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루 소재 블랙 슬리브리스 원피스 3만원대, 포에버21. 세라믹 소재 볼드 반지 21만4천원·1930년대를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웨어러블 뱅글 67만9천원·작은 사탕 알갱이를 엮어놓은 듯한 디자인의 블랙 뱅글 15만4천원, apm모나코. 원석 펜던트 반지 플리마켓에서 구입.
스타 요가 강사로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제시카(31)는 요즘 요가보다 패셔너블한 트렌드세터로 통한다. 패션 브랜드 헤드의 요가복 라인 디자인 작업에 참여해 ‘헤드 에고 바이 제시카’ 라인을 선보이는가 하면, 주얼리 브랜드인 apm모나코의 홍보대사로도 참여하는 등 패션 피플의 삶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녀에게 ‘패셔너블한 요가 강사’라는 닉네임이 붙게 된 데는 어린 시절의 습관이 한몫했다.
“세 살 때 부모님께서 귀를 뚫어주셔서 그때 처음으로 귀고리를 해봤어요. 그때 이후로 줄곧 주얼리를 착용했죠. 어린 마음에도 귀고리를 하거나 반지를 낀 내 모습을 거울로 보면 왠지 근사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부모님 덕분에 패션이라는 신세계를 비교적 어린 시절에 접하게 됐어요. 돌이켜보면 ‘물건’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그때부터 느끼기 시작한 듯해요. 부모님께서 별 생각 없이 어린아이에게 작은 것 하나를 건네주신 것이 제 인생에서 이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줄 몰랐죠.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주얼리를 하나하나 사서 모으기 시작했어요. 컬렉터가 된 건 그때부터였어요.”
학창 시절부터 차곡차곡 모아온지라 지금 방 안 곳곳을 채우고 있는 주얼리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 외출할 때 한 번에 착용하는 주얼리를 가격으로 환산하면 40만원 정도이니, 방 안에 있는 제품들을 모두 합치면 천문학적인 수치에 다다를 것 같다고 한다.
“주얼리를 하면 여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물론 그것이 없다 해도 여자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주얼리를 착용한 순간만큼은 ‘아름답다’, ‘나는 아름다운 여자다’라는 기분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요. 그런 기분이 추운 날 밖에서 떨고 있다가 따뜻한 공간에 들어와서 마시는 카푸치노 한 잔처럼 제 인생에 소소한 행복감을 가져다줘요. 주얼리 컬렉터가 됐다는 것은 이런 의미가 있어요. 인생의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오감을 내 몸에 충전하는 법을 알게 됐다는 것.”
주얼리의 화려함 속에 담긴 소박한 힐링 코드를 찾다
패션 아이템을 통해 자신감을 충전하다
스타 요가 강사로 알려지면서 영화나 드라마 속 요가 연기 지도를 종종 맡아온 그녀. 현장에서 스타들의 스타일리스트나 분장실 스태프와 조우하는 경우도 생겨서 의상이나 소품의 유행 경향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 듯하다. 의상에 따라 어울리는 주얼리를 찾는 일에는 특히 선수가 됐다.
“주얼리는 특히 상황별 코디법에 가장 중요한 화룡점정 같은 존재죠. 의상을 제대로 입었다 할지라도 주얼리 하나를 잘못 매치하면 전체적인 스타일을 확 망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주로 평상복에는 작고 눈에 띄지 않는 큐빅 주얼리를, 화려하게 꾸며야 하는 모임 의상에는 미니멀한 슈트에 남들이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는 큼직한 주얼리를 매치하죠. 주얼리나 의상 스타일이 조금씩 바뀌더라도 이 공식은 지키는 편이에요. 여러 가지 스타일을 시도해봤지만 이 공식을 지켜나가면 스타일링을 망칠 확률이 줄어들 거든요.”
주얼리를 즐기는 데도 자신만의 공식을 갖고 있는 제시카에게 주얼리가 주는 또 다른 의미는 ‘자신감’ 충전이다.
특별한 모임이 있거나 시선을 집중시키고 싶을 때 즐기는 스타일. 어깨 라인이 드러나는 퍼플 튜브 톱 원피스·작은 핑크 펜던트 반지·심플하고 정제된 디테일의 반지 모두 소장품. 잎사귀 장식의 목걸이 1백만원대·원형 펜던트 목걸이 87만5천원, apm모나코.
그녀는 좋아하는 물건을 수집하는 일 그리고 그 물건이 주는 미학을 이렇게 표현한다. 모으는 행위 자체도 인생에 만족감을 주지만 그 물건을 지니고 있다는 안정감으로 인해 나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 같은 자신감도 부여해준다고 말이다. 매일 똑같이 찾아오는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주얼리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어떤 것을 모으는 행위 자체에 빠져보는 것은 분명 재미있는 소일거리가 될 것이라고, 한 번 시도해보기를 그녀는 권한다.
힐링법이 또 다른 인생으로 전개되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요즘에는 그 덩치가 조금 커져버렸다. 제시카는 주얼리를 사서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공방을 찾아가 손수 만들기도 한다.
“원하는 스타일의 주얼리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직접 만들면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100% 반영한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죠. 그리고 손품이 들어간 제품이라 그런지 착용할 때마다 더 애착이 가요. 반지와 팔찌 등 심플한 디자인부터 만들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배워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이를 상업적으로 전개할 마음은 없어요. 일종의 취미생활로만 즐기고 있죠. 하지만 기회가 되고 제 능력이 좀 더 발전된다면 주얼리 디자이너라는 명함을 하나 더 가지게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요.”
자신감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힐링법이 다른 직업을 갖게 하고 새로운 인생으로 살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왠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무언가에 빠져 있다는 것, 그로 인해 그 사람에게 취향이 생긴다는 것, 그 취향으로 인해 새로운 인생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 이러한 흐름 자체가 취향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요가 강사, 아니 앞으로 주얼리 디자이너로 불릴 날이 머지않은 제시카는 이미 이러한 가치를 깨닫고, 이를 자신의 인생에 유쾌하면서도 농후한 느낌까지 지닌 재즈 선율 같은 BGM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주얼리의 화려함 속에 담긴 소박한 힐링 코드를 찾다
■기획 / 이은선 기자 ■진행 / 이태경(프리랜서) ■사진 / 민영주 ■제품 협찬 / 지나인뉴욕(02-2157-8911), 포에버21(1644-0210), apm모나코(080-083-1234) ■스타일리스트 / 김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