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가수였던 차태현이 먹고 살기 위해 트로트 가수로 변신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 ‘복면달호’. 영화속 차태현과 똑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남성 듀오 ‘투가이스’. 이들의 파란만장 음악인생 스토리.
“트로트는 진짜 관심 없었는데, 알고보니 트로트가 대중에게 가장 가까이 갈수 있는 음악이더라고요”
이성훈(34)과 김민진(33)으로 구성된 남성 듀오 투가이스. 꽃무늬 와이셔츠에 반짝이는 은색 정장. 범상치 않은 의상을 입고 포토그래퍼 앞에 선 이들.
“포즈를 취해 보라”는 포토그래퍼의 요구에 “덤빌 테면 덤벼봐”라는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그리고 사진을 한컷 한컷 찍을 때마다 이제는 그들 스스로가 서로를 웃기면서 과장된 포즈를 서슴없이 취한다.
두 멤버가 우연히 시도를 해봤다가 재미있어서 계속 컨셉으로 밀고 있는 중이란다. 사진을 찍는 내내 얼굴에서는 환한 웃음이 가득한 이들. ‘트로트’를 꾀나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들의 전문 분야(?)는 트로트가 아니라 바로 ‘록’ 이었다. 고집 세고, 자존심 강하다는 로커들이 바로 트로트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은 음악만큼이나 드라마틱한 그들의 인생스토리를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던 김민진. 군대에서도 계속 음악에 빠져 있었는데, 제대 후에는 돈이 없어서 결국 ‘라이브 가수’로 전향하게 된다. 고등학교 때부터 록밴드에서 음악을 했던 이성훈 역시 통기타 가수 추가열의 영향을 받아서 포크 음악에 심취하게 된다.
이렇게 둘 다 중고등학교 밴드를 통해 ‘로커’로 출발, ‘라이브 가수’로 활동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꿈은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록음악’을 제대로 해보는 것이었다.
산속 폐가에서 야인생활하며 ‘작사작곡’
원하는 음악을 하려면 먼저 돈이 필요했다. 이에 ‘사업을 한 번 해보자’며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건축자재’ 사업을 시작했으나, 1년여 만에 쫄딱 망하고 말았다.
결국 땡전 한 푼 없이 거리로 나앉게 된 이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며 “음악으로 승부를 하자”고 다짐을 하게 된다. 빈털터리가 된 주머니를 바라보며 이들이 선택한 곳은 바로 광릉수목원 인근의 야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심정으로 산속에 들어갔어요. 가다보니 불난집 옆에 빈 콘테이너 박스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곳을 우리의 거처로 삼으면서 작사작곡을 하기 시작했죠.”
물이 없으니 씻지도 못하고 가끔 야외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수만 했다. 또 배가 고프면, 주위 식당에서 공짜 혹은 외상으로 밥을 얻어먹었다. 그러다가 술이 먹고 싶으면, 라이브 가수를 할때 돈을 못 받았던 술집에 가서 술을 먹었다. 하지만 폐가에서의 야인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곳 주인에게 덜미가 잡혀 쫓겨났던 것. 이후 지하방, 옥탑방, 식당 휴게소 등 이들의 정처없는 떠돌이 생활은 끝이 없이 계속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 컨셉은 ‘록’이 아니라 ‘뽕필’나는 트로트였다.
“처음에는 트로트를 한다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러던 중 콘서트 하게돼는데, 사람들이 ‘니가 뭘 알아’를 너무 좋아 하는 것예요. 그날 공연한 4개팀 중에, 저희만 앵콜을 받았어요. 그때 깨달았죠. 아~트로트가 창피한 음악이 아니구나. 남들 눈에 재미있고, 쉽게 부를 수 있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는 걸 알게 됐죠.”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난 뒤에는 오히려 본인들이 더욱 재미있고 망가지는 컨셉을 강조한다고. “심각한 것보다 재미있는 게 좋잖아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우리의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보여주면 되니까요.”
‘실력파 트로트’ 가수로 차별화
투가이스는 재미를 추구하는 ‘뽕필’나는 트로트를 하되, 다른 트로트 가수들과는 약간의 차별을 주기로 했다. 두 멤버가 모두 노래실력과 기타, 베이스 등의 악기 다루는 실력이 뛰어나고, 작사-작곡 실력까지 겸비한 만큼, ‘실력파 트로트’ 가수로 차별화를 시키자는 것. 하지만 급하게 가지 않기로 했다. 언젠가는 팬들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는 이들의 생각.
이들은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원래 본인들이 하고 싶었던 장르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성훈) 저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밴드를 결성해서 ‘록음악’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대중성을 띄었지만, 포근하고 편안하게 어필할 수 있는 록음악이요.”
“(민진) 과거에는 트로트가 유흥의 한 장르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엄연히 음악의 한 장르가 됐잖아요. 그래서 저는 트로트 이외에 새로운 장르의 음악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두 사람 모두 오랜 무명시절을 견디고, 어렵게 앨범을 내놓았다. 이들이 가진 궁극적인 꿈은 무엇일까.
“(성훈) 저로 인해서 주위 사람들이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잘 되면 주위를 돌아보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꼭 도우면서 살고 싶어요.”
“(민진) 저는 열심히 일해서 부모님에게 여행 좀 보내 드리고 싶어요. 그동안 너무 효도를 못해서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결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김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