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로마 전사들이 신었던 신발에서 유래한 글래디에이터 슈즈는 두꺼운 스트랩이 발등을 감싸는 형태로 작년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유행하고 있다. 한동안 발목과 발등을 감싸는 스트랩이 다리가 두꺼워 보인다는 편견으로 꺼리기도 했지만 슈즈를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그 구조적인 패턴이 보기만 해도 복잡한 작업을 예상하게 한다. 철저히 계산된 패턴과 손이 많이 가는 작업, 은근히 소재도 많이 들어가 제작 단가도 무척 비싸다. 발등 위에 왔다 갔다 스트랩으로 그물을 치고 스터드 장식을 더하면 마치 잘 지어놓은 건축물 같다고 할 정도로 예술성이 뛰어나다. 또 요즘처럼 런웨이나 리얼웨이를 장악한 ‘슈퍼 킬힐’ 위에서 스트랩은 목발을 짚은 냥 지지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슈즈의 느낌 역시 투박하면서도 드세고 강해 보이기 때문에 웬만한 패션 모험가가 아니고서는 선뜻 시도하기 쉽지 않지만 글래디에이터 슈즈 하나로 자신이 패션 피플임을 암시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고도 트렌디한 아이템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가 러블리한 실크 플레어스커트에 무시무시한 스터드 장식의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매치한 것을 기억하는가. 국내에서는 공효진, 김민희, 신민아에서부터 아이돌 소희까지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즐기는 걸 볼 수 있다. 또 영화 속 로마 전사들처럼 면 소재 오버사이즈 티셔츠에 두꺼운 가죽 벨트, 브라운 컬러의 글래디에이터 플랫 슈즈는 여전히 캣워크에 등장한다. 그렇지만 잔인하게도 이 룩은 보디라인은 물론 패션 지수가 매우 뛰어난 사람만이 소화할 수 있다. 가장 도전하기 쉬운 스타일은 시폰 소재의 고무 밴딩 스커트와 글래디에이터 플랫 샌들을 믹스매치하는 것이다. 여름에는 쇼츠와 글래디에이터 플랫 샌들을 매치해 편안하면서도 시크하게 연출하고 스키니 진과 하이힐 글래디에이터 슈즈로 마치 발맹의 컬렉션처럼 글래머러스한 스타일을 연출한다. 광택이 있는 레깅스에 주얼 장식의 글래디에이터 킬힐을 신으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 최근 가장 트렌디한 기능과 실용이 강조된 밀리터리 룩인 유틸리티 룩은 어떤가. 전체적으로 페미닌하고 모던해진 밀리터리 룩의 마무리는 바로 글래디에이터 슈즈다.
글래디에이터 슈즈가 한때 유행할 것이란 생각해 구입을 망설였다면 반갑게도 이번 시즌에는 블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컬러와 장식을 더해 페미닌 무드를 더했으니 취향에 맞게 골라보자. 마지막으로 글래디에이터 슈즈를 고를 때는 탈착의 시간도 고려할 것. 복잡한 스트랩에 버클 장식을 하나씩 풀었다가 끼워야 한다면 도저히 불편해서 정이 가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파인아트를 전공하고 최정인 세컨드 브랜드인 ‘HYAANG’과 ‘Hollywood Style JINNYKIM’의 디자이너를 거쳐 2009년 자신의 브랜드인 ‘WHAT I WANT’를 론칭했다. 그녀는 단순히 슈즈가 아닌 아트적 감성의 조형물로 슈즈를 재해석하면서 다양한 소재로 과감하게 표현해 연예인과 패션 피플 사이에서 ‘잇 슈즈’ 디자이너로 통한다.
■ 제품 협찬 / 레노마(02-514-9006), 비지트인뉴욕·톰보이프레스티지(02-545-3134), 왓아이원트(02-517-0071), 슈콤마보니(02-468-0532), XIX(02-546-7764), ■ 헤어&메이크업 / 보혜, 수민(이철헤어커커, 02-542-2326) ■ 모델 / 김현희 쭕 스타일리스트 / 신우식(Napi Style), 황혜진(어시스트) ■ 기획 / 김민정 기자 ■ 글 / 오경희 ■ 사진 / 이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