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 공개하고 대중속으로 한 걸음 더 가수  바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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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은 곧 제 인생과 다름없어요. 제 개인사와 음악이 하나가 되어
여러분이 제 음악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래요”


바비킴이 천주교 주보에 어린 시절의 개인사를 연재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이방인이어서 힘든 시절을 보냈다는 그는 믿음과 음악의 힘으로 모든 것을 극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솔직한 ‘바비만의 음악’으로 다시 우리 앞에 섰다.


“Follow Your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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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킴의 음악은 아프다. 그가 들려주는 비트와 멜로디는 춤을 추고 싶게 만들 만큼 신이 나기도 하지만 낭만적인 멜로디에 얹은 목소리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느낌이 살아 있다. 슬픈 가사를 담담하게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는 때론 바람처럼 살랑거린다. 바람처럼,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읊조릴 뿐이다. 그래서 더 아프다.

“‘이 노래를 이런 장르로 만들어야겠다’고 미리 생각하고 음악을 만들지는 않아요. 느끼는 대로 하다 보니 ‘어, 이건 보사노바다. 이건 대중적인 발라드다’라고 다 만들어놓은 뒤에 생각하게 되고, 여러 가지 음악이 나오죠.”

음악을 만들기 전에 미리 작전을 세우지는 않는다. 바비킴은 ‘느낌대로’ ‘솔직하게’ 간다. 부담을 가지지 않고 음악을 만들다 보니 이번 앨범의 작업은 여유로웠다.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그대로 하게 됐다. 다 버리고 마음을 비웠다.

바비킴의 음악을 ‘솔(Soul)’이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장르를 나눠 설명하는 것은 애매한 점이 있다. 솔이라는 장르만 해도 그렇다. 많은 사람이 솔을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솔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애매한 점이 있어요. (가슴을 가리키며) 그냥 여기서 나오는, 마음에서 나오는 음악이에요. 그 안에는 R&B도, 펑키도, 디스코도 있어요. 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바비킴 음악’ ‘바비가 하는 음악’이에요.”

자유롭게 만든 이번 앨범에서는 특히 ‘파랑새’가 애착이 간다. 최악의 슬럼프로 괴롭고 외로울 때, 밑바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일 때 쓴 노래가 ‘파랑새’다. 당시의 마음이 그대로 노래에 녹아들었다.

“어떤 노래를 만들어도, 어떤 코드로 만들어지는 건지도 몰라요. 정말 느낌대로 간다는 것은 그런 겁니다. 노래가 다 나온 다음에야 알게 돼요.”

솔로 앨범을 만들 때는 계속 이런 느낌으로 작업할 계획이다. 장르에 구속받지 않고, 모든 부담으로부터 자유롭게. 그래서 다음 앨범에는 또 어떤 음악이 나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음악이든 당시의 바비킴이 그대로 느껴질 것이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이방인’이었던 바비킴
바비킴이 두 살 되던 해 그의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의 아버지 김영근씨의 음악 활동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어렵고 힘든 것은 바비킴이나 그의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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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철저하게 이방인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짓궂은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다. 미국 아이들은 바비킴을 ‘칭크(Chink: 중국인을 비하해 부르는 속어)’라고 부르며 놀려댔다.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말하면 그들은 ‘다 똑같다’며 무시했다. 싸움도 많이 했다. 가슴에 쌓인 스트레스가 심해진 뒤에는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덩치 큰 선배들과도 싸웠다.

“그렇다고 제가 다 이긴 건 아니고요. 승률은 반반이었죠(웃음). 지금 생각하면 그냥 어린애들이 뚱뚱한 애들 놀리는 것처럼, 그런 거였어요.”

지금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아시아의 힘이 세계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동양인 스타도 많고 국제적인 교류도 늘었다. 하지만 옛날에는 달랐다. 백인, 흑인, 남미인, 중국인 이렇게 네 인종으로 분류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심지어는 동양인 사이에서도 한국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놀림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그는 여전히 이방인이었다. 한국인이었지만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몰랐다. ‘배고파’ ‘안녕’ ‘김치’같은 기본적인 낱말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바비킴을 싫어하거나 놀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 ‘나는 다르구나’라고 느꼈다.

바비킴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보에 그가 힘들어했던 지난 시절을 담담하게 쓰고 있다. 다음은 그의 두 번째 글로 1995년 가을의 극적인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방송을 마치고 이동하는 길이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고 식은땀이 나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숨 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때 바비킴을 괴롭혔던 정서는 ‘공포’였다.

간신히 집으로 가서 어머니께 ‘기도해달라’며 매달렸다. 일시적으로 안정을 되찾기는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당시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목소리가 그를 괴롭히는 듯했다. 그때 그를 잡아준 것은 ‘믿음’의 힘이었다.

신부님은 ‘네 안에는 세 명의 바비가 있단다. 아기 바비, 지금의 바비, 그리고 미래의 어른 바비야. 지금 아기 바비가 울고 있어. 그 아이를 좀 보살펴주는 게 좋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일단 바비 너는 괜찮다고 자신에게 얘기해라. 힘들 때는 괜찮다고, 나는 강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당시의 어려움은 어린 시절의 상처가 충분히 치유되지 않은 채 한국에 와서 같은 이유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자신을 위로한 적이 없었다.

“그때까지 한번도 자신을 위로한 적이 없었던 거예요. 난 눈 색깔이 왜 이럴까, 피부색이 왜 이럴까 생각하기만 했죠. 거기서부터 쌓여온 것 같아요.”

믿음으로 안정을 되찾은 다음에는 모든 면에서 가식이 없어졌다. 음악도 솔직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비킴 자신에게 솔직해진 것이 그를 안정시켰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를 괴롭혔던 사람들도 이해하고 용서하게 됐다.


개인사 공개하고 대중속으로 한 걸음 더 가수  바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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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음악으로
“노래 한 곡 한 곡에 제 인생이 다 들어가 있어요. 앨범은 제 인생 이야기나 다름없죠. 제가 살면서 느낀 것들, 겪은 일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지금의 바비킴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더 이상 지하철역에서 공연할 필요도 없다. 이번 앨범은 특히 칭찬을 많이 들었다. ‘10년 뒤에 들어도 좋은 앨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날아갈 것 같았다.

음악 활동이 여의치 않았던 데뷔 초기의 그는 먹고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다. 영어 테이프를 녹음하기도 하고 TV 드라마 엑스트라, 유아 TV 프로그램의 영어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 필요는 없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재미도 있었어요. 애들이랑 즐겁게 지냈죠. 지금도 무슨 일을 하든 즐기려고 해요.”
하지만 바비킴은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고생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대신 ‘꿈을 간직하고 있다면 그 꿈을 향해 도전해보라’고 말한다.

“인기나 돈이랑은 관계없어요. 진짜 꿈, 그건 큰 거잖아요. 그래서 ‘꿈’이라고 하는 거고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집니다. 그건 확실해요. 노력하는 것은 나쁠 것도, 손해 볼 것도 없습니다. 더 강해지겠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해 갈등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급해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우정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부모님과, 남자친구와, 여자친구와. 기쁠 때나 우울할 때나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그런 우정. 우울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마음을 털어내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바비킴은 인터뷰에서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대중과 함께 나누면서 그들과 공유하는 느낌이 음악과 일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밝혔다. 앨범에 실려 있는 노래에도 조금 더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비의 개인사와 음악이 하나가 되기를 말이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박형주 장소 협찬 / 홍대 클럽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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