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최명길이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MBC-TV 아침 드라마 ‘내 곁에 있어!’의 주인공을 맡은 것. 첫 방송을 앞두고 제작발표회 현장에 모습을 보인 그녀는 조금 긴장한 눈치였다. 연기자로 한 남자의 아내로,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최명길의 요즘.
새벽 6시면 일어나 아이들 가방 챙기는 엄마
드라마 ‘내 곁에 있어!’의 제작발표회가 있던 지난 3월 7일도 마찬가지였다. 그 전날 밤샘 촬영으로 자정이 넘은 시각에 집에 돌아왔건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아이 사랑에 밤샘 촬영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최명길은 새벽 6시에 일어나 아이들 가방과 옷을 챙겨놓았다고 한다. 작은아들 어진이를 유치원차에 태워 보내고 나서야 그녀만의 외출을 준비했다. ‘연기자 최명길’로의 변신 말이다.
드라마 촬영을 하는 연기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게 마련. 오랜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최명길은 어려움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몸이 조금 힘들어요. 아무래도 2년 만에 하는 드라마 촬영이다 보니 그런가 봐요. 또 정신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잖아요. 뇌는 하나인데 그걸 몇 개로 더 쪼개야 하니…. 신경 쓸 부분이 늘어났으니 당연히 더 힘들지요.”
최명길의 아이 사랑은 각별하기로 소문나 있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도 그녀는 아이 얘기만 나오면 “정말 예뻐요!”라며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여러 편의 드라마 출연을 제의받았지만 번번이 거절한 것도 아이들 때문.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손길이 유난히 더 필요한 시기가 있다. 최명길 역시 어진이, 무진이에게 중요한 시기를 놓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이에 연기활동을 보류한 것이다.
‘천생 여자’ 역으로 이미지 변신 나서
최명길의 달콤한 휴식에 종지부를 찍게 한 작품은 다름 아닌 MBC-TV 아침 드라마 ‘내 곁에 있어!’다. 드라마 출연은 2년 만이지만 MBC-TV에 출연하기는 7년 만이다. 그녀의 드라마 출연 결정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대부분의 드라마가 남녀간의 사랑을 얘기하잖아요. 하지만 ‘내 곁에 있어!’는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을 담고 있어요. 그 점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은 부모 자식 간의 끈끈한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드라마 주제뿐만이 아니다. 최명길의 마음을 움직인 데는 드라마 속 캐릭터도 큰 몫을 차지했다. 그녀는 이번 드라마 속에서 부드러운 이미지의 여성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최명길은 이번 드라마에서 어쩔 수 없이 두 아이를 버리고 재가한 뒤 모정을 품고 사는 여자, 장선희 역을 맡았다. 장선희는 은주와 은호의 엄마다. 고등학교 때 학원 강사에게 첫눈에 반한 장선희는 집을 나오면서까지 그 학원 강사와 결혼한다. 남매 둘을 낳고 살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에 힘들다. 그러던 중 친정엄마에게 이끌려 집으로 돌아간 장선희는 엄마의 바람대로 선을 보고 시집간다. 의사 남편에 부잣집 맏며느리로 살아가는 지금은 세상 남부러울 것 없이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한편 엄마로부터 버려진 남매, 은주와 은호의 삶은 불행 그 자체다. 둘은 술과 방탕, 노숙자의 삶으로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가는 아버지 밑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
드라마 내용으로만 보면 최명길은 악역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최명길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저는 이 드라마에 악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장선희는 매우 순수한 여자예요. 젊은 시절 너무 순수하기 때문에 사랑에 미치고, 그 남자와 결혼까지 해요. 또 너무 순수하게 자신의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버리고 재혼까지 하는 거구요. 이러한 상황은 엄마의 딸에 대한 사랑과 딸의 엄마에 대한 사랑이 합쳐져 낳은 결과일 뿐이에요. 저는 세상일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이 어떤 상황에 처하든, 저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이거든요. 세상을 살다 보면 이 드라마 속 상황처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일도 있으니까요.”
최명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함께 자리하고 있던 임채무가 “그건 이기적인 발언이고, 자기 합리화일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취재진은 물론이고 최명길 역시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극중 자식들의 모습 보면 가슴 아파
임채무는 드라마 속에서 소아과 전문의, 민용기로 등장한다. 자상하고 다정한 민용기는 말 그대로 바른생활 사나이. 장선희가 결혼했었다는 사실, 두 아이를 낳고 자신과 결혼했다는 사실은 꿈도 꿀 수 없는 남자다. 아내의 배신은 그의 인생을 통째로 흔들기에 충분하다.
한편 최명길과 임채무의 특별한 만남이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속에서의 부부 인연만 벌써 세 번째인 것. 둘의 부부 인연은 17~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18년 전이었어요. 그 당시 방영된 아침 드라마에서 최명길씨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요. 그 후에도 한 번 더 있었구요. 최명길씨가 결혼하기 전에 두 번 그랬고, 결혼 후에는 지금이 첫 번째네요.”
최명길은 이번 드라마에서 20대인 딸과 아들을 둔 엄마다. 최명길이 실제 두 아이의 엄마이기는 하지만 20대인 자식을 둔 엄마 역할은 처음이라 힘든 점이 있을 것 같았다.
“성년이 된 자식을 둔 엄마 역할은 처음이에요. 사극을 제외하구요. 사실 제 아이들이 서너 살이 됐을 무렵 이번과 비슷한 역할을 제안받은 적이 있어요. 성년이 된 자식을 둔 엄마 역 말이에요. 그 당시에는 감당이 안 되더라구요. ‘내가 과연 그 역할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은 하지 않기로 했지요. 이번에는 좀 달랐어요. 그때보다 아이들이 더 자랐고,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지금은 드라마 촬영 초반. 아직은 최명길이 그녀의 자식 은주, 은호와 함께 촬영하는 장면이 많지 않다. 최명길은 대본 속의 은주, 은호와의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래서 힘들기까지 할 정도라고. 최명길은 시청자들도 그런 마음을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07 대선과 드라마 출연은 무관해
최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최명길의 남편 김한길 의원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내조는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최명길은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못 박았다.
“작품 선택은 어디까지나 제가 해요. 지금 상황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를 생각한 뒤 드라마 출연을 결정하지요. 아이들 아빠는 드라마 출연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아요. 대선과 드라마 출연은 아무런 상관이 없답니다.”
이 말을 들은 임채무는 “최명길씨는 드라마 하는 동안은 내 부인”이라며 “딴 남자 얘기는 하지 말라”고 취재진에게 호통(?)을 쳐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세상엔 같은 모습의 사람이 없다. 하물며 일란성 쌍둥이도 다른 모습이지 않던가. 모든 사람들은 그 생김새대로, 그 성격대로 다르다. 하지만 단 하나 같은 게 있다. 바로 자식을,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식을 기르는 마음, 부모에게 잘하고 싶은 마음은 이 세상 누구나 똑같다.
‘내 곁에 있어!’에는 두 가족이 나온다. 두 번 결혼한 여자, 최명길의 과거와 현재의 가족들이다. 드라마는 이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얘기하려 한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 마음이 전달되기를, 그래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기대해본다.
■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이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