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몸과 마음을 충전했다. 이제 연기로 모든 걸 말할 터”
SBS-TV 금요드라마 ‘소금인형’으로 연기 활동을 재개한 황수정. 변함없는 미모와 더욱 날씬해진 모습으로 공중파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녀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연기로 평가받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모든 것은 황수정, 그녀 자신에게 달렸다.
지난해 말 왁스의 뮤직비디오 ‘사랑이 다 그런 거니까’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한 황수정이 몇 차례의 컴백 시도와 무산의 아픔을 딛고 SBS-TV 금요드라마 ‘소금인형’으로 브라운관 복귀 티켓을 따냈다. 지난 1월 5일 드라마 제작발표회를 통해 모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황수정. (한 인터넷 매체의 기자에 따르면) 2001년 11월 13일 마약투여혐의로 구속된 이후 ‘5년 1개월 23일’만의 외출이다.
‘소금인형’의 주요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본 뒤 자신의 연기를 본 소감을 묻자 “나이가 보이네요”라고 답하며 잠시 웃음지은 황수정은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아서 어색했지만 점점 예전의 감을 되찾고 있다고 했다.
“드라마 복귀를 위해 따로 준비한 건 없어요. 쉬는 동안 영화도 보고 책 많이 읽으며 그렇게 지냈죠. 5년간 공부를 많이 한 거 같아요. 예전에는 살기 바빠서 제 연기 모니터할 새도 없이 그렇게 보냈는데 말이죠.”
그러나 ‘불친절한 수정씨’는 기억에 남는 책과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자 “사람마다 좋고 싫은 취향이 다른데 여기서 제목을 언급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며 들려주지 않았다. 힘이 되어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가족이라고 답하며 다소 시선이 흔들리는 듯했으나, 이내 가다듬는 모습에서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그녀의 남다른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크림색 블라우스와 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황수정은 간혹 진행자의 농담에 웃음지을 뿐 시종일관 차분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또 어떠한 질문에도 단답형의 대답을 내놓아 기자들은 매번 질문을 던질 때마다 ‘길게 혹은 자세하게’라는 부연설명을 덧붙여야 했다. 다소 격앙된 감정을 노출할 법도 한 난처한 질문에도 황수정은 좀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사전에 준비해놓은 듯한 모범답안만을 계속해서 읊어대는 느낌이었달까? 그 의연함과 차분함은 어쩌면 오랜 감내의 세월, 그녀가 눈물로 갈고 닦았을 내공의 정도를 말해주는 것인지도 몰랐다.
구원군으로 나선 이는 극중 남편으로 출연하는 김영호. 이번 드라마로 처음 호흡을 맞춘다는 그는 “황수정씨는 생각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었다. 식성도 비슷하고 까탈스럽지 않아서 함께 다니기도 편했다. 오히려 여배우라고 신경 써주면 불편해하더라”고 말하며, “나도 5년 전이 잘 생각나지 않는데, 그냥 다른 연기자들처럼 수정씨도 연기자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기운을 실어줬다.
찬반 논란 속에도 드라마는 안정적인 시청률 기록
“5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섰을 때는 신인 때처럼 떨렸다”고 말했듯이, 기자들의 뜨거운 취재 열기를 한 몸에 받는 것이 가시방석에 앉은 것과 같았겠지만 “열심히 하겠다”로 일관하고 ‘사과, 후회, 유감’의 멘트를 언급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쓰디쓴 경험으로 미루어 자신의 진심이 얼마나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었겠지만 말이다.
4일 뒤인 1월 9일, 황수정이 촬영 중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추운 날씨에 비를 맞는 장면을 촬영하느라 무리한 탓이라고 했다. 다음날 황수정은, 수의를 입은 사진과 필로폰을 투약하는 모습을 패러디한 사진 등이 게재되는 것을 방치해 인권이 침해되고 명예가 훼손됐다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운영업체 NHN을 상대로 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 1월 12일 ‘소금인형’의 첫 방송 시청률(TNS 통계 결과)이 1회 14.2%, 2회 15.3%를 기록하며 한숨 돌리는 듯했으나, 드라마 게시판에는 황수정의 연기력에 대한 비난과 옹호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노이즈 마케팅’의 성공이냐며 드라마 게시판에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드라마의 전개상 또 하나의 논란거리가 예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사의 기로에 선 남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을 짝사랑하던 남자와 동침을 감행하는 극중 황수정의 역할은 도덕성 논란을 피해 가기 힘들 전망이다. 주인공의 이미지와 잘 맞아서 황수정을 캐스팅했다고 말한 박경렬 PD가 차소영의 결단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낼지, 또 황수정은 시청자와의 폭 좁히기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소금인형’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나눈 황수정과의 컴백 인터뷰 일문일답
지난 5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
잘 지냈다. (더 자세하게 얘기해달라) 다들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듯이 잘 지냈다.
활동 재개에 따른 논란이 많았는데.
일단 다시 드라마로 복귀하고 연기자로 인정받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지금은 ‘소금인형’에 몰두하고 여러분께 극중 역할 차소영으로 다가가고 싶다.
예전에 잘못 전해졌던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있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다 알게 될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그동안의 상황을 안 좋게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연예활동을 하면서) 나름 열심히 했지만 그로 인해 심신이 지쳐 있었고, 재충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5년이라는 시간은 내게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건 당시 ‘나는 더 이상 연예인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연기가 내 길이라고 깨닫게 해준 분들이 바로 (취재진들 향해) 여러분이다. 여기 오신 많은 기자분이 나를 연기자로 다시 돌아오게 했다. (무슨 의미인가)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여러분이라고 했는데, 여론이 당신의 복귀를 원한다고 생각했나.
그것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예전의 청순한 이미지가 그대로다.
예쁘게만 보이는 것보다 연기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여러 차례 드라마 출연을 시도했다가 반대 여론에 번복한 적이 있는데, 차라리 연예계를 떠나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거니와 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5년 이상을 기다렸고 더 긴 시간이라도 기다렸을 것이다. 좋은 감독님과 연기자를 만나게 되어 타이밍이 아주 좋았던 것 같다.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이성원·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