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드라마 속 여 황제로 변신한 명세빈

국내 최초 드라마 속 여 황제로 변신한 명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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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에게 명령하는 게 익숙지 않아
자꾸만 존댓말이 튀어나와서 큰일이에요”


그녀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고개 숙여 뒷걸음질치고, 제아무리 선배라도 공손하게 존댓말을 건넨다. ‘궁S’에서 드라마 최초로 여 황제 역할을 맡은 명세빈은 모처럼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기분 좋은 촬영에 한창이다. 비밀스런 여 황제의 사랑에 대해 살짝 털어놓은 ‘세빈 마마’와의 인터뷰.

국내 최초 드라마 속 여 황제로 변신한 명세빈

국내 최초 드라마 속 여 황제로 변신한 명세빈

위엄 있는 여 황제 역할에는 명세빈이 제격
뚜렷하다 못해 날카로운 이목구비에 대문자 S라인 몸매를 가진 ‘이기적인’ 외모의 여 배우들 사이에서 명세빈(31)은 자칫 밋밋해 보일런지도 모른다. 절대적인 ‘요즘 미인형’과는 번지수가 살짝 다를지언정, 배우로서는 제법 훌륭한 조건을 갖춘 듯 보인다. MBC-TV ‘궁S’의 황인뢰 PD는 “왜 화인 여 황제 역에 명세빈을 캐스팅했느냐”고 묻자 당연하다는 듯 반문했다. “어울리지 않아요?”

기성의 냄새가 덜 나는 배우를 물색하다가 명세빈을 떠올렸다는 황 PD는 “황족의 소양을 겸비하고 자애심을 갖추는 것이 첫 번째 요건이었는데, 명세빈의 부드러운 이미지 저편에 여 황제에 걸맞는 위엄이 있었다. 드라마에서도 잘 표출됐다”고 전했다.

명세빈이 아주 굵직한 역할로 활동을 재개했다. 마치 ‘황실에서 오신 분’임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번쩍이는 골드체인 액세서리를 목에 건 그녀는 ‘궁S’의 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도 여유 있는 매너로 현장 분위기를 리드했다. 배우가 흥에 겨워 연기를 하면 화면에서도 그 즐거움이 읽힌다. 이번 작품이 명세빈에게 딱 그렇다.

10개월 전 방송된 MBC-TV ‘내 인생의 스페셜’에서 사법고시 수석합격·사법연수원 수석졸업이라는 이력이 무색할 만큼 실수를 연발하는 여 검사 역을 맡았을 때도, 3년 전 MBC-TV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덜렁거리는 방송사 사회부 기자 역을 맡아 내숭을 걷어낸 연기를 선보였을 때에도 사람들은 한결같이 의외라고 했다.

그녀의 변신을 다룬 기사에는 늘 ‘청순한 이미지와는 영 딴판’이라는 사족이 붙었다. 덕담이라도 건네듯이 배우 명세빈의 대표 이미지는 순수라고 규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베테랑 황인뢰 PD는 그녀를 두고 기존 드라마의 이미지가 강하지 않은 배우라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세빈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일까.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서 너무 좋았어요. 왜 어려서 공주나 왕자가 되는 걸 한 번씩은 꿈꿔보잖아요. 촬영장에서 제가 걸어가면 마치 바닷물이 쫘악 갈라지듯 사람들이 양갈래로 비켜서고, 화려한 궁중 복식에 왕관까지 쓰니까 진짜 여 황제가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한편으로는 움직일 때마다 서걱거리고 길이가 길어 쉽게 밟히는 의상이 불편하기도 하고, 드라마에서 여 황제의 모습을 처음 보는 시청자에게 재미를 드려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요.”

철저한 고증과 현대적인 창의성으로 재해석된 디자이너 이영희의 의상을 입고 위엄을 뽐내는 명세빈.

철저한 고증과 현대적인 창의성으로 재해석된 디자이너 이영희의 의상을 입고 위엄을 뽐내는 명세빈.

2007년 대한민국은 여제 입헌군주국이라는 설정에서 시작된 ‘궁S’에서 명세빈은 선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섭정과 외압에 시달리는 반쪽 실권의 군주로 등장한다. 여 황제라는 이유로 황실 보수파의 공격을 받는 그녀의 상황이 바로 ‘궁S’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된다.

분노를 속으로 삭이면서 20년 동안 숨겨져 있던 황실 핏줄인 중국집 배달원 이후를 궁으로 불러들여 황태제로 거듭나게 만드는 주인공이 바로 화인 여 황제다.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전편 ‘궁’의 해맑은 주인공들과 달리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사는 캐릭터다. 게다가 사극 출연 경험이 전무한 명세빈에게는 행동거지부터 어투까지 쉬운 것이 하나 없다.


결혼이요? 매일매일 하고 싶죠
“궁중 언어가 입에 잘 안 붙었어요. 절도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듯 다양한 뉘앙스를 녹여내야 하거든요. 처음엔 명령조의 대사가 입에 익지 않아서 선배들과 연기할 때는 나도 모르게 존댓말을 해서 NG를 냈죠. 드라마 촬영을 거듭하다 보면 존댓말을 해야 할 자리에서 반말을 하지나 않을까 몰라요(웃음).”

황인뢰 PD에겐 ‘궁S’의 성공을 위해 명세빈이라는 배우가 반드시 필요했다. 주요 주연 배우들이 모두 연기력 검증이 채 안 된 신인이다 보니 내심 불안했던 것. 가수 출신의 세븐과 강두, 이제 막 영화 한 편을 마친 허이재와 여고생 탤런트 박신혜까지, 젊다기보다는 ‘어린’ 후배들과 천호진, 오미희 등의 중견배우들 사이에 위치한 명세빈은 드라마의 조화로운 분위기를 이끌어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셈이다. 다정다감한 그녀의 품성도 캐스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신인이지만 자연스럽게 연기를 잘 하는 분들이라 어려움이 없어요. 양순의라는 허이재씨의 사랑스런 캐릭터에 강두씨의 카리스마, 박신혜씨의 멋진 이미지가 어우러져 정말 멋진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가 크네요. 세븐씨는 이후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 있는데 심지어는 애드리브까지 하더라니까요(웃음). 선배라고 해서 도움을 줄 게 없을 정도예요.”

KBS2-TV ‘웨딩’과 ‘내 인생의 스페셜’을 몰아치듯 마치고 10개월간 브라운관을 떠나 있었던 명세빈은 여행을 다니며 모처럼의 휴식을 만끽했다. 미국 여행 당시 촬영한 사진이 한때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꾸준히 해오던 봉사 활동을 통한 재충전의 시간도 가졌다. 특히 이번 작품을 대비해 체력을 비축해두겠다는 심산으로 운동에 힘을 쏟기도 했다.

“10개월을 쉬어서인지 ‘궁S’ 첫 촬영을 나가서는 마치 신인처럼 떨렸어요. 선배가 연기 못 한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이 되더라고요. 집에서도 어머니를 상대로 대본 연습을 자주 했어요(웃음).”
그러고보니 ‘궁S’에 출연하는 네 명의 ‘어린’ 배우들은 핑크빛 화살표를 날려대며 사랑의 열기를 뿜어대는데 여 황제의 로맨스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다. 침묵을 지키는 명세빈을 대신해 황 PD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듯 말문을 열었다.

“물론 있습니다. 여 황제에게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있어요.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구도에서 힌트를 따왔죠. 상대로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거예요. 누구인지는 비밀입니다(웃음). 이후 역의 세븐이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특별한 로맨스에 이끌려 출연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그저 미소만 지었던 명세빈은 결혼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 “매일매일 하고 싶죠”라고 답했다. 역시 그녀에게는 ‘해피엔딩’이 어울린다.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이성원 그룹에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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