 프로그램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가장 큰 변화는 뮤지컬 형식의 도입이다. ‘판을 벌리는 사람’이라는 뜻의 ‘파니파니’가 나와서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금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걱정되는 것이 많아요. 스태프, 진행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할 수 있죠. 녹화 분량이 많아 아직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좀처럼 부족해 걱정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믿고 있어요. 함께 진행하는 오나라씨는 뮤지컬 대상을 받았던 배우라서 노래와 춤 실력이 뛰어나요. 리아는 14세밖에 안 됐지만, 재능이 많이 엿보여요. 이제 우리 세 사람이 마음만 잘 맞추면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듯해요.”
다니엘 헤니, 김영철과 함께 영화 ‘미라클’에도 캐스팅
권형준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 탓인지, 외모만으로는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다. 연극배우 출신의 김은주씨를 만나 7년 전 결혼했고, 올해 8세, 4세 된 두 아들을 둔 아버지기도 하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1994년 록 뮤지컬 ‘헤어’를 통해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우연히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보고 반한 뒤론 극단 ‘학전’의 단원이 되기도 했다.
“‘지하철 1호선’을 보고 감명 받았어요. 학전이라면 제가 배우는 게 많겠다 싶었죠. 학전에 들어간 후에는 대부분 학전 작품만 했어요. ‘의형제’ ‘개똥이’ ‘지하철 1호선’ 등의 작품에 참여했지요. ‘의형제’는 제가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탄 작품인데, 출연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해요.”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는 권형준을 배우로 만들어준 소중한 은인이다. ‘방귀대장 뿡뿡이’를 그만두고 힘들어하는 그를 무대에 올라가게 한 사람이 바로 김민기 대표였다. 해외 공연에 함께 참여하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속앓이를 하나둘씩 치료해낼 수 있었다. 그는 뮤지컬을 넘어서 SBS ‘토지’, MBC ‘네 멋대로 해라’ 등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는 처음으로 영화 ‘미라클’에도 캐스팅됐다. 다니엘 헤니와 김영철, 그리고 안석환과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권형준이 맡은 역할은 ‘악역’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느낌이 다른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배우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 저의 숙제입니다. 어린이 프로그램 MC를 하고 있다고 배우 하지 말란 법 있나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듯해요.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로빈 윌리엄스의 경우에도 아이들 프로를 많이 했지만, 배우로서 인정을 받고 있잖아요. 아직은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해 쉽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4세 때부터 남다른 ‘끼’를 보여준 권형준은 학창시절도 남다르게 보냈다. 중학교를 다닐 때는 카세트를 틀어놓고 길거리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비보이’의 1세대인 셈이다. 기자의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고 답하고, 차분히 이야기하는 지금의 조심스런 그의 성격을 볼 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배우로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가 처음으로 어린이 프로그램과 인연을 맺은 것은 결혼 직전이었다. 방송국의 제의로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에게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몰랐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오래할지도 몰랐고, 저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못했어요. 차츰 몸으로 부딪히다 보니 저에게 잘 맞는 일이구나 알게 됐던 거죠. 결혼을 한 후에는 더욱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좋아졌구요. 여전히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은 남다릅니다. 어린이 프로그램이 지금보다 더 많이 생겨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배우 권형준의 역할도 잘 해내고 싶습니다.”
‘짜잔형’은 많은 아픔을 겪은 후에 ‘팜팜’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돌아온 ‘팜팜’형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그의 품에 허물없이 안기고, 장난치는 아이들 속에서 권형준은 제 집을 찾은 듯 편안한 모습이었다. 어린이와 코드를 맞추고 사는 그의 예의 천진난만한 생활이 오래도록 계속되길 기원해본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