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의 대표 여배우, 염정아가 지난 12월 30일 결혼했다. 상대는 정형외과 의사 허일씨. 두 사람은 2005년 말부터 결혼을 전제로 교제해왔고 지난 9월 중순경, 결혼을 공식화했다. 모든 이의 부러움을 샀던 선남선녀 커플의 결혼식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지난 12월 30일, 배우 염정아가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외과 전문의 허일(36)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성격뿐 아니라 외모까지 완벽한 두 사람의 만남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청춘남녀들의 부러움을 샀다. 어느 누가 아깝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서로에게 딱 좋은 천생연분 커플이었기 때문이다. 염정아는 깐깐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순하고 소박한 성품의 소유자. 그
래서 주변 배우들에게 연기자로서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배우다. 그리고 정형외과 의사인 허일씨 역시 환자들 사이에서 잘생기고 유머 감각이 풍부한 의사로 정평이 나 있다. 게다가 평소 옷차림도 스타일리시해 여성 환자들에게 인기도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영화계를 이끄는 여 배우 중 한 명인 염정아의 짝으로 손색이 없는 상대인 것이다.
해를 넘기지 않으리란 각오였을까? 두 사람은 2006년을 가까스로 걸친 날짜인 30일에 식을 올렸다. 그 탓에 결혼식은 연예계의 각종 연말 시상식 날짜와 겹쳐 연예인 하객들의 지각이 속출했다. 이날 하객으로는 유호정, 김선아, 홍학표, 임하룡, 김미숙, 정경호 등 연예인들과 방송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염정아는 결혼식 내내 마냥 신이 난 듯 웃기만 했다. 친정 부모에게 인사를 할 때조차 그녀는 만면에 미소뿐이다. 너무 좋아 ‘시집가는 서운함’도 잊은 행복한 신부의 모습이었다.
두 가문의 귀한 만남
염정아의 예비 신랑 허일씨는 이미 알려진 대로 서울 강남구 C병원의 원장이다. 이곳은 몇몇 의사들이 지분을 모아 공동 인수해 지난 해 새로 개원한 병원으로, 허씨는 그곳에서 정형외과 의사겸 원장으로 있다. 식에 참석한 가까운 지인에게서 그의 가정환경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육군 장성 출신인 아버지 허정구씨 밑에서 검소함을 가풍으로 한 엄격한 교육 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염정아 역시 금융계 회사 중역이던 아버지 염도현씨와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 성기화씨 사이에서 태어나 여유로운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녀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마트에서 생필품 사기’라고. 화려한 연예활동을 하는 사람치고는 참 소박한 취미다. 신랑 쪽 가족들은 그녀의 조용하고 소박한 성품에 특히 흡족해했다. 염정아는 한때 결혼 후, 은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낭설로 밝혀졌다. 그녀는 시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적극적인 외조를 받으며 연기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염정아 부케의 주인공은 남자?
이번 결혼식에 특이한 점은 ‘부케’였다. 결혼식이 끝난 뒤 염정아가 결혼식을 앞둔 하객에게 부케를 던지는 시간. 그런데 신부 뒤에는 웬 남자가 서 있는 게 아닌가. 부케의 주인공은 영화 ‘타짜’를 흥행시킨 최동훈 감독이었다. 최 감독은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염정아와 함께 작업한 인연으로 부케를 받게 됐다고 한다. 그는 쑥스러운지 다소 멋쩍은 표정으로 신부가 던져준 부케를 한 번에 받는 데 성공했다. 하객들도 연신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축가는 최근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탁재훈이 불렀다. 그는 노래 부르는 무대는 오랜만이라며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2년 만에 노래를 부르게 돼 떨리네요. 염정아씨의 부탁을 받고 망설였지만 결혼식을 축하해주고 싶어 용기를 냈어요.”
그는 5집 앨범의 수록곡 ‘사랑해’를 부르며 이들의 앞날을 축복했다. 사회는 ‘오래된 정원’에서 함께 연기한 동료배우 지진희가 맡았다. 그는 실제로 모범적인 결혼 생활을 꾸리고 있어 평소 지인들의 결혼식 사회 의뢰를 많이 받는 편이다. 그러나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에 간곡히 거절해온 터였는데, 이번에는 염정아와의 돈독한 친분으로 마이크를 잡게 됐다고. 그는 ‘염정아가 준비된 신부로 신랑은 대단한 행운아’라며 그녀의 결혼을 축하했다.
두 사람의 신접살림은 신랑의 병원과 근접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아파트에 차려졌다. 새신부 염정아는 신혼의 단꿈을 맛볼 겨를도 없이 2007년 활동을 시작한다. 현재 영화 ‘오래된 정원’이 개봉 중이며, 영화 ‘내 생애 최악의 남자’의 후반 작업과 홍보활동을 앞두고 있기 때문. 또 김광훈 감독의 ‘톰과 제리’라는 영화에도 이미 캐스팅된 상태.
염정아가 결혼식 이후 쉼 없이 촬영을 불사한 이유는 모든 작품이 놓치기 아까울 만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친구로 지내던 대학동창 염정아와 탁재훈이 하룻밤 사고로 결혼을 하고 난 후에서야 이상형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또 ‘톰과 제리’에서는 소심한 양아치(유해진)를 쫓는 막무가내 아줌마 형사 역할을 맡았다.
염정아는 두 작품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반해버렸단다.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로맨틱 코미디이고 ‘톰과 제리’는 아줌마 형사 캐릭터가 너무나 새로웠다. 염정아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너무 좋은 작품들이어서 욕심을 냈다”며 “바쁜 스케줄에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팬과 가족들의 사랑을 두 배로 받게 될 염정아. 아무쪼록 그녀가 일과 가정생활 모두 똑소리 나게 해내는 아내이자 배우로 거듭날 2007년을 기대해본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박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