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춘자는 사실 노홍철보다 훨씬 앞서서 ‘형님’이라는 호칭으로 방송가를 휘젓고 다녔다. 기자든 PD든 매니저든 보는 사람마다 ‘형님’으로 불렀던 그였다. 빡빡 머리에 온통 문신으로 도배했던 춘자가 ‘확’ 바뀌었다.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예쁘장한 여자가 배시시 웃음을 전한다.
고교 졸업 후 7~8년 동안 ‘민머리’로만 지냈던 춘자는 요즘 들어 하이힐도 신는다. 최근 예쁜 치마를 고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단다.
“집에 있는 옷 태반이 스포츠 웨어고, 트레이닝복만도 한 1백 벌 될걸요. 이제는 여성스러운 옷으로 하나 둘 채우고 있죠. 처음에는 당연히 어색했죠.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또 그 나름 매력이 있더라고요. 아닌 게 아니라 치마와 액세서리에 관심을 갖는 등 나도 모르게 여성스러워지는 것이 당혹스러울 정도라니까요.”
주변의 반응은 어땠을까.
“크하하. 우리 아버지 난리나셨습니다. 다시는 머리 못 자르게 하려고 그러는 건지 ‘인물이 산다’면서 매일 감탄사를 날려주시죠. ‘춘자냐?’며 여러 번 되묻는 사람들도 많아요.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에요. 저 요즘은 기자분들 골탕 먹이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하하.”
댄스곡 아닌 발라드로 채운 음반
변한 것은 비단 외모뿐만이 아니다. 이번 음반도 파격적이다. 예전 음반에는 대부분 빠른 댄스 리듬의 곡을 채웠다면 이번에는 발라드가 그 자리를 메웠다.
‘행복의 시작’ ‘싱글베드’ ‘사랑이 뭐길래’ ‘사랑한단 말 너무 아꼈죠’ ‘아픈 버릇’ ‘아이 윌 비 데어 포 유’ 등 음반 수록곡 10곡 중 2곡을 빼고는 모두 발라드다. 파워풀한 노래로 가려졌던 춘자의 애달프고 절절한 발라드 음색을 확인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앨범이다. 댄스보다는 오히려 발라드가 더 잘 어울린다 싶을 만큼 음색이 좋다.
“앞으로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오를 예정이에요. 천만다행으로 발라드여서 안무가 없기에 망정이지 이놈의 하이힐 신고 안무까지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인터뷰 하러 오기 전에도 헤어숍에서 발을 접질려버렸어요. 왜 이렇게 적응이 안 되는지. 하하.”
춘자는 요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유쾌하게 시청하고 있다. 남성으로 오해받는 윤은혜의 모습을 지켜보며 옛날 생각을 떠올린다. 계속해서 치마를 입고 머리를 기를 것이냐는 질문에 춘자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또 모르죠. 지겨우면 다른 걸 할지도.”
■글 / 강수진 기자(스포츠칸)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