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F/W 시즌만 되면 런웨이에는 남자친구의 옷을 훔쳐 입고 나타난 듯 큼지막한 오버사이즈 핏의 팬츠 룩과 슈트 룩을 입은 모델들이 나타난다. 이번 시즌에도 역시 잊지 않고 매니시 룩이 돌아왔다.
Keyword 1
Oversize Silhouette
이번 가을에는 넉넉한 오버사이즈 핏의 매니시 룩이 특히 유행할 전망이다.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는 필수 아이템으로, 엄마가 보면 동네 청소한다며 등짝을 맞을 만큼 바닥에 끌리는 긴 기장의 와이드 팬츠가 대세. 대신 각 브랜드마다 상의를 조금씩 다른 분위기로 스타일링해 저마다의 감성을 담았다. 끌로에는 클래식한 분위기의 매니시 룩을 선보였는데, 장교풍의 밀리터리 오버사이즈 코트와 와이드 팬츠에 시폰 블라우스와 가는 스카프로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가미했다. 오버사이즈 코트는 디자인을 다양하게 해 개성 있는 분위기를 살렸는데, 코트의 길이가 길수록 시크한 매력이 배가된다. 특히 아빠의 옷장에서 꺼낸 듯한 빈티지풍의 체크 패턴 와이드 팬츠가 시선을 사로잡는데, 부드러운 매니시 룩을 연출하고 싶다면 이처럼 브라운 컬러와 글렌체크 등의 패턴을 이용하는 것이 방법.
가을 런웨이를 점령한 매니시 무드
마이클 코어스는 블랙 롱 와이드 팬츠와 타이트한 화이트 톱에 오버사이즈 코트를 무심하게 어깨에 걸쳐 모던하면서도 시크하게 연출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바로 액세서리 스타일링. 화려한 브로케이드 머플러 위에 가느다란 레더 벨트를 착용해 허리 라인을 강조했다. 반면 스텔라 매카트니는 액세서리를 전혀 착용하지 않은 미니멀리즘의 정석을 보여줬다. 그레이 컬러의 와이드 팬츠와 같은 컬러의 오버사이즈 셔츠로 세련되게 스타일링했는데, 특히 셔츠와 소매 단추를 풀어 루스한 분위기를 살리며 묘한 관능미까지 더했다.
가을 런웨이를 점령한 매니시 무드
지금까지 선보인 컬렉션 속의 롱 와이드 팬츠가 부담스럽다면 일상생활에서 따라 하기 좋은 마이클 코어스의 실용적인 또 다른 매니시 룩에 주목하자. 이 룩에서는 크롭트 체크 패턴 팬츠와 넓은 칼라 디테일의 화이트 셔츠, 블랙 니트 톱, 체크 패턴 케이프로 멋스럽게 연출했다. 여기에 클래식한 버건디 컬러의 토트백과 윙팁 슈즈를 더해 페미닌함과 매니시함을 모두 살렸다.
런웨이 위 모델들의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매니시 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여성스러운 터치. 블라우스나 펌프스 힐, 스카프 등의 액세서리를 매치하거나 약간의 노출을 겸비해 여성미를 더하는 것이 포인트다.
Keyword 2
Pants Suit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아이템은 바로 슈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슈트 한 벌을 차려입은 런웨이 위 모델들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따라 하고 싶을 만큼 멋스럽다. 2015 F/W 슈트 룩에서 눈여겨볼 것은 오버사이즈 매니시 룩과 마찬가지로 페미닌한 분위기를 더했다는 것. 몇 년 전만 해도 컬렉션 속 슈트 룩은 페도라와 넥타이까지 착용해 정말로 남자 슈트를 입은 것처럼 연출하는 것이 트렌드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소재, 실루엣, 액세서리 등으로 여성스러움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가을 런웨이를 점령한 매니시 무드
그 예로 스텔라 매카트니는 실제 남자 옷을 입은 것 같은 빅 사이즈 그레이 슈트에 벨트로 잘록한 허리 라인을 강조하고, 굽이 있는 슈즈와 화이트 토트백을 클러치백처럼 연출해 모던하게 스타일링했다. 특히 재킷 안에 이너를 입지 않아 살짝 보이는 가슴 라인과 깔끔하게 묶은 헤어는 가녀린 목을 드러내며 여성스러운 매력을 극대화했다. 반면 소니아 리키엘과 하이더 아크만은 이너로 페미닌한 무드의 블라우스를 입어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소니아 리키엘은 러플 장식이 가미된 스탠딩 칼라의 화이트 셔츠를, 하이더 아크만은 부드러운 핑크 실크 셔츠에 같은 소재 스카프를 매치한 것. 특히 하이더 아크만의 셔츠는 네크라인이 깊게 파여 걸을 때마다 날리는 스카프 사이로 섹시한 가슴 라인이 보이도록 연출해 시선을 끌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우아한 슈트 룩을 선보였는데, 블랙 슈트에 패턴 재킷을 레이어드하고 독특한 칼라 오브제로 우아한 분위기를 살렸다.
가을 런웨이를 점령한 매니시 무드
캐주얼한 분위기의 슈트 룩을 선보인 DKNY와 폴앤조의 컬렉션도 눈여겨보자. DKNY는 화이트 셔츠와 블랙 슈트로 슈트 룩의 정석을 선보였는데, 여기에 화이트 삭스와 스트랩 슈즈로 걸리시한 감성을 더한 것이 포인트. 폴앤조는 화이트 러플 디테일 셔츠와 그레이 슈트로 연출했는데, 기장이 짧은 팬츠를 선택해 개구쟁이 소년의 모습이 연상되는 룩으로 스타일링했다. 특히 블랙 레더 벨트와 화이트 행커치프로 살린 멋스러운 디테일에 주목할 것.
가을 런웨이를 점령한 매니시 무드
이번 시즌 다양한 브랜드의 매니시 룩을 살펴본 결과, 진짜 남자 옷을 입은 듯 투박한 스타일이 아니라 ‘남자 옷을 입은 것같이’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가미하는 것은 필수 조건. 모순된 말이지만 여성스러운 드레스 차림보다 매니시한 룩을 입은 여성이 더욱 섹시해 보인다. 앞에서 제시한 2015 F/W 컬렉션 룩을 참고해 올가을 스타일리시한 매니시 룩으로 반전 매력을 뽐내보자.
■진행 / 김자혜 기자 ■사진 제공 / 끌로에, 마이클 코어스, 소니아 리키엘, 스텔라 매카트니, 조르지오 아르마니, 폴앤조, 하이더 아크만, DK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