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꿈은 거의 포기 상태죠. 사업만으로도 정신이 없어요”
개그계의 젠틀맨, 박수홍(38)이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것도 웨딩 컨설팅. 연예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노총각. 그가 자신의 머리는 깎지 못하지만, 다른 커플들의 웨딩 컨설팅 하나는 자신 있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사업을 통해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는 박수홍을 만나 사업과 방송에 대한 진지한 속내를 들어봤다.
1991년 개그맨으로 처음 데뷔한 박수홍. 개그개의 신사, 친절맨, 호남형 개그맨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그는 MBC-TV ‘일요일 일요일 밤에’, SBS ‘좋은 친구들’ ‘야심만만’ 등 각종 인기 프로그램에 섭외 0순위로 캐스팅될 정도로 재치 있는 입담, 겸손한 태도로 사랑받아왔다.
그가 방송 데뷔 16년 만에 처음으로 외도를 했다. 지난 2월 ‘라엘 웨딩’이라는 웨딩 컨설팅 업체를 차리고, 당당히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 방송 활동만으로도 만족스러워 보였던 그가 사업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우선 제가 결혼을 해야 하는 나이고, 결혼에 관심이 있었다”면서 장난스럽게 말을 시작했지만 알고 보니 중요한 계기가 있었다.
“2005년 5월, SK에서 주최하는 장애우 분들 결혼식 사회를 본 적이 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미뤄왔던 결혼식을 하면서 가족들이 기뻐서 울고, 웃는 모습에 무척 감동을 받았어요. 그동안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개그맨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지만, 웨딩 컨설팅도 그에 못지않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특히 박수홍은 2005년 SBS-TV ‘결혼 할까요’를 비롯해 최근 종방된 KBS-TV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의 진행을 맡는 등 유독 커플 연결 프로그램과 인연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웨딩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됐다는 것.
이왕에 할 거면, 연예인이라고 이름만 걸어놓는 ‘무늬만 사장’이 아니라,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단다. 특히 박진홍, 박수홍, 박준홍 3형제가 모두 함께 투자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박수홍이 약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2월 오픈한 ‘라엘 웨딩.’ ‘라엘’은 ‘하나님께 속한 자’라는 뜻으로 박수홍이 며칠 동안 성경책을 뒤적거리며 찾아낸 이름이다. 그는 이름이 만족스럽다며 매우 흡족해했다.
청담동에 자리한 숍은 웨딩 업체답게 따뜻하고 럭셔리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인테리어가 무척 예쁘다”고 말을 건넸더니 박수홍은 “웨딩 컨설팅 업체 중 인테리어를 이렇게 잘 꾸며놓은 곳은 없을 것”이라며 “커튼 하나도 직접 고를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고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았다.
“주변에서 사업에 소질 있다고 하던데요. 하하”
평소 개인 명함이 없는 연예인들과는 달리 명함을 건네는 기자에게 ‘대표이사 박수홍’이라고 찍은 명함을 내놓는다. 연예인에서 CEO로 변신한 박수홍.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
“어휴… 많이 생소했죠. 처음에는 명함을 만드는 것도 반대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대표’로 명함을 만들자고 했죠.”
‘대표’라는 이름에 익숙해지면서 박수홍에게도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방송에서는 매사에 절제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는데, 사업을 시작하면서 원래 자신의 성격이 나오더라는 것. O형에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 이런 새로운 모습에 박수홍 자신도 상당히 반가운 듯했다.
이어 그는 본인이 사업을 하면서 기쁨을 얻기 때문에 연예인들의 부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한 가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장인정신도 좋죠, 저도 16년 동안 한길만 걸어왔으니까요. 저한테 이 사업은 운명처럼 다가왔어요. 방송과 사업을 병행하면서 ‘이 힘든 걸 왜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하지만 사업을 놓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재미’와 ‘성취감’ 때문이에요. 또 새로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주변에서 ‘너 사업에 소질 있다’고 말해요. 열심히 하니까 그런가 봐요. 그래서 다른 연예인들이 부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맞춤형 웨딩으로 웨딩문화 바꾸고 싶어요”
웨딩 사업 하면 이미 선발주자로 선전하고 있는 아이웨딩 네트워크의 김태욱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창업하는 데 김태욱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냐고 물었다. 이에 박수홍은 “선발 업체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은 당연하고, 벤치마킹을 안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배울 수 있는 부분은 배우고, 독자적으로 하고 싶은 부분은 차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박수홍이 차별화하고 싶은 전략은 무엇일까. “우리의 전략은 바로 ‘맞춤형 결혼’이에요. 우리나라 예식문화는 어딜 가든 천편일률적이잖아요. 이게 너무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특징을 살리면서 결혼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예식을 진행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하우스 웨딩’이나 ‘선상 웨딩’ 등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특별한 장소의 결혼식을 꾸며주는 거죠.”
즉, 우리나라의 예식문화를 바꾸는 부분에 차별화된 전략을 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수홍이 의도하는 대로 맞춤형 결혼을 진행하는 것은 일반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 들어가야 할 듯싶었다.
박수홍 역시 “가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고객들이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며, 자신 있는 미소를 지었다.
“저희가 고급 웨딩, 차별화된 맞춤형 웨딩을 지향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다소 가격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가격의 차이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객들이 서비스와 제품의 질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저희를 믿어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또 협력 업체도 ‘라엘 웨딩’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정한 몇 곳으로 선정했단다.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다수의 업체들과 손을 잡기보다는 제품과 서비스가 확실히 보장된 소수의 업체들로만 구성하겠다는 것.
웨딩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정도밖에 안 된 박수홍. 하지만 그의 CEO 마인드는 그 누구보다도 뚜렷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이런 자신감은 지난 16년 동안의 방송 활동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 방송도 그랬거든요. 처음에는 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으셨죠. 하지만 제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고, 연습이 되어 있으면 시청자들이 기다려주시더라고요. 그리고 결국 기회를 주셨어요.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자신감을 갖고 모든 것을 잘 준비해놓으면, 저만의 차별화를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어 그는 현재 한국 웨딩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도 잊지 않았다. “현재 웨딩시장은 기업화, 포털화, 클리어화되어 있지 못해요. 저는 ‘정직’을 최선의 무기로 생각하고, 그런 문제점을 고쳐나가고 싶어요.”
“경림이 결혼 소식 듣고 기분이 묘했어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예인 커플은 바로 박경림-박정훈 커플. 특히 박경림은 박수홍과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박경림을 본인이 직접 웨딩 도우미 해주는 소감은 어떨지 궁금했다.
“사실 경림이가 처음 결혼 이야기를 저한테 꺼냈어요. 평소에도 거의 친오빠나 마찬가지였고, 마침 제가 이 업종에서 일을 하니까 제일 먼저 의논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경림이의 결혼 소식에 제 기분은 좀 미묘했어요. 앓던 이가 빠지는 느낌이랄까.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할 텐데…라는 걱정을 이제 안 해도 되잖아요(웃음). 한편, 경림이도 저렇게 행복한 결혼을 하는데 난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한 기분도 들더군요.”
박경림의 예비 신랑은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박경림과 스캔들 났던 남자들 중에서 박수홍씨가 가장 신경이 쓰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에 박수홍은 “나도 기자회견장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벌써 15년째 경림이와 친하게 지내니까 그런 소문이 났는데, 정말 오누이 같은 사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그는 경림이가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났다며 예비 신랑의 성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림이가 처음 결혼할 친구를 데리고 왔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저도 의심은 했어요. 경림이가 연예인이니까 무슨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그 뒤에도 여러 번 만나는 것을 지켜봤는데, 그 친구가 경림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배려해준다는 것을 느꼈죠. 100점 중에 120점을 주고 싶어요. 사실, 그동안 경림이가 만났던 사람을 모두 봤어요. 그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친구였거든요(웃음).”
이렇게 오랜 시간 아끼던 박경림을 시집보내기 위해 박수홍의 준비는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고 꼼꼼하다. 직원들에게도 ‘고객’이 아니라 ‘내 여동생’이 시집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틈틈이 주지시키고 있을 정도. 수익은 아예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고 있단다.
“저는 운명을 믿어요. 언젠가 인연을 만나겠죠”
이렇게 친한 박경림도 시집을 가는데, 박수홍은 도대체 언제쯤 결혼을 하는 것일까. 올해 38세이면, 노총각 중에서도 꽤 늦은 나이. 이에 대해 박수홍은 “전 지금 연애까지 하면 죽어요”라고 웃으며 다소 절망적인 이야기를 내놓았다.
“저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꿈을 이루는 게 너무 힘들어요. 솔메이트를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꿈은 거의 포기 단계죠. 참 결혼과는 인연이 없었어요. 특히 요즘에는 사업까지 시작한 터라 물리적인 시간상 도저히 연애할 시기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결혼을 안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모든 게 때가 있다고 믿을 뿐. 그동안에는 좋은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
“저는 운명을 믿어요. 마흔이 넘어도 때가 되면 좋은 사람을 만나겠죠. 주위에서 저보고 눈이 높은 것 아니냐고 물으세요. 그런데 제 이상형은 평범해요. 하얀 피부에 눈이 처져야 되고, 너무 마르면 안 돼요. 그런데 아직 그런 분을 못 만난 것뿐이에요. 저와 ‘인연’이 닿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좀 더 적극적으로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이제는 시간만 허락된다면, 소개팅을 해볼 의향이 있다”고 답한다. 하지만 진짜로 적극적으로 배우자를 찾는 것은 아마 2~3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는 역시 ‘회사’ 때문이다.
“내 꿈은 ‘개그맨(?)’이 되는 것!”
만약 몇 년 뒤 회사가 기반이 선다면, 그가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버리고 사업에만 집중할까 궁금했다.
이에 대해 박수홍은 딱 잘라서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저는 방송만 할 겁니다. 방송은 제 인생의 업이고, 사업은 새로운 도전과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어 그는 자신의 꿈을 여전히 ‘개그맨’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개그맨인데, 도대체 왜 꿈이 개그맨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그는 아직도 본인이 개그맨이 아니라고 표현했다.
“저는 그동안 늘 옆에서 ‘부드럽게 말하고, 크게 들어주는 역할’을 했어요. 남을 웃기는 역할보다 웃어주는 역할을 한 거죠. 물론, 그런 부분도 중요하고 필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도 진정으로 남을 웃기는 ‘개그맨’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또 그는 그동안 상복이 없었기 때문에 상도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박수홍이 진짜 바라는 것은 바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게 궁극적인 목표죠. 자신의 일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물질이든 명예든 성과가 주어졌으면 해요. 오랫동안 방송도 하고, 사업하면서 정직하게 돈도 많이 벌고 싶어요.”
‘돈’에 대해서도 참 솔직하게 말한다고 생각하던 참에 “돈이 있어야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그가 하고 싶었던 것은 합창단이나 공연팀을 만들어서 전국 각지에 공연을 다니는 것이다.
“공연 문화의 혜택을 못 받고 사는 어린이들을 위한 전국 순회 공연을 꼭 하고 싶어요. 지금도 각종 단체에서 그런 요청이 들어오면, 시간이 되는 한 모두 하는 편이에요. 차근차근 그 꿈을 이뤄나가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크게 이룰 수 있겠죠(웃음).”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박형주·라엘웨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