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여주인공 소냐의 뮤지컬 인생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여주인공 소냐의 뮤지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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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삶 그 자체예요. 삶의 모든 선택기준이 뮤지컬일 정도로요”


‘렌트’ ‘카르멘’‘지킬 앤 하이드’ 같은 굵직굵직한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보여줬던 소냐가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새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기존과는 다르게 청순한 이미지의 배역을 맡은 것. 한창 뮤지컬 연습 중인 소냐를 만났다. 그의 뮤지컬 배우로서의 삶과 뮤지컬 같은 인생 이야기.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여주인공 소냐의 뮤지컬 인생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여주인공 소냐의 뮤지컬 인생

I Feel Pretty
뮤지컬 배우 소냐(27)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은 의외였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말 그대로 ‘청순가련형’인 여주인공 마리아 역을 소냐가 어떻게 소화해낼지,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염려가 앞섰다. 그도 그럴 것이 소냐는 그동안 늘 클럽 댄서나 술집 여자, 창녀 같은 거칠고 도발적인 이미지의 역할만 해왔기 때문이다. 소냐 역시 기자를 포함한 뭇 사람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리아 역이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 것이다.

“원래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오디션을 볼 생각이 없었어요. 마리아 역이 그동안 해왔던 작품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너무 달라 지레 겁먹은 거죠. 한편으로는 연기 변신을 하고픈 마음도 있었어요. 마리아 역을 내가 하면 어떨까 하고 가만히 상상해봤는데 예쁠 것 같더라구요(웃음).그래서 오디션을 본 거예요. 노래는 어떻게 소화할지, 어느 정도 힘들지는 하나도 생각 안 하고 말이에요.”

오디션을 본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다른 참가자들이 합격 혹은 불합격의 소식을 전해 듣는 동안 소냐에게는 연락 자체가 안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냐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동안 내 이미지가 너무 강하긴 했어. 마리아 역에 안 어울릴 수밖에…’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냐는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합격’ 통보를 받았다. 청순가련형으로 굳어진 마리아의 이미지를 발랄하고 통통 튀고 열정적인 이미지로 바꾸려는 연출진의 의도에 소냐만한 적임자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West Side Story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연습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서초동의 한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에서는 소냐가 ‘I Feel Pretty(나는 예뻐)’를 부르고 있었다. 토니와의 비밀스러운 사랑을 떠들어댈 수도 없고 자랑할 수도 없는 마리아가 웨딩숍에서 같이 일하는 친구들에게 사랑에 빠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 노래하는 장면이다. 소냐에게서 사랑에 빠진 행복한 여인의 모습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때론 수줍게, 때론 즐겁게 노래하는 그는 또 다른 마리아가 될 준비를 마친 듯 보였다.

소냐는 지난 4월 2일부터 뮤지컬 연습에 들어갔다. 연습은 오전 10시경부터 밤 10시경까지 계속되는 강행군. 장면별로 나누어서 연습하지만 소냐는 자신의 출연 장면이 없어도 연습 자리에 함께한다. 지독한 감기 몸살에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만큼 이번 뮤지컬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인터넷 미니홈피 제목이 ‘이제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다’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토니와 사랑에 빠진 마리아 역을 연습 중인 소냐

토니와 사랑에 빠진 마리아 역을 연습 중인 소냐

난생처음이라는 청순가련형 여자 역할. “배역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에 소냐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어요. 새로운 이미지의 마리아를 내가 만들어내야 한다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컸죠. 노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정통 성악인데, 나는 지금까지 정통 성악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평소에 안 쓰던 성악 발성을 해야 하니까 당연히 힘들 수밖에요. 지금은 자신감으로 완전 무장했어요. 주변에서들 ‘소냐! 넌 무조건 자신감으로 가는 거야’라는 말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모든 근심, 걱정 다 버리고 앞만 보며 가고 있답니다.”


I Love Musical
소냐의 어린 시절은 어두웠다. 알려진 대로 소냐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어머니를 여의었고, 그 뒤로 외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지난해에는 외할머니마저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이제 그의 유일한 가족은 외삼촌과 외숙모, 외사촌동생들이다.

“가족들이 모두 대구에 있어서 뮤지컬 대구 공연이 있다고 하면 ‘무조건 내가 가야 한다’고 외치곤 했어요. 공연 마치고 어떻게라도 짬을 내 집에 들렀다 오곤 했죠. 곧 외삼촌네 식구들이 서울로 이사를 와요.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게 돼 좋아요. 빨리 결혼하고 싶기도 해요. 어릴 때부터 워낙 외롭게 커서 그런지, 온전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을 남들보다 일찍부터 했거든요.”

소냐는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가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99년 1집 앨범을 발표하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가수 활동을 하는 동시에 뮤지컬 무대에도 섰다.

“당시 음반과 친숙해지기도 전에 뮤지컬을 만나 푹 빠져버렸어요. 뮤지컬에 흡수돼버렸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몰라요. 그 뒤로 뮤지컬은 삶의 전부가 됐어요. 삶의 모든 선택의 기준이 뮤지컬일 정도로요. 자연스레 음반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그는 5집 앨범까지 발표했다. 여전히 그의 앨범을 기다리는 팬들은 많다. 새 앨범 계획은 없는지 묻자 “올해는 뮤지컬 하기에도 벅찰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여주인공으로도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뮤지컬이 삶의 전부라는 소냐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박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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