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팝 가수 백현우(30)의‘진짜 사랑’이 온라인 음악 사이트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트로트팝을 들고나타난 중고 신인가수 백현우. 이번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10년을 기다려온 백현우의 지난 시간을 담았다.
“98년 대학가요제로 데뷔하고 앨범을 내기까지 10년, 힘들었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재다능한 트로트계 루키
트로트팝 가수 백현우(30)가 발표한 싱글 앨범 「The Unique」가 화제다.
타이틀곡 ‘진짜 사랑’은 온라인 발매 일주일 만에 벅스 차트 트로트 부문 10위권에 오르며 본격적인 방송 활동 전부터 이미 네티즌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타이틀곡 ‘진짜 사랑’은 ‘자옥아’ ‘무조건’의 작곡가 박현진 특유의 트로트 멜로디가 느껴진다. 리키 마틴을 연상시키는 경쾌하고 흥겨운 라틴팝 스타일의 편곡이 어우러진 이번 노래를 통해 백현우는 트로트팝(Trotpop)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백현우 특유의 허스키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앨범 타이틀이 왜 ‘Unique(독보적인)’인지 알게 해준다.
두 번째 트랙에 수록된 ‘그리운 그 사람’은 아티스트 ‘하림’이 최초로 트로트에 도전하는 곡이다. 코믹 가요 일색인 신세대 트로트 곡들과는 달리, 깊이 있고 풍부한 트로트 본연의 감성과 발라드의 절묘한 조화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곡이다.
이번 앨범에서 심금을 울리는 노랫말 또한 백현우가 직접 작사했다. 그의 애절한 음색은 여느 젊은 트로트 가수들과 다른 차별성을 보여주며, 무한한 가능성을 느끼게 한다.
10년을 기다려온 곰삭은 트로트 가수
98년 대학가요제 출신이다. 직접 작사·작곡한 ‘20세기 마지막 불치병’이라는 레게곡으로 은상을 받았어요. 당시 너무 어린 나이에 큰 상을 받다보니 붕 떠 있었죠. 대학가요제에서 상을 받으면 으레 음반사에서 전화가 와요. 그런데 당시 외환위기 때라 지금보다 음반계 사정이 더 안 좋았죠. 그때까지만 해도 첫 음반을 내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어요. 하지만 그런 시련이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구상한 것까지 계산하면 3년 걸렸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번 앨범은 저에게는 더 남달라요. 처음 완성된 앨범을 손에 들었을 때 눈물날 정도로 기분이 좋더라구요. 부모님 역시 앨범이 발매되기 전부터 듣고 따라 부르실 만큼 좋아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부터 가수를 꿈꿨나? 코흘리개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어요. 다른 건 생각도 안 해봤죠. 본격적으로 가수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고등학교 때예요. 하지만 너무 어릴 때라 어떤 가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막연히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요. 남들은 아들이 가수가 되겠다면 말리던데, 아버지가 가수를 꿈꾸셨던 분이라 집안에서 오히려 밀어준 편이죠.
98년 대학가요제로 데뷔하고 이 앨범을 내기까지 10년 걸렸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나? 이번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힘들었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 앨범 나올 때까지 제일 힘들었던 건 역시 자신과의 싸움이었어요. 사람이 열 번을 지면 열한 번째도 질 것 같은 느낌을 받잖아요. 반대로 열 번을 이기면 열한 번째도 이길 수 있을 것 같구요. 앨범이 나오기까지 저는 심리적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도 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일을 해보겠다는 마음은 없었나? 평범하게 직장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운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직장 생활이 갑갑하게 느껴졌어요. 그렇다고 음악을 하면서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돈이 안 되더라도, 사람들이 날 알아주지 않아도 그냥 음악을 하는 게 좋았어요.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해요.
연예인치고 숫기가 없어요. 낯가림도 심하고, 이런 사람이 어떻게 무대에 설까 하는 소리도 종종 들어요. 하지만 무대에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 잊어버려요. 그리고 사람들이 무대를 향해 보내는 환호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우리끼리는 그걸 마약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10년 동안 준비했으니 이제는 보여줄 때인 것 같아요.
닮고 싶은 선배가 있다면?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나훈아 선생님을 닮고 싶어요. 노래방 18번도 나훈아 선생님 노래예요. 앞으로 노래만 잘하는 가수가 아니라 작곡이면 작곡, 춤이면 춤, 모든 분야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글 / 김성욱 기자 ■사진 / 이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