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마르고 가볍다는 이유로 군인이나 노동자들의 속옷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캣워크에 올라설 정도로 신분 상승한 옷이 있다. 바로 티셔츠. 옷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에 경제적인 아이템으로도 당당히 1위다. 몇 천원, 몇 만원짜리 티셔츠로 최신 유행 스타일을 만드는 알뜰 쇼핑, 그 스타일링 노하우를 공개한다.
쇼핑 매거진 「SURE」의 패션 수석기자를 거쳐 현재 잡지와 신문, 라디오,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 쇼핑 칼럼을 연재하는 대한민국 제1호 쇼핑 칼럼니스트. 동대문 새벽시장부터 명동 길거리 좌판, 백화점 세일 코너 등에서 수십만원대 브랜드 의상과 수백만원대 명품 못지않은 트렌디한 물건을 골라내는 귀신같은 쇼핑 안목을 가졌다. 저서로 비행기 값 버는 해외 쇼핑 가이드북인 「쇼핑앤더시티」와 국내 알뜰 쇼핑 가이드를 소개하는 「악마는 프라다를 싸게 입는다」가 있다.
10만원짜리 티셔츠 한 장보다
1만원짜리 티셔츠 열 장을 사라
오래 입는 옷에는 과감하게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티셔츠 쇼핑에서는 예외다. 제 아무리 좋은 소재에 잘 만든 티셔츠라 하더라고 티셔츠를 몇 년 동안 입기는 힘들다. 따라서 백화점에서 10만원 이상 판매하는 고가의 티셔츠를 구입하기보다는 스트리트 숍이나 시장에서 몇 만원, 몇 천원짜리 티셔츠를 여러 장 구입해서 다양하게 연출해 입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여름 반팔 티셔츠의 경우에는 올해만 예쁘게 입고 내년에는 버려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도 될 만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 겨울에 컬러풀한 스타킹으로 똑같은 옷을 다양하게 변화시켰다면, 여름에는 티셔츠가 그 역할을 야무지게 해준다. 매일 입는 바지나 스커트에 티셔츠만 바꿔도 여러 가지 스타일을 만들 수 있으니, 다양하게 구비해두면 해둘수록 좋은 아이템이요, 넉넉하게 쇼핑해야 할 아이템이다.
만원짜리 한 장으로 명품 스타일을 만든다!
고맙게도 티셔츠는 가격에 비해 참으로 패셔너블한 아이템이다. 매 시즌마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캣워크에도 당당하게 올라가는 스테디셀러 아이템이요, 할리우드 스타의 리얼 스타일을 담은 파파라치 사진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핫 아이템이다. 청바지에 잘 고른 티셔츠 한 장만 있어도 어렵지 않게 ‘할리우드 스타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잇백처럼 재료가 비싸지고 않고, 슈트나 드레스처럼 어려운 재단이나 디자인이 필요한 것도 아니기에 값싼 제품을 구입해도 웬만해서는 ‘싸구려’ 티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큰 돈 안 들이고 ‘명품 스타일’도 ‘할리우드 스타일’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아이템이 바로 티셔츠다.
얼마 전 옷장 정리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내가 가진 티셔츠가 3백65장이 넘으니, 이건 1년 동안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엄청난 티셔츠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 한 장에 5천원을 주고 구입했다 해도 약 1백80만원어치를 구입한 셈이니, 나의 쇼핑 지출비의 많은 부분을 티셔츠에 투자한 것이다. 내가 이렇게 티셔츠 쇼핑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도 티셔츠만큼 만만한 가격에 큰 효과를 보는 아이템을 찾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티셔츠는 활용법이 다양하다. 가장 쉬운 스타일링은 스키니 팬츠와 매치하기. 스키니 팬츠 위에 입는 티셔츠는 피트한 스타일보다는 조금 루스하거나 박시한 스타일을 선택해야 다리가 상대적으로 더 가늘고 길어 보인다. 여기에 7cm 이상의 하이힐을 신으면 섹시해 보이고, 캔버스 운동화를 신으면 나이보다 세 살은 어려 보이는 캐주얼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벨트나 목걸이 등으로 포인트를 주면 페미닌한 스타일을 만들 수도 있다.
물빨래를 많이 하는 여름 티셔츠의 경우 확실히 질보다는 양이다. 한정된 버짓으로 양을 넉넉히 채우려면, G마켓이나 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몇 천원짜리 티셔츠 쇼핑이 좋다. 티셔츠는 바지나 스커트 등에 비해 사이즈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아 인터넷 구입시 실패할 확률이 가장 낮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터넷 쇼핑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프린트나 장식이 없는 최대한 심플한 스타일로 구입하라. 자칫 화려한 장식과 프린트가 오히려 싸구려처럼 보일 수 있으니 화이트나 블랙, 그레이 등 기본 컬러에 심플 스타일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동대문시장의 도매시장인 청평화시장이나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상가, 명동의 길거리는 1만원 미만의 티셔츠가 넘쳐나는 알뜰 쇼핑 플레이스. 고급스러운 프레피 스타일이나 마린 룩을 만드는 가로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이런 곳에서 구입하면, 가격 대비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남들과 다른 개성 있는 스타일을 원한다면 외국 여행길이나 빈티지 숍에서 시중에서 구입하기 힘든 프린트 장식이 들어간 빈티지 티셔츠를 구입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 기획 / 강주일 기자 ■진행 / 배정현(쇼핑칼럼니스트)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