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엄마의 무릎학교’의 ‘희망이 엄마’ 방송인 전효실

KBS-2TV ‘엄마의 무릎학교’의 ‘희망이 엄마’ 방송인 전효실

댓글 공유하기

‘엄마의 무릎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아이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전효실(35)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겪었던, 그리고 라이프 코치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희망이 엄마’로서 또 다른 삶을 시작했다. 맨발로 세트장을 뛰어다니며 아이들과 놀아주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그의 모습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을 만나는 아침에는 더 생기 있게, 더 자연스럽게, 더 많이 사랑해야지 다짐해요”


KBS-2TV ‘엄마의 무릎학교’의 ‘희망이 엄마’ 방송인 전효실

KBS-2TV ‘엄마의 무릎학교’의 ‘희망이 엄마’ 방송인 전효실

전효실이 말하는 무공해 방송,
‘엄마의 무릎학교’

‘엄마의 무릎학교’는 ‘유기농’ 프로그램이다. 대본이 없다. 컨셉트만 잡혀 있다. 미리 잡혀 있는 컨셉트도 때때로 바뀐다. 그날의 주제를 ‘강아지’로 잡고 녹화를 시작해도, 아이들이 ‘토끼’를 하고 싶어 하면 ‘토끼’로 간다. 철저하게 아이 중심이다.

프로그램의 제목만 봐도 그렇다. 유·영아에게 엄마의 무릎만큼 마음이 편안한 곳은 없다. 아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냈다. 포근한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들려주는 동화, 자연스러운 아이들의 목소리. ‘엄마의 무릎학교’가 지향하는 교육 철학이다.

진행자를 가족으로 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졸린 눈에 넉넉한 풍채(?)가 아이들의 호감을 사는 40개월짜리 ‘희망이’와 ‘희망이 엄마’ 전효실, 그리고 ‘희망이 아빠’ 역은 전현무 아나운서(30)가 맡았다. 희망이에게는 ‘나꿈’이라는 다섯 살 된 누나가 있다. ‘엄마의 무릎학교’의 대상층과 일치하는 단란한 가정을 이뤘다.

“어른들이 원하는 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듣는 거예요. 아이들과는 녹화 직전까지 놀아요. 녹화인 줄 모르게. 그리고 차례가 되면 자연스럽게 들여보내죠.”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1시부터 시작하는 녹화를 위해서 전효실은 11시부터 아이들과 ‘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프로필은 파악한 상태다. “니가 동연이구나~” 하고 안아주면 아이들은 웃으면서 ‘엄마’를 반긴다. 그가 희망이 엄마라는 것은 아이들도 알고 있는 상황.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친하게 대하면 아이들은 금세 마음을 연다. 두 시간 동안 얼굴을 익히고 게임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서먹함을 지운다.

보통의 유아 대상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색깔보다는 방송 자체의 색깔이 묻어나게 마련이다. 연출된 상황에 아이들이 맞춰가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종전 방송과 달리 아이들만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엄마의 무릎학교’가 지닌 장점이다.

이날 출연한 동연이(4) 엄마 이소영씨(34)는 “프로그램이 인위적이지 않고 꾸밈이 없다”며 “아이들이 희망이를 좋아하고, 또 순해 보이니까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대관령에서 온 아이가 있었다.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건강한 아이. 대관령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는 양 같은 아이였다. 프로그램에도 아이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났다. 잘 훈련된 연기자 아이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아이들은 함께하는 친구가 혼혈아라고 해서 이상한 시선을 보내지도 않았다.

“스리랑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었어요. 아이들에게는 마냥 예쁘게만 보였나봐요. ‘아리나 너 너무 예쁘다~ 머리카락 너무 예쁘다~ 눈도 너무 예쁘다~’며 금방 친해졌어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당연히’ 가지고 있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롭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장애아동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은 벽이 없으니까요. 어딘가 불편할 뿐이라고 생각하지 아무 문제가 없어요.”
오전 11시 녹화 준비를 시작해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일정. 보통의 성인 대상 프로그램이라면 지치게 마련이지만 제작진의 얼굴에는 늦은 밤까지 미소가 머물러 있다.

“모두가 지칠 시간. 문득 카메라 감독님을 봤는데, 아이들을 보면서 빙긋이 웃고 계셨어요. 작가들도 그렇고. 방송 생활 하면서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쉽지 않거든요. 너무 예쁘고 감동적인 모습이었어요.”


‘희망이 엄마’의 마음가짐
녹화 당일 아침. ‘엄마’ 전효실의 하루는 새벽 6시에 시작한다. 6시부터 분장과 준비를 하기 시작해 오전 9시부터 그날의 컨셉트가 적혀 있는 대본을 본다. 오전 10시가 되면 제작진과 회의를 하고, 11시에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도착하면 그때부터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의 컨디션이 어떤지, 이 아이가 어떤 격려를 해줬을 때 좋아하는지 등을 미리 파악해요. 잘한 일에 대해서 칭찬을 해주면 아이들은 항상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거든요.”

KBS-2TV ‘엄마의 무릎학교’의 ‘희망이 엄마’ 방송인 전효실

KBS-2TV ‘엄마의 무릎학교’의 ‘희망이 엄마’ 방송인 전효실

여러 명의 아이가 모여 있으면 개인차가 생기게 마련. 활달하고 낯을 가리지 않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소극적이고 어색해하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대화가 쉬운 한 아이에게만 집중하지 않는다. 말이 없는 아이에게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기회를 준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좋다. 살아 있는 표정이 아이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보여지는 방송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방송 경험도 중요해요. 3~5세 아이들이 방송 경험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어린아이들이 방송에 출연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겨 밝아지고, 또 용기를 갖게 되죠.”

아이들에게 방송은 특별한 경험이다. 집을 나와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TV에서만 보던 ‘희망이’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녹화를 위해 모인 아이들은 친구가 된다. 녹화를 마치고 헤어질 때는 아쉬움에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금방 하나의 공동체가 돼요. 기본적인 매너를 지킬 줄 알고, 형에게는 형이라고 하고. 그리고 작고 약한 아이는 배려합니다.”

아이들이 새롭게 접하는 공동체를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전효실과 제작진의 마음이다. 방송에 나가는 모습이 완벽하다고 해도 과정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받으면 실패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섬기자’는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을 대한다. 아이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말이나 부정적인 단어는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방송에 대해, 처음 만나는 공동체에 대해, 그리고 아이들 자신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하는 거예요.”
사실 3~5세의 어린아이들도 한국 특유의 교육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어 레슨은 기본이다. 언론의 부추김도 심하다. 하지만 방송 이후 더 많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친구를 만나고 어울리는 법을 배우길 바라는 엄마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간관계와 성품,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바라는 엄마가 많아요. 요즘은 외동아이가 많아 공동체를 경험하기 힘들잖아요. 여러 가지 교육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운. 자연스럽게 아이들 그 자체를 보여주고 또 나눌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프로그램이 됐으면 해요.”


두 아이의 엄마로서, 라이프 코치로서 전효실
전효실이 ‘엄마의 무릎학교’에 갖는 남다른 애착은 그가 이제 아홉 살, 일곱 살이 된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경험은 프로그램에 빠르게 반영된다.

“아무리 아이들이 사랑스러워도 저녁 시간이 되면 지치잖아요. 짜증나고 힘들고. 엄마가 마냥 웃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면 아이들도 풀이 죽어서 잠이 들어요. 그런데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또 천사 같죠. 너무 예쁘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전효실은 자는 아이를 보면서 직접 지은 자장가를 불렀다. “너를 사랑해 / 언제까지나 / 너를 사랑해 / 무슨 일이 닥쳐도 / 내가 살아 있는 한 / 엄마의 귀여운 아가.” 직접 부른 자장가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이 자장가 역시 프로그램에 반영됐다.

KBS-2TV ‘엄마의 무릎학교’의 ‘희망이 엄마’ 방송인 전효실

KBS-2TV ‘엄마의 무릎학교’의 ‘희망이 엄마’ 방송인 전효실

“천사 같던 아이가 세 살이 되면서 미워지기 시작하잖아요. 말도 안 듣고. 엄마도 가장 힘든 시기고, ‘엄마’로서 한계를 많이 느끼는 시기죠.”

전효실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심한 우울증을 겪었다. 별것 아닌 일에 화를 내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무기력한 엄마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였다. 20대에는, ‘엄마’가 되기 전에는 자기 직업과 삶이 있었는데, 육아에 지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허무와 함께 우울증이 찾아온다.

“육아는 힘들지만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는 일이고, 그런 마음에서 오는 죄책감에다 TV와 집 밖에서 보는 다른 사람이 모두 자신보다는 멋져 보일 때 느껴지는 상실감. 그 때문에 엄마들이 우울증에 걸리기 쉬워요.”
두 살 터울의 아이를 키우면서 전효실은 육아에 ‘찌들었다.’ 우울증의 복판에서 자신을 놓아버리기 일쑤였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집에 TV를 없앤 것도 우울증 때문이다.

“어느 날이었어요. 소파에 무기력하게 누워서 6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TV만 보고 있는 제 자신을 봤죠.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날로 TV 전선을 잘랐죠. 그래서 저희 가족은 월드컵도 못 봤어요. 축구를 좋아하는 남편은 새벽 2시에 슬그머니 사라지대요. 전화해보니 집 앞 분식집에서 축구를 보고 있었어요(웃음).”

라이프 코치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도 우울증이 계기가 됐다. 미국에 본부가 있는 코칭 센터의 아시아 본부에서 5년을 공부했다. 전효실이 진행하는 워크숍에는 다양한 사람이 찾아온다. 육아로 힘들어하는 3~4세 아이를 둔 어머니들, 그리고 교수님부터 문방구 사장님까지. 20대 청년들도 라이프 코칭의 대상이다. 마음의 고통, 우울함, 스스로 변화하고 싶은데 변화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은 세대와 직업을 불문하는 공통점이다.

“장교, 기업 대표, 유치원 원장님도 찾아오세요. 엄마, 아빠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죠. 집에서 워크숍을 해요. 멤버들이 찾아오죠.”

워크숍에 참여했던 스물아홉 살 남자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남자는 군인 시절에 겪은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워크숍을 찾았다.

일병 시절, 휴가를 나가기로 한 날이었다. 같이 근무를 하는 병장이 휴가를 나가지 못하게 했다. 남자는 집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께 오늘 나갈 수 없게 됐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무슨 이유에선지, “오늘 꼭 나오면 안 되겠니”라며 유난히 아쉬워하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군대에서 일병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답답한 마음에 남자는 어머니께 짜증을 내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그날, 남자의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만약 예정대로 휴가를 나갔다면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피할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그를 괴롭혔다. 휴가를 못 가게 막은 병장을 죽이고 싶었다.

“몇 년을 묻어온 상처를 워크숍에서 처음 고백했어요. 그는, 그런 마음으로는 무슨 일도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대요. 이야기를 마치자 같은 날 워크숍에 있던 60세 어머님께서 그 친구에게 말없이 다가가 안아주셨어요. ‘괜찮다, 괜찮다’고 하면서 20분, 30분 동안 그냥 안아주셨어요.”

남자는 눈물을 흘렸다. 펑펑 울었다. 그리고 증오가 가득하던 마음에 용서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던 전효실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KBS-2TV ‘엄마의 무릎학교’의 ‘희망이 엄마’ 방송인 전효실

KBS-2TV ‘엄마의 무릎학교’의 ‘희망이 엄마’ 방송인 전효실

“녹화를 할 때도 그런 마음으로 와요. 모두 평범해 보이지만 아픔을 가지고 있죠. 스스로 다짐해요. ‘오늘 녹화는 더 생기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더 사랑할 것이다. 아이들은 더 자연스럽고 예쁠 것이다’라고 마음먹고 오죠.”

그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역할, ‘엄마’
‘엄마의 무릎학교’의 ‘엄마’역을 탐내던 배우도 많았다. 그러나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전효실을 찾았다. 방송 16년 차인 전효실은 자신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그러나 ‘엄마’ 역할이라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많은 엄마가 감성, 인성, 공동체와 같은 가르침을 바라죠. 그것이 가능한 방송이라고 생각했어요.”
전효실은 두 아이에게도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다. 일곱 살이 된 딸 다은이는 이제 한 자 한 자 알아가고 있다. 그가 자연스럽게 깨우쳤던 것처럼, 아이에게도 강요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아홉 살 주안이는 얼굴이 뽀얀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면장님 아들’ 얼굴이다. 축구, 태권도를 배우며 놀러 다니다 보니 새까맣게 탔다.

“저도 시골 출신이고, 아이들도 놀고 싶을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불안하지 않아요. 뭐든 열심히 하면 되니까요. 아, 얼마 전에는 다은이가 ‘엄마 나 학습지 좀 시켜줘’ 하더라고요(웃음).”

녹화장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는 전효실의 모습은 마냥 즐거워 보였다. 맨발로 세트장을 뛰어다니며 아이들과 놀아주고, 먹을 것을 챙겨주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엄마’ 모습 그대로였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이성원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