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퍼홀릭과 패션테러리스트, 모두가 위험하다

불편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옷을 입고 나온 날이면 만사가 다 귀찮아지고 빨리 귀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패션치료라는 분야를 개척한 임상심리학자 제니퍼 바움가르트너 박사는 “옷은 그 사람의 내면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라고 말한다. 쇼핑중독증, 저장강박증, 패션우울증, 외모혐오증, 과다노출증, 연령망각증, 시간장소상황 무감각증, 브랜드집착증, 패션무력증으로 분류한 ‘옷장 문제’ 중 많은 주부들이 공감할 만한 ‘고질병’ 두 가지를 살펴보자.

세상에서 가장 떨치기 힘든 유혹, ‘세일’
쇼핑중독증
외출 후에는 어김없이 손에 쇼핑백이 들려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택배 기사와 눈인사를 나누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쇼핑중독증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잡지 광고, 인터넷 광고, 할인 쿠폰 등 쇼핑 충동을 자극하는 갖가지 유혹이 도처에 널렸다. 평소 꼭 사고 싶었던 제품이 세일을 하는데, 어떻게 안 살 수가 있느냐고? 문제는 돈이 없는데 구매욕을 느낄 때마다 쇼핑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옷을 구입할 때면 공허함이 채워지는 기분에 위안을 얻는 듯하지만, 막상 산 옷들은 옷장에 쌓아두기만 하는 일이 반복된다. 제니퍼 바움가르트너 박사는 심각한 쇼핑중독 증세는 물론이고 ‘쇼핑으로 우울한 마음을 채우는’ 가벼운 수준이라도 중독 치료는 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옷장에 멋진 옷들이 가득할지라도 서로 어울리지 않으면 옷장 꾸미기는 실패한 것이다. 다양한 스타일에 적용 가능한 기본 아이템의 코디법을 깨닫는 것도 쇼핑 충동을 치료하는 한 방법이다. 블랙이나 캐멀 컬러의 정장, 짙은 색의 일자 청바지, 우아한 이브닝드레스, 세련된 재단의 단색 트위드 팬츠 등 기본적인 옷들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현란한 무늬와 반짝이는 비즈나 술 장식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평상복을 살 때는 기본적인 것을 사고 대신 구두, 벨트, 스카프, 보석 등 액세서리를 살 때 창의성을 발휘하자. 옷을 사서 옷장에만 넣어두고 입지 않는다면 이는 옷에 대한 범죄라고 바움가르트너 박사는 못 박는다. 특별한 날에 입으려고 아껴두었다고? 대체 오늘이 그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언제까지 묵혀두어야 한다는 말인가. 정말 입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필요한 사람에게 주자. 다른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할 수도 있고, 옷장에 어떤 옷이 있는지 살펴보며 옷장에 숨통이 트이게 할 수도 있다.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고 정말 의미 있는 물건을 제대로 활용할 때, 삶은 더 행복해진다.

충동구매를 멈추기 위한 6가지 제안

1 지갑 없이 쇼핑하기
‘신상’을 구경하고 입어보는 일은 즐겁다. 어떤 아이템들이 유행하는지 돌아보기도 하고, 정작 눈에는 예쁜 옷이 입어보면 나와 궁합이 안 맞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도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결심했음에도 옷을 사고 싶은 충동은 계속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아예 지갑을 두고 쇼핑을 해보자. 열렬한 쇼핑광에게는 고문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충동을 느낀 뒤 실제 구매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준다. 지갑을 두고 쇼핑을 하면서 ‘필수품’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그리고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돌아보자. 만약 그동안 충동구매를 해왔다면 내가 가진 물건들의 10%만이 ‘필수품’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2 보류 리스트 만들기
쇼핑을 나가서 사고 싶은 상품들을 찾은 뒤 일단 그것들을 ‘보류 리스트’에 올린다. 집에 돌아온 뒤 이를 대체할 만한 물건이 이미 집에 있는지 살펴보자. 가지고 있는 것과 필요한 것을 신중하게 파악한 뒤 실제 구입할 물건을 결정하라.

3 구매 미루기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쇼핑을 하지 못할 때 느껴지는 불안감과 초조감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중심으로 생각하자. 물건을 사지 못할 때 느끼는 불안감을 이겨낼 때마다 쇼핑 충동은 줄어들 것이다. 일주일 혹은 한 달 정도 구입을 미뤘는데도 여전히 그 품목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 여전히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그때는 그걸 사도 괜찮다.

4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보기
바움가르트너 박사는 의류 매장에 근무할 당시 큰 폭의 할인을 받고 살 수 있었음에도 이상하게 구매욕이 싹 가시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가게에 걸린 옷이 모두 내 것이라고 생각되자 더 이상 원하지도 사지도 않게 됐다는 것. 그녀는 원하는 옷의 사진을 매일 보는 거울에다 붙여놓거나, 인터넷으로 상품을 많이 구경하는 방법을 권한다. 쇼핑 카트에 담긴 물건을 수없이 보고 나면 구매 욕구가 사라질 수도 있다.

5 인터넷 회원에서 탈퇴하라
편리한 인터넷 쇼핑은 충동을 조절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기에 딱 좋다. 요즘 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인터넷 쇼핑을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바움가르트너 박사는 쇼핑 습관을 바꾸기 위해 가입했던 모든 브랜드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탈퇴를 했다. ‘쇼핑 카트’에 담아놓은 것을 ‘주문하기’ 버튼 하나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개인 정보를 일일이 다 기입해야 하는 경우 ‘진짜 필요한 물건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는 것.

6 ‘의식적’으로 구매하기
충동구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쇼핑할 장소, 시간, 목적 및 기분, 쇼핑 후의 기분, 또다시 쇼핑하고 싶은지 등을 쇼핑하기 전에 미리 파악해야 한다. 이는 실제로 새 옷이 필요한지 판단하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갖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이 같은 훈련을 통해 신용카드를 긁기 전에 자신의 구매 행위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왜 주부들의 옷차림은 다 같을까
패션무력증
엉덩이를 덮는 티셔츠에 편한 레깅스, 외출할 때는 야상을 걸치고 야구 모자를 눌러쓴 뒤 여기에 발 편한 운동화를 신는다. 어쩌면 이 정도는 잘 차려입은 수준일 수도 있다. 산에서도, 평지에서도 등산복을 고수하는 ‘극실용주의’ 노선을 걷는 여성들도 적지 않으니 말이다.

대개 임신과 함께 여성들은 ‘전형적인 아줌마 룩’에 들어서게 된다. ‘돌보는 일’을 자신의 영역이자 특기로 여기며 자라는 여성 특유의 성격이 강한 이들의 경우 자신의 모든 욕구를 희생해가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돌본다. 바움가르트너 박사는 희생에 대한 이런 욕구가 첫 데이트 상대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부모가 입혀주는 옷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옷으로 자연스럽게 입는 시기를 지나 이윽고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는 나이에 이르면서 그의 취향에 따라서 자신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것. 이 순간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벗어던지고 남자친구가 좋아할 만한 옷을 선택한다. 처음에는 상대를 기쁘게 해주려는 열망으로 그저 작은 것을 포기하지만, 이후 그 포기와 희생은 스스로 알아차리기도 전에 무조건적인 습관으로 굳어진다. 이후 남편과 아이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모습이 자신의 전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잃어버린 자아를 찾을 수 있는 장소로 바움가르트너 박사는 옷장만 한 곳이 없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과거가 있는 곳이 바로 그곳이라고.

자신을 가꾸기 위한 3가지 제안

1 자신을 찾아라
자신을 위해 시간을 갖는 것은 결코 의무를 저버리는 행동이 아니다. 10분의 휴식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잡지를 보고, 커피를 마시고, 명상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거나 외출을 하거나 손톱 손질 혹은 그날 입을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도록 하라. 이 휴식 시간을 최대한 자신을 위해 활용하라. 아이들이 성장하고 당신의 도움을 덜 요구함에 따라 점점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가정주부로 사느라 자신을 잃게 되면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이 줄었을 때 자신의 역할을 잃게 될 수 있음에 대비하라.

2 패션 스타일은 자신을 가꾸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치일 정도로 일이 쌓였다고 해도 옷장이 잘 정리되어 있다면 센스 있게 꾸미는 데에는 5분밖에 안 걸린다. 근사한 옷을 고르는 데 시간을 할애하면 그 백 배나 되는 보상이 돌아올 것이다. 세련된 구두에 예쁜 스커트를 걸치는 건 스니커에 운동복을 입는 것과 비교해 소요 시간에는 별반 차이가 없고, 하루 종일 그렇게 하고 있기에도 괜찮은 차림이다. 일과를 보내다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았을 때 만족스러움과 자신감을 느낄 것이다. 이렇게 자기관리를 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잘 대우해줄 것이며 가족 역시 당신의 멋진 모습을 알아봐줄 것이다. 또 자신감이 붙으면 패션 스타일은 날로 향상될 것이다.

3 시간이 없고 일이 많다면 이렇게 하라
얼룩 제거 용품은 필수다 영아를 키운다면 세탁기에 돌릴 수 없는 옷은 사지 마라. 유명 브랜드 제품 중에도 물세탁이 가능한 아이템이 많다. 핸드백이나 자동차 보관함에 얼룩 제거 용품이나 물수건 등을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고 옷에 이물질이 묻었을 때를 대비하자. 얼룩을 감추는 데에는 패턴 있는 아이템을 따라잡을 게 없다.

구김을 펴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다림질할 시간과 노력을 아끼기 위해서는 주름 방지 제품을 구입하자. 많은 소재의 경우 탈수 작업을 마친 직후 널면 구김을 없앨 수 있다.

신축성을 생각하자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아이들을 안아 올리고 내리려면 편한 옷을 찾게 마련. 신축성이 있는 소재를 고르면 이 점은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화려한 과거는 잊어버리자 멋을 부리는 것이 무조건 화려한 치장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8cm 스틸레토힐은 잊고, 여러 겹의 뱅글도 포기하라. 대신 편하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라.

여성미는 잃지 말자 밝은 색상, 센스 있는 디자인의 귀고리, 니트, 패턴 스타킹, 몸에 착 감기는 원피스 등의 아이템은 예쁘다고 생각되는 것을 골라 입자.

모험을 하자 가끔은 모험을 감행할 필요가 있다. 패션 잡지와 스타일 블로그 등을 찾아보자. 그중 눈에 들어오는 아이템을 골라서 데이트나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 활용해보자. 딸, 아내, 엄마, 직장인 등 어떤 역할을 맡든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도록 하라. 옷장 속도 마찬가지다.

∨ Check List
나는 쇼핑중독일까?

-온종일 사고 싶은 물건에 대한 생각만 하는가?
-자축할 일이 생기면 항상 쇼핑을 하는가?
-힘들거나 지루하면 그 해소책으로 쇼핑을 하는가?
-쇼핑을 못하면 불안한가?
-물건을 사고 느끼는 흥분감이 금방 사라지는가?
-쇼핑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거나 새로 산 물건을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숨기는가?
-다시는 쇼핑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는가?
-친구나 가족의 물건을 보면 나도 갖고 싶은 생각이 드는가?
-당신에게는 없는 물건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으면 화가 나는가?
-친구와의 만남, 일, 잠 등을 대신해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쇼핑을 한 적이 있는가?
-쇼핑을 할 때면 애초 생각보다 돈을 더 쓰거나 물건을 더 많이 사는가?
-보통 때라면 사지 않을 물건을 세일 중이라는 이유로 구입하는가?
-그만 사려고 했다가도 결국은 사고 마는가?
-가게 점원이 당신을 잘 아는가?
-세일 및 신제품 출시에 관한 소식을 이메일로 정기적으로 받고 있는가?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위한 전용 계좌를 개설했는가?
-항상 사고 싶은 물건의 목록이 있는가? 목록에 있는 물건을 사면 그 즉시 다른 물건에 눈이 가는가?
-옷장에 같은 물건이 여러 개 있는가?
-가격표도 떼지 않은 옷이나 액세서리가 있는가?
-옷을 모두 넣으면 옷장의 공간이 부족한가?
-친구나 가족이 당신의 과도한 쇼핑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는가?
-신용카드 청구액을 모두 지불할 수 없는가?
-청구액을 지불하지 않고 독촉 전화를 피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바꾼다거나 우편물을 버리는 등 회피 행동을 한 적이 있는가?
-다른 사람들에게 물건을 사달라거나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가?
* 위의 질문 대부분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면 쇼핑 중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 Check List
나는 패션무력증일까?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사본 지 아주 오래됐는가?
-마지막으로 산 것은 코디네이션을 하려고
구입한 아이템이었는가?
-쇼핑을 할 때 주로 다른 사람의 것을 사는가,아니면 자신의 것을 사는가?
-자기 것을 살 때 죄책감을 느끼는가?
-매력적으로 보이기를 포기했는가?
-아침에 꾸밀 시간이 없는가?
-차려입는 데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되는가?
-다시는 안 입을 거라고 맹세했던 옷을 입고 있는가?
-잘 때나, 휴식할 때나, 집에 있을 때나 모두 똑같은 차림인가?
-스타일보다 편안함이 우선인가?
-아이들의 취향에 맞게 옷을 입는가?
-남편의 취향에 맞게 옷을 입는가?
-옛날 사진을 보면 그때의 모습이 그리운가?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가?
-‘나만의 시간’을 내기 어려운가?
-나만의 시간이 있으면 죄책감이 드는가?
-다른 사람과 관련된 의무에 대해 생각하느라 잠을 설치는가?
-거울 보기가 싫은가?
-머리 손질을 하고 치마를 매번 다리는 등 스타일을 살리려고 과거에는 잘 했던 일들을 이제는 안 하는가?
-센스 있게 입고 싶은가?
-그런데 센스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망설여지는가?
-최신 유행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가?
-가족과 있을 때도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여성이 부러운가?
-패션 센스가 넘쳤던 것은 오래전의 일인가?
* 위의 질문 대부분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면 가족의 욕구를 우선시하느라 자신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 강박적 구매 장애
쇼핑 전에는 긴장감이나 불안감이 증폭되다가 물건을 사면 해소되는 과정이 반복되는 증세가 이어지면 결국 신체적·정신적 문제는 물론 재정 상태 악화라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물론 고질적인 환자들은 이런 상태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다시 쇼핑으로 해소한다. 강박적 구매 장애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주로 여성으로 인구의 약 10%로 보고 있으며, 최근 20, 30년 동안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정의는 불분명하고 치료 방법도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신경학적·생물학적 요인과 더불어 가족 내력도 발병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른 정신 장애와 함께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서 증상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고. 치료가 어렵긴 하지만 항우울제와 인지 행동 집단 치료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인다.

■정리 / 장회정 기자 ■참고 서적 / 「옷장 심리학」(제니퍼 바움가르트너 저, 명진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