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정아의 Light&Sh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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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아의 Light&Shade

배우 박정아의 Light&Shade

배우 박정아의 Light&Shade

배우 박정아의 Light&Shade

배우 박정아의 Light&Shade
15년, Light&Shade
박정아(34)는 연예계 데뷔 15년 차다. 그간 그녀의 활동들을 편집해놓으면 기승전결이 가능한, 유려한 다큐 영화 한 편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지나온 자리에는 명암이 분명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녀는 ‘아시안 H’라는 프로젝트 록 그룹의 멤버로 처음 TV에 등장했다. 맨얼굴로 어깨에 기타를 메고 자유분방하게 아시아 이곳저곳을 다니는 19세 소녀의 모습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곧 그녀는 걸 그룹 쥬얼리의 멤버로 데뷔했고, 아이돌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유명 CF를 섭렵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점점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 인기를 바탕으로 쟁쟁한 상대역과 나란히 미니시리즈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며 쉽게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는 듯했지만 곧 시련이 찾아왔다. 가수 출신의 한계를 지적받으며 연기력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것. 탄탄대로에서 맞닥뜨린 벽. 박정아는 눈물을 머금고 유턴해야 했다. 일일드라마 그리고 주말드라마에서 다시 미니시리즈까지 차근차근.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다시 연기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연기는 여전히 어렵다.
“이번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잠도 설치고 혼자 긴장을 많이 했어요. 제가 털털하고 솔직한 반면 필요 이상으로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지난 일이지만 연기력 논란이 있었던 자신의 과거를 모른 척하지 않는다. 아이돌 이력 또한 지금의 배우 박정아를 있게 한 과정 중 하나였다. 그저 지금은 연기자로서 앞으로 나아갈 길이 남아 있다는 것에 안도한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좀 뻔뻔해져야 한다고 하던데, 저는 그렇지가 않아서 어려움을 많이 느껴요. 주변 분들은 이번 드라마를 보고 연기가 좋다는 말을 하시지만 정작 저는 아직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 그저 잘 이끌어주신 감독님과 편집 감독님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박정아는 현재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 출연 중이다. 남자 주인공 조정석의 첫사랑 역을 맡았다. 그녀는 박보영, 조정석, 임주환, 김슬기 등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가고 있다. 그걸로 된 거 아닐까?
“감독님께서 ‘맘껏 뛰어놀아라’라는 마인드로 배우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아주세요. 촬영 일정도 여유로워서 연기자들이 리허설을 하면서 충분히 좋은 합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함께 섞여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요.”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연기의 기술보다는 자신감일지도 모르겠다. 편안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건 배우에게는 매우 좋은 경험이다. 즐거운 현장 분위기는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져 좋은 시청률과 반응으로 이어진다. 그저 그녀의 역할이 지나간 첫사랑 역이라는 점이 좀 아쉽긴 하다. 그녀는 “그것 역시 내가 넘어야 할 산”이라 말한다. 이번 작품이 잘 끝나면 다음에는 현재진행형의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시원하기보다 따뜻한
그녀는 연기를 시작하면서 이미지 소비를 점점 줄여나갔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자제하고 요즘 연예인이라면 필수인 SNS 활동도 별로 하지 않는다. 대신 2010년부터 ‘검사 프린세스’를 시작으로 1년에 한 작품씩 꾸준히 연기를 해오고 있다.
“연기자로 전향하면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젠 시청자분들도 연기하는 박정아를 어색해하지 않고 봐주고 있어요.”
그녀는 여전히 신인처럼 모든 게 새삼스럽다고 말한다. 그만큼 타성에 젖지 않았다는 뜻으로 바꿔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늘 새로운 박정아를 보여주려 노력했고, 조연이든 악역이든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해왔다. 그중 실제 성격과 가장 비슷했던 캐릭터는 누구였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박정아는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의 ‘미영’ 역이라고 말한다. 미영은 집안의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순순히 놓아준 순애보적인 인물이다.
“미영이는 털털하지만 사랑에서 만큼은 순수했잖아요.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할지라도 행복을 위해 보내줬고, 또 고통스럽지만 결국 상대 여성까지 받아들이는… 애초에 못된 마음이 없는 아이였죠. 저 지금 스스로 착하다고 말하는 건가요?(웃음)”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역할은 일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의 악역 ‘세화’였다. 늘 상대방을 속이고 악행만 일삼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했다.
“세화를 연기할 때는 위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대본만 보면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하고 속이 답답해졌죠. 대본상에서도 결국 쓰러지더라고요. 그렇게 악행을 일삼는데 쓰러질 만했죠(웃음). 제가 연기하면서도 그때는 속이 시원해졌어요.”
남자 연기자 중 ‘실장님 전문 배우’로 일컫는 이들이 있다. 기존의 젠틀하고 스마트한 이미지를 극 중에서 그대로 가져가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박정아는 알고 보면 ‘전문직 전문 배우’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맡은 역할이 아나운서, 변호사, PD 등 전문 직종이 대부분이었다. 그녀가 갖고 있는 가볍지 않은 목소리 톤과 이미지가 한몫했을 것이다. 고음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음색으로 그녀는 가수 활동의 정점을 찍기도 했다. 노래에 대한 미련도 남아 있을 법하다.
“지금도 노래는 늘 마음에 품고 있죠. ‘할까? 말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그런 기회가 없었어요. 한때 뮤지컬 쪽에서도 러브콜이 심심치 않게 왔었는데, 종종 드라마 스케줄과 겹치기도 하고 이제 회복됐지만 2년 전 갑상선 수술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고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피로감과 무기력을 알 수 없다는 갑상선 질환. 우선 몸이 힘드니 활동에도 지장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활동을 줄이면서 가장 걱정하는 분은 저희 할머니였어요. 교회를 가거나 친척들을 만나면 ‘정아 요즘 왜 안 나오냐’라는 걱정 어린 말들을 듣는 게 내심 서운하셨던 모양이에요. 연기자 활동을 하면서 가수 시절에 비해 TV에 나오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도 속상해하셨고요.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이제 들어오는 일들은 가리지 않고 다 하려고요(웃음).”
그녀는 10년째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정서가 있다. 여유롭고 따뜻하다. 받아본 사람이 줄 줄 알고, 아파본 사람이 아픔을 안다.
“부모님과 살지 못하게 됐을 때의 아픔도 있었지만 대신 할머니에게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잖아요. 어린 시절 시련과 상처가 됐을지언정 한편 그런 경험들이 성격 형성에 좋은 쪽으로 발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픈 사람도 배려할 줄 알고요. 철없이 마냥 해맑은 것보다는 낫잖아요?”
쉬는 날에는 되도록 시간을 내어 할머니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려고 한다. 그런 할머니는 요즘 손녀 때문에 조금 피곤한 일이 생겼다.
“너는 연애만 하면 소문이 나냐? 교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지난 3월 박정아와 전상우 프로골퍼의 열애가 보도됐다. 현재 교제 1년이 채 되지 않은 푸릇푸릇한 커플로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큰 키에 ‘훈남’인 전 선수는 2006년 KPGA 투어에서 데뷔한 전도유망한 프로골퍼다. 박정아도 최근 남자친구의 영향으로 골프의 세계에 입문했다. 물론 남자친구에게 직접 골프 레슨을 받고 있다.
“골프에 재미를 들이면 푹 빠져 산다고 하는데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냥 재밌어요. 아무래도 옆에 잘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다 보니 실력이 꽤 늘더라고요. 그러면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는데, 생각보다 그리 낭만적이지는 않아요. 마치 남자친구에게 운전을 배우는 것과 같아요. 레슨 도중에 서로 마음 상하는 일도 많거든요(웃음).”
박정아는 어떤 운동이든 능숙한 스포츠 우먼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남자친구는 쉽게 흥분하거나 화내는 일이 없다고 한다.
“제 스윙이 답답하고 마음에 안 들 텐데 그 와중에 참 점잖아요. ‘그것도 못하냐’라고 할 만한 순간도 많았는데, 한 번도 언성을 높인 적이 없어요. 그저 별거 아닌 일로 저 혼자 입이 나온 채 삐치는 일이 다반사죠. 골프를 배우면서 본연의 모습을 많이 들켰어요(웃음).”
결혼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순조롭게 만나고 있다. 박정아는 인위적으로 뭔가를 기획하고 꾸미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이왕 알려졌으니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결혼을 생각할 단계는 아니지만 잘 만나고 있어요. 제 나이쯤 되면 비우는 작업에 더 충실해야 해요. 연애도 옛날에는 보이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적인 면에서는 욕심도 부리고 좀 이기적이 돼야 하겠지만 연애에서는 그럴 필요 있나요?”
과거에는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휘둘렸다. 여린 마음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혼자 무너지는 일도 많았다.
“최근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아이돌 가수 ‘신디’가 나왔잖아요. 할 말 다 하고 당차게 연예 활동을 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못했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왔어요. 어릴 때는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고 ‘멘붕’도 많이 겪었죠. ‘나는 열심히 했는데 왜 이런 반응일까?’ 하고요. 옆에 경험이 많은 선배나 조언해주실 분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혼자 감정을 억누르며 삭인 적이 많아요.”
목적을 두고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지치게 마련이다.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연기자가 되고 싶다.
“아이돌의 병폐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인기만을 보고 막 달려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연기를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본을 받고 연습하고 촬영을 하러 나가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는 점점 여유가 생기겠죠. 개인적으로 그때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전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던 길가에 핀 들꽃이나 둥실 뜬 구름 한 점을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 누군가는 일종의 나이가 드는 신호라고 하지만 나쁘지 않다. 좋은 것만 보고 즐기고 나누기에도 인생은 짧다. 그녀의 내려놓은 어깨에서 줄어든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편안하고 또 성숙해 보인다.

배우 박정아의 Light&Shade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24시간이 주어졌을 때 박정아는 주로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힐링 타임을 즐긴다. 때론 미드에 빠져 밤을 새우기도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긴장을 풀어주는 박정아의 즐겨찾기를 「레이디경향」 독자들과 공유한다.
Music
Brian Culbertson 미국의 퓨전 재즈 아티스트이자 키보디스트. 그의 음악은 들을수록 빠져드는데, 특히 2009년 발매된 앨범 「Live from the Inside」에 수록된 연주곡 ‘Our Love’는 지친 심신에 휴식이 필요할 때 꼭 찾아 듣는 음악이다.
Ella Eyre 요즘 완전히 빠져 있는 뮤지션. 영국의 싱어송라이터로 독창적이면서 매력 있는 멜로디 라인과 허스키한 보이스가 매력적이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영국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Trio Toykeat 미국의 정통 재즈가 아니라 클래식과 재즈를 기반으로 팝과 록 등이 어우러진 음악을 하는 북유럽 재즈 밴드. 이들의 대표곡 중 하나인 ‘Gadd a Tee?’라는 곡을 특히 좋아하는데, 경쾌한 피아노 선율에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허니써클 한국의 재즈 밴드로, 미국 스타일의 재즈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감성적인 멜로디를 접목시킨 새로운 스타일의 재즈 음악이 매력적이다. 우연히 지인의 추천으로 접하게 됐는데, 마음을 새로이 다지게 되는 힘이 있어 촬영하러 갈 때 자주 듣는다.
Book
영화로도 제작된 「화차」 같은 미스터리물을 좋아하고, 자기계발서도 즐긴다. 특히 일본의 대표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가 단숨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의 작품 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다른 소설과 달리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책으로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Movie
힐링이 필요할 때 주로 ‘사운드 오브 뮤직’, ‘러브 액추얼리’, ‘러브 어페어’처럼 따뜻함이 느껴지는 영화를 본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밤새가며 ‘왕좌의 게임’, ‘그레이 아나토미’, ‘NCIS 시리즈’, ‘CSI 시리즈’에 빠지기도 한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잠을 쫓아가면서까지 끊지 못할 정도로 몰두하기를 즐기는데, 집중력이 필요한 배우이기에 열중하는 연습을 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진행 / 이은선 기자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박재찬(인물), 안지영(이미지) 리터칭 김규현(인물) ■사진 제공 / 유니버설뮤직(02-2106-2000) ■제품 협찬 / 그리디어스(070-4028-4132), 나무하나(02-3442-7567), 러브캣비주(02-516-0579), 브이엘(02-3440-4544), 비터스윗(02-512-4393), 빅팍(02-515-0083), 소니코리아(02-6370-8555), 시에로(02-545-5134), 앰스웨그(www.mswag.co.kr), 오브제(02-3446-7116), 지고트(02-726-4502), 지니킴(02-516-0100), 프란시스케이(02-336-9500), 하이어디즈 파리(02-792-3217), 할리샵(1544-9456) ■도서 협찬 / 도서출판 재인(02-571-6858) ■헤어&메이크업 / 명진, 승연(포레스타, 02-3444-2252) ■스타일리스트 / 이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