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가방 크기에 있다. 똑같은 일정으로 여행을 떠나도 가방의 크기는 천차만별! 무겁게 들고 갔다가 여행지에서 햇빛 한번 못 보고 오는 물건들이 없으려면, 부피는 작고 활용도 높은 물건들만 골라 챙겨 담아야 한다.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하는 콤팩트 쇼핑과 짐 싸기 노하우를 소개한다.
해외여행은 패션쇼장이 아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 다른 스타일의 옷들로 챙겨 가려면 트렁크 하나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여기에 현지에서 쇼핑한 물건까지 담아 오려면, 양손 가득 쇼핑백과 비닐백을 들어야 하기에 공항에서 보따리 장사로 낙인찍히는 건 시간문제. 따라서 여행 갈 때 옷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다. 3박 4일 일정이라면 출발할 때 입는 옷을 빼고 최대 두 벌만 더 챙기고, 가방의 반 이상을 비워 간다. 여행지에서는 두 벌의 옷을 상, 하의만 바꿔 입어도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되, 이왕이면 컬러가 서로 어울리는 것들로만 챙겨서 믹스 매치하기에 좋은 아이템들로 가져가면, 몇 개 없어도 매일매일 다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일석삼조는 넉넉히 하는 롱 티셔츠
여행지에서는 상·하의 따로 입는 투피스보다 원피스가 좋다. 부피는 줄이면서, 웬만한 장소에서 무난하게 어울리는 최상의 아이템이기 때문. 특히 블랙 원피스는 여행 갈 때 꼭 챙겨야 하는 아이템! 명품 쇼핑을 할 때나 늦은 밤, 우아하게 칵테일 한 잔 마시러 가는 등 차려입어야 할 때 블랙 원피스만큼 간편하게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아이템도 없다. 또 엉덩이 선까지 길게 내려오는 반팔 롱 티셔츠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원피스처럼 하나만 입어도 좋고, 레깅스나 스타킹, 긴팔 티셔츠와 레이어드하는 등 매일 다르게 연출해 외출복으로 입어도 된다. 그리고 잠옷을 따로 챙겨가지 않았다면, 호텔 방에서 잠옷으로 입을 수도 있고, 수영장이나 해변에서 수영복 위에 걸쳐 입는 가운으로도 사용할 수도 있으니 최소 일석삼조는 넉넉히 하는 아이템이다. 여행을 갈 때는 이처럼 다양한 장소나 상황에 어울리는 활용도 높은 옷들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신발은 2~3주 전에 한국에서 구입하라
여행 짐을 쌀 때는 옷을 최대한 줄여서 간단하게 가져가라. 혹시 부족한 경우에는 현지에서 세일하는 아이템을 구입해서 입거나, 호텔에서 빨아 입으면 된다. 하지만 신발은 예외다. 낯선 여행지에서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찾기 힘들 뿐 아니라, 아무리 고가의 신발이라 하더라도 새 신발은 발이 불편해서 오래 신고 있을 수도, 걸을 수도 없다. 최소 2~3주 전에 구입해서 발이 신발에 익숙해진 다음 가져가면 여행 중 발이 아파서 고생하지 않을 것이다. 여행 갈 때는 많이 걸을 때를 대비해서 플랫 슈즈나 스니커처럼 발이 편한 신발은 필수요, 여기에 고급 쇼핑몰을 쇼핑할 때나 유명 레스토랑을 갈 때 잘 차려입은 옷에 어울리는 하이힐도 하나 있어야 한다. 또 호텔 방이나 수영장, 해변에서 신을 수 있는 슬리퍼와 최근에 유행하는 플라스틱 소재의 컬러풀한 샌들도 물놀이를 위해 챙겨야 한다. 따라서 여행 전 쇼핑 노하우는 ‘옷은 최소한으로, 대신 신발은 조금 욕심을 부려라’신발을 가져갈 때에는 신발을 구입할 때 받은 신발주머니나 지퍼백에 한 짝씩 나누어 담아서 여행 가방에 넣어야 부피를 줄일 수 있다.
바캉스 갈 때 옷을 많이 챙겨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여름옷은 똑같은 옷에 소품만 바꾸면 매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박 4일 이상의 일정이라면 선글라스는 2개 이상 가져갈 것. 어느 장소에나 어울리는 블랙 선글라스는 기본, 메탈이나 컬러풀한 선글라스를 챙기면, 다양한 분위기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선글라스는 국내보다는 면세점이 저렴하고, 1개 이상을 구입하면 추가 할인을 자주 하기 때문에 여행 전 미리 구입해놓을 필요 없이, 공항 면세점에서 쇼핑하면 된다. 만약 수영장이나 바닷가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면 하나는 명품 선글라스를, 나머지 하나는 잃어버려도 속상하지 않을 1만~2만원대의 저렴한 선글라스를 가져가라. 또 여행지에서는 고가의 귀금속보다는 크기가 크고 화려한 플라스틱 목걸이나 팔찌 등을 추천한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아무리 비싸도 1만원 미만으로 모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챙겨갈 필요 없이,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 클러치백이나 챙이 넓은 모자, 수영복 등도 현지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필요한 소품들은 웬만하면 여행지에서 구입할 것.
허리에 차는 작은 주머니 가방은 ‘나는 여행이 처음입니다, 내 가방에는 현금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라고 말해주는 아이템. 소매치기의 표적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지에서 바가지 쓰기 십상이다. 여행 중에 쇼핑을 할 때에는 평소 한국에서 쇼핑하듯 조금 차려입고 여행하는 것이 좋다. 또 흰색 운동화는 웬만하면 피할 것. 홍콩의 캔톤 로드에 있는 명품 매장들이나 런던의 해롯백화점처럼 운동화에 배낭 차림으로는 입장이 불가능한 곳이 있으니, 쇼핑이 여행의 목적이라면 아무리 발이 편해도 흰색 운동화는 피하는 것이 좋다.
아침마다 다림질이 필요한 셔츠나 블라우스도 사절. 부피만 차지하는 두꺼운 재킷보다는 얇은 옷을 레이어드해서 입는 것이 가방 속 짐도 줄이고, 훨씬 더 따뜻하다. 아우터는 공항에 갈 때 하나만 입고 가고, 대신 스카프나 니트 카디건으로 스타일에 변화를 준다. 또 더운 여름이니 무거운 청바지보다는 통기성이 좋은 면바지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쇼핑 칼럼니스트 배정현
쇼핑 매거진 「SURE」의 패션 수석기자를 거쳐 현재 잡지와 신문, 라디오,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의 쇼핑 칼럼을 연재하는 대한민국 제1호 쇼핑 칼럼니스트. 동대문 새벽시장부터 명동 길거리 좌판, 백화점 세일 코너 등에서 수십만원대의 브랜드 의상과 수백만원대의 명품 못지않은 트렌디한 물건을 골라내는 귀신같은 쇼핑 안목을 가졌다. 저서로 비행기 값 버는 해외 쇼핑 가이드북인 「쇼핑앤더시티」와 국내 알뜰 쇼핑 가이드를 소개하는 「악마는 프라다를 싸게 입는다」가 있다.
■ 기획 / 강주일 기자 ■진행 / 배정현(쇼핑 칼럼니스트) ■ 사진 / 이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