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품위를 지키는 패션 스타일링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패션 릴레이의 두 번째 주자로 발탁된 패션디자이너이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인 고윤정씨에게서 그 팁을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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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옷 잘 입는 사람들을 보면 언제부터 옷 입기에 자신이 있었는지 묻고 싶어진다. 아주 어릴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있었는지? 패션을 좋아하고 전공하게 된 계기와도 관계가 있나?
A 옷 입기는 의식의 문제다. 옷 입기에 대해 아직까지 의식주(衣食住)의 ‘의(衣)’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러면 옷을 멋지게 스타일링할 수가 없다. ‘덥거나 춥기 때문에 옷을 입는다’거나, ‘옷을 안 입으면 안 되니 대충 입기만 하자’라는 의식을 갖고 사는 사람과, 옷으로 자신의 ‘에고(Ego)’를 보여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천지 차이다. 물론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패션을 통해 자신을 보여주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색깔이 결정되고, 패션을 통해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인상도 좌우한다. 그것을 본인 스스로 만들어 낼수 있다는 것이 재밌지 않은가. 나는 옷을 아주 많이 입어보고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다. 그리한 결과 시간이 흐르니 그저 자연스럽게 옷 입기에 자신이 생겼다.
A 나는 의상을 디자인할 때 크로스 코디를 생각한다. 한 가지 아이템으로 여러 가지 스타일을 자유롭게 연출하는 룩이 좋다. 특히 요즘은 의상의 레이어드가 중요한데, 포멀한 라인과 캐주얼한 라인이 자연스럽게 믹스&매치됐을 때 가장 멋지다. 자신의 취향과 느낌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답이 하나인 디자인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핀즈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으며, 경제적·감성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를 지닌 자유로운 마인드의 소유자, 말하자면 약간은 이기적일 수 있는 ‘바람둥이’ 캐릭터를 뮤즈로 하고 있다.
Q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을 패션으로 두는 ‘바람둥이’와 ‘말괄량이’들을 위한 크로스 코디를 지향한다는 말이 무척 인상 깊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강한 개성과 자기표현은 요즘엔 흠이 아닌,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런 강한 개성과 자기표현을 위한 패션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A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와 자신감이다. 나에게 이런 컬러는 어울리지 않아, 이런 디자인은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튀지 않나? 하는 식으로 스스로 둘레를 만드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남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을 아름답고 멋지게 표현할 줄 알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충만하다.
Q 패션디자이너라면 옷 입기에 대해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법도 한데, 올봄 제안하고 싶은 패션 스타일은 어떤 것인가? 고윤정식 옷 입기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A 패션은 돌고 돈다고도 하지만 그만큼 변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분명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디자이너도 한 가지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도 변화하는 것이 패션이다. 나는 이 세상 모든 느낌을 사랑한다. 그때그때 영감을 얻고 영향을 받는 것도 늘 달라진다. 어떤 때는 다른 나라 문화가, 어떤 때는 영화가, 어떤 때는 또 다른 무언가다. 옷 입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여러 가지 색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분위기와 장소에 따라 변신할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 어떤 때는 캐주얼하고 내추럴하게, 어떤 때는 섹시하게…. 그날의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의상 컨셉트를 정하고 그것에 맞춰 자신을 변신시키는 일은 정말 매력적이고 두근거리는 일이다.
A옷을 입을 때도 컨셉트가 필요하다. 디자이너도 옷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컨셉트를 정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어떤 컨셉트로 연출할까’를 결정할 것.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이미지에 맞는 딱 한 가지 악센트 피스를 고르는 일이다. 그 아이템은 상의나 가방이 가장 좋다. 그것을 기준으로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아이템을 고르면 쉽다. 인생의 다른 어떤 것들과 마찬가지로 옷 입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시간, 어느 정도의 자본 투자, 그리고 노력이 기본이다. 여기에 감각을 살짝 더하면 누구나 패션니스트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기획 / 강주일 기자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