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이 아름다운 배우 꿈꾸는 송선미 Beyond Passion

송선미는 소탈했다. 시어머님이 사온 1만원짜리 수면 바지를 입는다며 털털하게 웃는 꾸밈없는 모습은 그녀의 세련되고 새침할 것 같은 이미지와 달랐지만, 매력적이었다. 좋은 배우, 믿음이 가는 배우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송선미를 만났다.


2년간의 공백 그리고 쉼 없는 자기 관리
송선미는 항상 새롭다. 영화 ‘해변의 여인’, ‘북촌 방향’, 드라마 ‘골든타임’,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 ‘미스코리아’에 이르기까지 데뷔 21년 차 배우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그 속에서 그녀는 실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자신만의 컬러를, 또 팔색조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그녀가 2년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1996년 한국 슈퍼엘리트모델 선발 대회를 통해 데뷔한 배우 송선미. 모델로 데뷔했지만 막연하게 연기가 하고 싶었다. 운 좋게도 드라마 ‘모델’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시작했지만 곧 모델 출신 연기자라는 선입견이 그녀를 옭아맸다. 그리고 이는 연기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졌다. 때문인지 송선미는 데뷔 후 한 해도 일을 쉰 적이 없다. 2014년 드라마 ‘미스코리아’를 끝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2년간의 공백은 참으로 이례적이다.

“드라마를 끝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을 했고 지난해 4월 예쁜 딸을 낳았어요. 아이를 낳고 보니 육아가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특히 요즘 엄마들은 육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겠더라고요. 뒤늦게 초보 엄마가 된 터라 열심히 배우면서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어요.”

엄마가 됐기 때문일까. 예쁘고 세련된 외모에서 풍기는 새침한 이미지와 달리 인터뷰 내내 그녀는 유쾌하고 털털한 모습이었다. 집에 두고 나온 아이 이야기에 눈물짓다가 또 어느새 아이 자랑을 하며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보통 엄마다.

“딸 아리 앞에서 ‘까꿍, 까꿍’ 하면 정말 ‘까르르’ 웃어줘요. 그 웃음소리에 육아 스트레스가 확 풀리죠. 아리와 있다 보면 저도 이렇게 부모님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았구나 싶어요. 그동안 혼자 잘난 줄 알고 행동한 것 같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들고, 아이가 생기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출산을 했음에도 그녀의 날씬한 보디라인은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조금 더 슬림해진 느낌이다.

“임신 전에는 혹시 아이를 갖게 될까 봐 다이어트를 하지 못했어요. 출산 후에 오히려 임신 전보다 열심히 몸매 관리를 했어요. 더 나이 들기 전에 예쁜 몸매 한번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있었죠(웃음).”

그녀가 단시간에 출산 전보다 더 날씬한 몸매를 되찾은 비결은 철저한 식단 관리다. 오전에는 단백질 위주로, 점심은 밥과 채소 위주로 먹고 저녁은 무조건 굶었다. 이와 함께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운동하고 있는데, 요즘 푹 빠진 운동은 현대무용을 결합한 ‘탄츠플레이’다. 짐볼이나 소프트볼 등의 소도구를 활용해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운동으로 복부에 힘을 주고 동작을 하는 것이 원리다.

“원래 운동하는 것을 즐기기도 했지만 탄츠플레이는 정말 재미있어요. 모든 동작을 할 때 복부에 힘을 줘야 하는데, 이 때문인지 일상에서도 복부에 긴장감을 놓지 않게 돼요. 덕분에 출산으로 인한 뱃살을 빼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피부에는 특별히 신경 쓰지 못하지만 매일 저녁 세안 후 마스크 팩은 꼭 붙인다. 마스크 팩을 떼고 페이스 오일을 바르는데, 이렇게 하면 피부 표면에 막이 형성돼 팩의 영양과 수분이 달아나지 않고 피부 속에 그대로 머물러 흡수되는 것을 도와 스킨케어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내면이 아름다운 배우를 꿈꾸다
이렇게 육아와 배우로서 자기관리를 병행한 지 9개월. 아직 딸 아리가 돌도 되지 않았지만 송선미는 복귀를 결정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에도 과감히 마음먹을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응원과 지지 덕분이다. 남편은 쉬는 날이면 육아와 가사를 많이 도와준다. 다행히 아리도 아빠를 좋아하고 잘 따른다고.

“보통 아빠들이 아이 돌보기도 힘들지만 재우기는 더 힘들어 한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아리는 아빠와 잘 놀고 잠도 잘 자요. 물론 남편이 엄마처럼 야무지지 못해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 도와주니 고맙죠. 그래서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아요.”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한 데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담겨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멋있게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좋은 가르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오랜 공백을 깨고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tvN에서 오는 3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기억’. 겉으로 보기에는 이성적이고 유능한 변호사이지만, 내면은 감성적이고 한편으로는 트라우마도 가진 ‘한정원’을 연기한다. ‘골든타임’, ‘미스코리아’ 등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준 배우 이성민과 함께하는 작품이지만 러브라인은 없을 예정. ‘미스코리아’에서 보여준 둘의 ‘케미’를 기억하고 있는 팬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배우 송선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갑기만 하다.

“어느 연기자 선배님께서 이런 얘길 해주셨어요. 나이 들수록 얼굴이 더 좋아 보인다고. 배우는 인품과 마음가짐 그런 것들이 얼굴에 다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에요. 좋은 모습으로 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행 / 이은선 기자 ■글 / 한정은(프리랜서) ■사진 / 신우(프리랜서) ■제품 협찬 / 나무하나(02-517-4394), 디누에(02-3444-4756), 앤디앤뎁(02-467-1293), 에스카다(02-3014-7423), 에트로(02-3018-2363), 오르주아나(02-548-9712), 지니킴(070-4870-0473), Fiertè(DOROTHEE SCHUMACHER·OSCALITO)(02-549-7710), ZARA(02-752-0744) ■헤어&메이크업 / 송화, 민정(스틸앤스톤, 02-3446-0549) ■스타일리스트 / 민희진(THE FS), 이정아·김주선(어시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