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커플이 탄생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안재환·정선희가 결혼을 발표한 것이다. 이 둘의 유머지수만큼이나 유쾌 발랄한 연애 이야기에서 진지하고 이성적인 결혼 준비 이야기까지 들어본다.
최화정은 차마 소리 지르지 못하고 두통약을 먹어야 했고, 엄정화는 밥알을 뿜으며 비명을 질렀다. 안재환과 정선희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의 반응이다. 친한 이들뿐 아니라 세상 사람 모두 이 커플의 결혼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른다는 소문뿐 아니라 친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선희의 정오의 희망곡’의 열혈 청취자라면 ‘이 둘이 쿵짝이 잘 맞는군’ 정도의 생각은 했을 수 있다. 이들의 만남은 정선희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인생유감’ 코너에 안재환이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시작됐으니까.
안재환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인생유감’은 청취자들의 고민을 받고 이에 대해 조언해주는 코너였다. 이 코너를 진행하면서 정선희는 자연스럽게 속내를 털어놓고 상담을 해주었고, 안재환은 바로 이러한 인간적인 모습에 끌리게 됐다.
“청취자의 고민을 듣고 답해주는 선희를 보면서 사람의 아픔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런 사람이 내 반려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더군요. 그러다 어느 순간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제가 접근했죠.”
정선희는 안재환이 실속 있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데에 끌렸다고 고백한다.
“재환씨를 다시 보게 된 건 사업 때문이었죠. 내게 사업 제의가 몇 건 들어왔는데, 서류 검토를 할 줄 몰라 사업을 하고 있는 재환씨에게 부탁을 했어요. 그동안 재환씨를 그저 편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때 사업가로서의 면모가 느껴지더군요.”
알면 알수록 능력 있고 믿음직스러운 남자였고, 그것말고도 장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믿음직스러웠고, 가볍지 않으며 생각이 꽉 찬 것 같아 좋았어요. 허례허식 같은 격식을 따지지 않아요. 전 솔직히 남의 시선을 의식하거든요. 내가 없는 부분을 갖추고 있어서 의지할 수 있었어요. 또 같이 있으면 저보다 훨씬 웃겨요. 재환씨를 만나면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제 마음을 알아줘요.”
본격적으로 ‘사귀자’는 말은 안재환이 먼저 꺼냈다. 그는 정선희에게 “너한테 마음이 있는데 싫으면 그냥 편한 친구로 지내자”고 고백한 것. 이런 직설적인 고백이 정선희의 마음을 움직였다.
Step 2 두세 달 만에 결정한 결혼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 뒤에는 둘의 관계를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래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사랑이던가. 안재환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본 라디오 작가에게 꼬리를 밟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첫 키스의 추억은? 정선희가 지난 추억을 더듬더듬 되짚었다.
“한번은 재환씨 친구랑 밥 먹고 노래방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까지도 그 친구는 그냥 우리 사이를 친구 정도로만 생각했죠. 재환씨가 저한테 다가오고 제가 재환씨 목에 손을 두를 때까지도 ‘쟤네들은 정말 친하구나’하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가 키스를 하자 그 친구가 깜짝 놀랐죠.”
둘의 사랑은 빠르게 무르익어 서로 평생의 반려자로 생각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감동시킨 ‘안재환 맨발 사건’이 있었다. 어느 날 정선희는 안재환의 맨발을 보았는데, 그 모양이 매우 험했던 모양이다. 그 발을 보며 그녀는 아버지의 발을 떠올렸고, ‘정말 치열하게 살았구나’하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고.
“사업과 연예 활동 때문에 하루 12시간 신발을 신고 다녀서 발이 참 못생겼어요. 그런데 그 발을 보고 눈물을 흘린 것은 어머니 다음으로 선희씨가 처음이에요. 그 마음에 감동했죠.”
결혼 예단은 과감하게 주고받지 않기로 했다. 라디오를 통해 예단 문제로 갈등하는 청취자의 고민 상담을 한 뒤 “우리는 절대 예단하지 말자”고 다짐한 것이다.
Step 3 신접살림은 시댁에서
“나이가 있으니 당연히 2세를 생각하죠. 그런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그냥 낳아서 예쁘게 기르자 정도죠. 재환씨는 딸을 좋아해요. 얼굴은 코 위로만 저를 닮았으면 좋겠고, 재환씨는 워낙 이목구비가 잘생겼으니 닮으면 예쁠 것 같아요.”
정선희의 말에 안재환은 “나는 숨만 쉬면 살이 찐다. 그것만 안 닮았으며 좋겠다”고 하면서 또 한 번 그녀를 웃겼다.
둘 다 연예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방송에서는 정선희가 조금 더 ‘잘나간다’ 할지 모르지만, 안재환의 경우 사업이 만만치 않다. 서울 삼성동에 ‘클럽 레오노’라는 바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획사인 뷰티유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영화 ‘아이싱’을 준비 중이다. 수입과 사업 관련 재정 문제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을 듯하다.
“많은 분들이 그 부분을 걱정하며 충고해주셨죠. 재정은 각자 관리하기로 했어요. 재환씨는 현재 회사 통장까지 30여 개를 관리하고 있고, 그중 개인 통장이 20여 개인데 그걸 다 관리할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한 달 생활비를 결정해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죠. 앞으로 아이를 낳으면 또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하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어떨 때는 너무 확실하게 선을 그어 섭섭하기도 하지만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들은 결혼 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안재환의 집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한다. 살림을 배우려는 생각도 있지만 시부모의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시부모님이 건강이 안 좋으셔서 재환씨가 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저를 만났어요. 그래서 따로 살자고 말할 수 없었죠. 시부모님께 ‘웃기는 딸 하나 입양하셨다고 생각해달라’고 했더니 좋아하시더군요. 가족끼리 화목하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거라고 생각해요.”
시댁에 살더라도 주말에는 정선희의 친정에 머무를 예정이다. 양쪽 집안을 고루 배려하는 이들의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 커플은 오는 11월 17일 오후 1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주례는 정선희가 다니고 있는 교회의 담임목사가, 사회는 안재환의 고향 친구가 맡는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홍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