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알고 있는 스트라이프의 법칙은 이러하다. ‘시선이 라인을 훑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것이 파악하는 지역은 더 길고 좁게 보인다’. 쉽게 말해 스트라이프의 폭이 좁을수록 날씬해 보인다는 뜻이다. 스트라이프의 간격이 넓어 밝은 색 라인이 허리나 엉덩이 부분에 멈춰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날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요즘 살 쪘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악몽의 날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 세로 스트라이프는 길게 보일 테니 무조건 안정적일까? 대부분이 그러하다. 눈은 수직선을 굉장히 빨리 훑어내리기 때문에 수직선이 들어간 옷을 입으면 시선 안에 들어온 신체는 그만큼 더 길고 좁게, 그러니까 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해 보인다. 세로 스트라이프는 패션에서 가장 명백한 수직선이다. 그러므로 이론상으로는 늘씬한 외모를 만들어내는 데 보탬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그 반대로 작용하기도 한다.
착 달라붙는 니트 소재의 옷이 바로 그런 경우다. 세로 스트라이프는 수직선이기는 하지만 소재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전에 세로 줄무늬의 니트 원피스를 산 적이 있다. 그 원피스는 고급 소재였고 할인율도 컸기 때문에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크나큰 실수였다. 그 세로 줄무늬는 허벅지, 엉덩이 그리고 배 바로 위에서 몸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돌출부란 돌출부는 모두 예리하게 강조했다. 결국 나의 비밀스러운 부분이 모두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그 옷은 바로 벗겨졌고 돌출부 제로의 깡마른 친구에게 넘겨졌다.
30대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살들이 있게 마련이다. 숨기고 싶은 몸의 곡선 따위는 잊어버리고 자유로운 스트라이프 니트를 즐길 수는 없는 걸까? 그 해법은 대각선의 비대칭 스트라이프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여유로운 공간과 니트의 부드러운 드레이핑이 더해지면 불어난 살을 감추면서도 더욱 날씬해 보이는 스타일링에 성공할 수 있다. 이 같은 춤추는 듯 경쾌한 사선 무늬 니트는 더욱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가로 스트라이프 상의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선 무늬 니트 원피스나 롱 톱의 경우 독특한 레깅스나 화려한 컬러의 스타킹, 벨트, 하이힐을 더하면 파티 룩으로도 손색이 없다. 사선 무늬의 화이트 니트 티셔츠에 스키니 진, 스니커로 마무리하면 기본 캐주얼 룩으로, 혹은 사선 무늬의 터틀넥 니트 톱에 재킷을 레이어드하면 클래식한 룩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이처럼 사선 무늬 니트는 좀 더 날씬해 보일 뿐 아니라 캐주얼함과 클래식함, 화려함과 개성 등을 표현할 수 있는 효자 아이템이니, 올 시즌 좀 더 자유롭게 디자인된 스트라이프 니트에 시선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Classi+CO+projec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여러 대학에 출강 중인 30대 초반의 디자이너다. 모던 클래식을 바탕으로 유머러스한 감성과 핸드크래프트적인 감각을 더한 의상들을 만든다.
■제품 협찬 / Classi+CO+project(샌프란시스코 엄브렐러, 02-518-8642), CC collect(02-3442-0151), 조이너스(02-542-0385), 라비엔코(02-3442-7712), 위니윌(02-548-2036) ■ 헤어&메이크업 / 니케 인 뷰티&쉬작(02-546-7729) ■모델 / 이세선 ■스타일리스트 / MIO ■진행 / 강주일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