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 쇼핑을 하다 보면 종종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실감할 때가 있다. 게다가 젊었을 때에는 괜찮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싼 옷을 걸치니 옷발이 살지 않는다. 그래서 내린 쇼핑 결론. 3년 이상 입을 옷은 소재는 고급으로, 가격은 발품을 팔아 싸게 구입하자!
공장도 아닌데, 무슨 단가 타령? 남들에 비해 옷을 자주, 많이 구입하는데 외출 때가 되면 마땅히 입고 나갈 옷이 없는 사람. 옷을 입어도 스타일이 잘 안 살고, 심지어 옷을 잘 차려입고도 폼이 나지 않는 사람들은 옷을 구입할 때 바로 단가 계산이 틀렸기 때문이다. 쇼핑할 때 단가 계산만 잘하면 쇼핑하고도 돈을 벌 수 있다. 이게 바로 나의 쇼핑 바이블 「악마는 프라다를 싸게 입는다」에서 강조하는 의(衣)테크다. 어렵지 않다. 내가 지금 구입하려는 옷이 1년에 몇 번 입을 수 있는 옷인가? 한 철만 입고 못 입을 옷인가? 3년 이상 꾸준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인지, 쇼핑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라.
만약 재킷을 구입하는 데, 프린트나 컬러가 너무 화려해서 자주 꺼내 입지 못하거나 싸구려 소재로 만든 탓에 몇 번 입다 보면 보풀이 일거나, 늘어져서 입지 못하는 게 아닌지? 착용 단가를 따져 구입하려면 싸구려 소재를 사용해서 단가를 내린 길거리 보세 숍이나 시장 물건보다는 백화점 세일 기간이나 브랜드 아웃렛에서 좋은 소재에 제대로 만든 옷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싸게 구입하겠다고 10만원에 구입한 합성소재 재킷은 내년에 다시 꺼내 입기도 힘들고, 버리기도 아까워 옷장 안에 계속 걸어두기만 할 뿐이다. 바로 이런 옷들이 자꾸 쌓이다 보니 옷은 많은데 마땅히 입고 나갈 옷은 없다고 하소연하게 된다.
3년 이상 입을 옷은 디자인보다 소재가 더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알뜰 쇼핑을 위해 백화점 세일 기간을 기다리거나, 발품을 팔아 아웃렛 쇼핑을 가지만 그곳에서 구입한 옷들이 종종 실패하는 경우는 소재보다는 디자인이나 컬러를 먼저 챙겨 보기 때문이다. 평소 구입하고 싶었던 최신 유행 아이템을 기다리고 기다렸다가 그곳에서 구입하다 보면 철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라 구입하고도 몇 번 못 입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년에 다시 입으려고 보면, 유행에 뒤떨어진 구식 옷이 되고 만다.
최신 유행하는 옷들은 지금은 예뻐 보이지만, 내년에도 괜찮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아웃렛에서 판매하는 옷들은 한 번 팔다 남은 재고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최신 유행 디자인이나 컬러풀한 옷, 장식이 많은 옷들을 구입하면, 내년에 꺼내 입을 수 있는 확률은 더욱더 작아진다. 고가의 제품을 알뜰하게 구입하는 아웃렛 쇼핑에서는 블랙, 베이지, 브라운, 네이비 등 어느 옷에나 어울리는 베이식한 컬러에 작년에도, 올해도, 내년에도, 길게는 10년 뒤에도 꺼내 입을 수 있는 무난한 디자인을 선택하라.
지금이 바로 쇼핑 적기다!
3년 이상 입을 수 있는 옷? 굳이 구분하자면 모직 코트, 겨울 점퍼, 트렌치코트, 퍼나 가죽 재킷, 모직 재킷, 재킷과 스커트나 바지가 세트로 구성된 정장 슈트 등 여름보다는 겨울옷이 많다. 백화점 세일 막바지가 되면 브랜드에 따라서는 20~30% 세일에서 할인 폭을 50%까지 올리거나, 추가 10~20% 할인을 한다. 특히 올해는 추운 날이 많지 않았던 탓에 겨울 장사를 제대로 못한 많은 브랜드들이 겨울옷을 파격적인 가격에 팔고 있고 심지어 노 세일 브랜드가 세일하기 시작했다.
또 아웃렛의 경우에는 한 번 팔다 남은 재고를 판매하기 때문에 더 이상 재고를 만들지 않기 위해 최고 70~80%까지 파격 세일을 한다. 바로 지금, 아웃렛에서 3년 이상 입을 수 있는 옷을 구입하면 좋은 소재의 옷을 구입하면서도 착용 단가는 길거리 보세가게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며칠 전 구로동에 자리한 F 아웃렛 매장에서는 백화점에서 59만5천원에 팔던 퍼 트리밍 점퍼를 29만7천5백원으로 한 번 할인했다가, 급기야 70% 세일해서 17만8천원에 팔고 있었다.
쇼핑 칼럼니스트 배정현
쇼핑 매거진 좧SURE좩의 패션 수석기자를 거쳐 현재 잡지와 신문, 라디오,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의 쇼핑 칼럼을 연재하는 대한민국 제1호 쇼핑 칼럼니스트. 동대문 새벽시장부터 명동 길거리 좌판, 백화점 세일 코너 등에서 수십만원대의 브랜드 의상과 수백만원대의 명품 못지않은 트렌디한 물건을 골라내는 귀신 같은 쇼핑 안목을 가졌다. 저서로 비행기 값 버는 해외 쇼핑 가이드북인 「쇼핑앤더시티」와 국내 알뜰 쇼핑 가이드를 소개하는 「악마는 프라다를 싸게 입는다」가 있다.
■ 기획 / 강주일 기자 ■진행 / 배정현(쇼핑 칼럼니스트)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