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 블라우스 30만원대, 로트레쇼즈. 화이트 카디건 35만9천원, 데코. 와인 컬러 쇼츠 17만8천원, 나인식스. 목걸이 가격미정, 케이트앤켈리. 팔찌 11만원, 젠틀우먼.
그녀는 역시 웃는 것이 예쁘다. 봄볕 아래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같은 맑은 미소는 최정윤(38)의 상징이다. 119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드라마 ‘청담동 스캔들’을 끝내고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최정윤을 불러냈다.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다는 그녀는 별다른 토를 달지 않고 선선하게 카메라 앞에 섰다. 일이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였단다. 요즘 그녀는 7개월간 가족처럼 지내던 드라마 동료들과 여전히 만남을 유지하며 그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드라마를 촬영할 때는 ‘도대체 언제 끝나나’ 하고 학수고대했는데 막상 끝이 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 손에서 대본이 사라진 상실감, 월요일이면 녹화하러 가야 할 것 같은데 집에 남겨진 적막함. 출연진들과의 단체 채팅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 다들 같은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 함께 늘 만났던 녹화일인 월요일에 모여 함께 밥도 먹고 수다도 떨어요. 첫 만남이 지난 1월 9일이었는데, 매달 9일에 모임을 갖고 있어요. 여전히 저흰 가족이에요.”

아이보리 컬러 터틀넥 톱 8만7천원·네이비 서스펜더 스커트 19만7천원, 그레이양. 귀고리 가격미정, 케이트앤켈리. 펜던트 반지 19만원, 아이그너 by 쥼. 화이트 밴드 시계 44만5천원, 아이그너 by 갤러리어클락. 팔찌 3만8천5백원, 프란시스케이.
“제한적인 환경, 배고픈(?) 상황이라 다들 의기투합했는지도 몰라요. 드라마 장르 중 제일 촬영하기 힘든 것이 아침드라마예요. 모든 것이 부족하니 온갖 말도 안 되는 사건·사고의 장치들로 시청자의 눈을 잡아둘 수밖에 없는 거죠. ‘막장’이라고 비웃으며 쉽게 보지 마시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연기자들과 제작진의 노고를 생각해주세요.”
드라마가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며 최정윤의 감정 소모도 극에 달했다. 매회마다 울고불고 소리 지르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7개월간은 섣불리 아플 수도 없이 그렇게 내달렸다. 체력을 넘어 정신력으로 버텨야 했다.

라이트 블루 드레스 1백20만원, SEOP. 레이스 블라우스 86만5천원, 타임. 귀고리 가격미정, 케이트앤켈리. 반지 14만원, 젠틀우먼.
배우가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을 연기해야 할 때 제일 고역스럽다.
“배우도 인간인지라 평소 제가 갖고 있는 사상에 부합되지 않는 캐릭터를 억지로 연기할 때 가장 힘들고 싫죠. ‘청담동 스캔들’은 사건 자체가 워낙 임팩트 있었지만 그 전개 과정이나 대사에 억지나 무리가 없어서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 쉬웠어요. 아마도 작가님께서 그런 부분에서도 많이 노력하신 거겠지요.”
최정윤은 이번 드라마를 끝내고 훌쩍 여행을 떠났다. 작품을 마친 후 홀로 간 여행, 오랜 시간 함께했던 캐릭터와 이별하기에는 여행만 한 것이 없다.

아이보리 컬러 슬리브리스 톱·그레이톤 쇼츠 가격미정, 메릴링 by 스페이스눌. 블랙 롱 코트 85만8천원, 아이잗컬렉션. 선글라스 18만5천원, 힙스터. 드롭 귀고리 6만원대, 젠틀우먼. 반지 15만원, 아이그너 by 쥼. 클러치백 22만8천원, 파코타바. 블루 슈즈 4만9천원, 모노바비.
작품이 끝나면 어디든 갔다. 하물며 시골집 앞 바닷가라도 나서야 했다. 물론 결혼을 한 뒤에는 어느 정도의 제약이 붙었지만 말이다.
“여행지가 어디든 상관없어요. 그저 일상과 멀어졌다는 기분만으로 만족스러운 거 있잖아요. 그렇지만 그것도 처녀 시절 이야기지요. 결혼하고는 홀로 여행이 쉽진 않은 거 아시죠? 그래도 이번에는 긴 드라마를 끝내고 나니, 남편이 혼자 다녀오라고 보내주더라고요. 오스트리아 빈에 다녀왔어요.”
보름 동안의 여행이었다. 일상에서 멀어져 ‘현수’라는 캐릭터와 작별하고 다시 최정윤으로 돌아오는 데 의의를 둔 여행이었다. 몇몇 주변국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것이 유럽 여행의 묘미라지만 그녀는 한곳에만 머물렀다. 관광보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지내는 것, 그게 참 좋았다.
“여행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영화를 보는 것부터 좋았어요. 왔다 갔다 5편 넘게 봤어요. 아직 개봉하지 않은 아카데미 후보작들을 섭렵했죠. ‘남편은 밥 먹었나? 엄마, 아빠는 별일 없으신가? 시어머님, 시아버님은 잘 계시나?’ 눈에 보이지 않게 되니까 일상에서 신경 썼던 모든 근심, 걱정이 싹 사라지는 거예요. 이게 정말 휴가구나 싶었어요.”
보름간의 여행, 그것은 최정윤의 휴식다운 휴식의 끝이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무엇이든 해야 하는 성격인지라 여독이 미처 풀리기도 전에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기 바빴다고 한다.

스카프 장식 포인트 원피스 1백59만원, 미르. 귀고리 3만5천원, 프란시스케이.
중국 진출의 원대한 꿈은 없지만 요즘 국내 드라마의 중국 수출이 활발한 만큼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언어가 바탕이 된다면 더 수월할 수 있다. 최정윤에게는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고 습득하는 것이 더없이 좋은 치유 활동이다.
“저는 일을 하면 할수록 활력이 생기는 유형인 거 같아요.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고 미칠 것 같아요. 날씨가 좋지 않은 날, 아무 일정조차 없으면 약간의 우울감에 빠질 정도예요. ‘내가 쓸모없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막막한 기분도 들고요. 일을 못하게 되면 병이 날 수 있겠구나 싶어요.”
2011년 결혼 당시, 그녀의 남편이 이랜드 그룹 부회장의 장남임이 알려지면서 그녀에게는 ‘재벌가 며느리’라는 수식어가 뒤따르기 시작했다. 대기업 집안으로 시집을 간 여배우나 방송인은 대부분 일을 그만두고 가정에 충실했다. 그것은 대중에게도 매우 익숙한 모습이다. 그러나 최정윤은 달랐다. 결혼 뒤에 더 활발한 활동을 했고, 그것을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녀의 스타일을 두고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갈 일이다. 최정윤은 지금의 남편이 자신의 일을 인정해주지 않았다면 결혼까지는 가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든든한 지원군, 한 단계 더
내 일을 존중해줄 것. 최정윤이 인생의 동반자를 정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 조건이었다.
“제 일을 반대하는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어요. 무엇보다 일이 우선이었죠. 만약 남편도 일을 인정해주지 않았다면 만나지도 않았겠지요. 결혼은 물론이고요. 일을 반대하는 건 제 일부를 존중받지 못하는 거니까요. 다행히 남편은 물론 집안 어른들도 일을 권장해주는 분위기예요.”
그녀에게 어느새 재벌가 며느리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언론은 그녀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며 연기자 최정윤이 아닌, ‘청담동 며느리’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일이다.
“제가 운이 좋고 복을 받아서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그렇지만 처음에는 좀 부담스러웠죠. 제가 의도한 것이 아니니 그렇게 불리는 데 대해 인정할 수 없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받아들여야겠더라고요. ‘아,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제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사람들은 그걸 더욱 거북스러워했죠. ‘시간이 흐르면 관심이 떨어지겠지’ 기대하고 있어요. 연기를 열심히 해서 1등이 되면 ‘누구 며느리’라는 수식어는 2등이 되지 않을까요?”

랩스커트 디테일 셔츠 원피스 70만원대, 구호. 귀고리 6만원대, 젠틀우먼. 팔찌 가격미정, 러브캣비쥬.
“저는 하고자 하는 일들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가만히 두고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 남자에게는 그게 안 돼요(웃음). 그런 점이 신기해서 사귀게 됐어요. 지금도 남편에게는 최대한 자제를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세수를 안 하고 자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인데 남편이 그러면 그냥 둬요. 잔소리를 해도 어차피 안 할 사람이니까요.”
두 사람이 결혼한 지 4년째, 슬슬 2세 계획이 궁금해질 때다. 작년에 그녀의 절친한 친구인 박진희가 딸을 출산했고, 아이가 참 귀엽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은 이번 휴식기에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어요. 그렇지만 아이가 언제 생길지 기약이 없으니 손 놓고 기다리는 건 또 애매해요. 가장 조급해하시는 건 저희 친정 부모님이세요. 어서 병원에 가보라고 잔소리하시지만 인위적으로 애쓰고 싶지 않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운명에 맡기고 싶어요.”
아직은 아이가 생기지 않는 불안감보다는 놓치는 일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못 말리는 일중독이다. 그녀는 라디오 DJ나 예능 프로그램 등 임신을 염두에 두고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고 있단다.
열아홉에 CF 스타로 화려하게 데뷔한 최정윤. 그녀는 어느새 배우와 아내, 혹은 엄마라는 이름의 여러 갈림길에 서 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그녀라면 어떤 양립이든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건지 긍정적인 건지, 큰 고민 없이 처녀 역할에서 엄마 역할로 넘어갔어요. JTBC 드라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중학생인 진지희의 엄마 역할을 했죠. 처음에는 망설였어요. 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어색한 연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죠. 막상 해보니 괜찮더라고요. 그렇게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앞으로도 장르나 비중에 상관없이 연기할 거예요.”
‘예쁘게 나와야 한다’, ‘나만 주인공이어야 한다’라는 여배우의 독선.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저 고여 있는 물에 불과하다. 자연스럽게 여러 갈림길로 흘러갈 수 있어야 큰 바다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스타가 아닌, 진정한 연기자의 방향성 말이다.
최정윤의 Tasting Table
최정윤’s Say
청국장은 장 봐온 재료 없이 급하게 식사를 준비해야 할 때 자주 해 먹는 메뉴예요. 청국장과 두부만 있어도 되지만, 특별한 날이라면 해물을 넣어 더 구수하고 시원한 국물을 즐겨보세요.

배우 최정윤의 Healing Me, Softly
재료
새우 4마리, 쏙새우 2마리, 꽃게 1/2마리, 모시조개 100g, 청국장 80g, 두부 1/2모, 신 김치 160g, 표고버섯 2개, 대파 1/2대, 된장 1/2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멸치 국물 4컵
만들기
1 새우와 쏙새우, 꽃게는 깨끗이 손질하고 모시조개는 해감시킨다. 2 신 김치는 국물을 짠 뒤 적당한 크기로 다지고 표고버섯은 붓으로 이물질을 털어내고 다진다.
3 대파는 깨끗이 씻어 0.5cm 폭으로 송송 썰고 두부는 2×2cm 정사각형으로 썬다. 4 냄비에 멸치 국물을 붓고 ①의 해산물과 ②의 신 김치를 넣어 끓인다. 5 ④의 냄비에 청국장을 넣고 끓이다 된장을 넣고 간을 맞춘다. 6 ⑤의 냄비에 고춧가루와 ③의 대파를 넣고 3분 정도 끓인 뒤 ③의 두부와 ②의 표고버섯을 넣어 한소끔 끓인다.
최정윤’s Say
의외로 만들기 쉬운 동파육은 남편과 특별한 기분을 즐기고 싶을 때 해 먹어요. 예전에 요리학원에서 배운 메뉴인데, 소스를 만들 때 설탕 양을 줄이고 유자청을 넣으면 더 상큼한 맛이 나요.

배우 최정윤의 Healing Me, Softly
재료
돼지고기 500g, 양파 1/2개, 대파 1/2대, 마늘 3톨, 생강 1개, 사라다나
(잎상추)·래디치오 50g씩, 통후추 1작은술, 청주 1/4컵, 올리브유·물 적당량, 소스(양파 1/2개, 마른 고추·팔각 1개씩, 물 3컵, 간장 1/4컵, 청주 1/2컵, 유자청 3큰술, 설탕 1큰술)
만들기
1 양파와 마늘, 생강은 껍질을 벗겨 적당한 크기로 썰고 대파는 깨끗이 씻어 5cm 길이로 썬다. 2 냄비에 물을 붓고 돼지고기와 ①의 채소, 통후추, 청주를 넣고 40분 정도 푹 삶는다. 3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②의 돼지고기를 넣어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4 냄비에 분량의 소스 재료와 ③의 돼지고기를 넣고 약한 불에 조린다. 5 ④의 돼지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접시에 담고 사라다나와 래디치오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곁들인다.
최정윤’s Say
크림파스타를 워낙 좋아해 집에서 자주 시도하는데 실패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번 기회에 정확한 레시피를 배워 독자들에게도 권하고 싶어요.

배우 최정윤의 Healing Me, Softly
재료
연어 200g, 파스타 면 160g, 아스파라거스 4대, 다진 마늘 1/2큰술, 생크림 3컵, 우유 1컵, 설탕·굵은소금·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올리브유·물 적당량
만들기
1 연어는 2×2cm로 썰어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 뒤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넣고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2 아스파라거스는 껍질을 벗긴 뒤 5cm 길이로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다. 3 냄비에 물과 올리브유, 굵은소금을 넣고 끓으면 파스타 면을 넣어 삶는다. 4 다른 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뒤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③의 파스타 면과 생크림, 우유, 설탕을 넣어 끓인다. 5 ④의 팬에 ①의 연어와 ②의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볶은 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진행 / 이은선 기자 ■글 / 이유진 기자 ■사진&리터칭 / H.gio·김도훈(인물, 쟈뎅 드 라망), 송미성(요리) ■제품 협찬 / 구호·아이그너 by 갤러리어클락·아이그너 by 쥼·아이잗컬렉션·타임·펜디 by 갤러리어클락(02-540-4723), 레이양·메릴링 by 스페이스눌(02-512-1036), 나인식스·로트레쇼즈·파코타바(02-545-5134), 데코·힙스터·SEOP(070-4659-1343), 디맥(02-517-0071), 러브캣비쥬(070-4870-0471), 모노바비·케이트앤켈리·프란시스케이(02-3444-8635), 미르(www.miir.co.kr), 젠틀우먼(1644-7826) ■헤어&메이크업 / 구미정, 화주(제니하우스 프리모, 02-3448-7114) ■패션 스타일리스트 / 고은숙, 박보람(어시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