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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매력으로 날개를 달다
예쁘고 세련된 외모는 배우에게는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로 도도하고 새침하며 까칠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배역을 맡는 데 제한이 따르기도 한다. 배우 왕빛나도 그런 케이스다. 2001년 데뷔 이래 16년 동안 총 30여 편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온 부지런한 배우이지만 여전히 대중에게는 ‘예쁜 배우’로 기억된다. 하지만 얼마 전 그녀는 스스로 그 틀을 보기 좋게 깼다. 오랜만에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서 천하의 유재석도 꼼짝 못하게 할 만큼 솔직한 입담을 뽐내며 반전 매력을 선보인 것.
“그게 원래 제 성격이에요. 털털하고 꾸밈없는 편이죠. 본래의 제 모습대로 편안하게 했을 뿐인데, ‘의외다, 반전이다’라는 주위 반응이 저는 더 놀랍고 신기해요.”
덕분에 그녀는 데뷔 이래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리즈 시절을 맞이했다. 예능으로 시작된 그녀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이제 막 방송을 시작한 KBS-2TV ‘아이가 다섯’이라는 드라마로 자연히 옮겨졌다. 이 드라마는 큰 인기를 끌었던 ‘부탁해요, 엄마’의 후속작으로, 그간 꾸준한 연기 활동을 했던 그녀가 2년 만에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 속에서 그녀는 친구의 남편과 사랑하게 된 불륜녀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허당 캐릭터 강소영을 연기한다.
“작년 3월에 둘째를 출산하면서 잠시 쉬었는데 그게 어느새 햇수로는 2년째더라고요. 작년 말에 SBS 플러스 ‘날씬한 도시락2’의 MC를 맡았지만 연기는 오랜만이라서 설레고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하는 연기이기도 하지만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이 잘 맞아 요즘 촬영장 가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드라마에서 그녀에게 남편을 빼앗기는 친구로 함께 출연하는 소유진은 실제로 그녀의 오래된 절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졸업했고, 지금도 같은 동네에 살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한 둘은 공통점이 많다. 닮은 구석이 많아 서로 스케줄이 맞을 때 만나 밥을 먹거나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일과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유진이와는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할 정도로 오래된 사이예요. 드라마 캐스팅 당시에는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을 몰랐다가 뒤늦게 알게 됐어요. 둘 다 둘째를 낳고 처음 출연하는 복귀작이기도 해서 서로 격려하며 열심히 촬영하고 있어요.”
긍정 에너지로 삶을 즐기다
‘해피투게더’ 출연 당시 백종원과의 깨 쏟아지는 일상을 공개하는 소유진에게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면 달라진다는 ‘3년 고비론’을 주장하며 큰 웃음을 주었던 왕빛나. 하지만 정작 본인은 결혼 10년 차임에도 여전한 부부 금슬을 자랑한다. 그녀의 남편이자 미남 프로골퍼로 유명한 정승우와 2007년 결혼한 뒤 여덟 살짜리와 이제 갓 돌이 되는 아들 둘을 두었는데,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은 남편 몫이란다.
“저는 아이들을 잘 돌보기는 하지만 재미있게 놀아주지는 못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남편은 정말 재미있게 놀아줘요. 그래서 아이들도 잘 따르고요. 매일 저녁 아이들과의 목욕 놀이를 전담하는 남편이 어쩌다 늦게 귀가하는 날에는 제가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는데, 이런 날은 남편이 정말 아쉬워해요.”
이렇게 든든한 육아 지원군이 있지만 그래도 워킹 맘은 괴롭다. 일과 가정에서 모두 완벽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 다행히 그녀는 예민하거나 스트레스를 잘 받는 스타일이 아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밝은 성격 덕분에 일도, 살림도, 육아도 주어진 상황에 맞게 즐기면서 한다고. 대신 안과 밖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그만의 노하우다.
“저에게 가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중요하지만 일할 때만큼은 아예 집안일을 잊어버려요. 아이에게도 ‘엄마 일찍 올게’가 아니라 ‘엄마는 지금 일하러 가야 해’라고 분명하게 말해주죠. 그래서 아이도 엄마는 당연히 일하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울거나 떼쓰는 일이 없어요.”
평생 배우로 살고 싶다
털털하고 소탈한 그녀가 한 가지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자기 관리다. 첫째와 둘째를 임신했을 때 모두 체중이 20kg씩 불었지만 출산 후 단시간에 원래의 몸매를 되찾은 비결이기도 하다.
“많은 분들이 어떻게 단시간에 출산 전 몸매로 돌아왔는지 물어요. 그때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답은 ‘100일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라는 거예요. 지금 몸매 관리를 하지 않으면 평생 힘들 거라는 독한 마음을 먹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어요.”
체형을 예쁘게 만드는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면서 식이요법을 병행한 그녀의 원칙은 굶지 않는 대신 밀가루를 먹지 않는 것. 기름 섭취를 줄이기 위해 볶는 대신 삶거나 무친 나물 반찬에 구운 생김, 된장찌개와 잡곡밥으로 하루 세끼 균형 있는 식단을 짰다. 입이 심심할 때는 사과 한쪽이나 바나나, 두유 등을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피부 관리에도 그녀만의 원칙이 있다.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레이저 시술이나 마사지를 받으면 오히려 트러블이 생긴다고. 그래서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홈 케어로 피부를 관리한다. 각질 제거와 같이 자극적인 방법은 쓰지 않는다. 화장품도 천연 성분이나 자극이 적은 순한 제품을 사용하는 편. 대신 수분 폭탄이라고 하는 히알루론산, 피부에 생기를 더하는 비타민 C 성분이 함유된 마스크 팩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으로 피부에 수분과 영양을 충분히 공급한다.
그녀가 이렇게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것은 평생 배우로 살겠다는 꿈 때문이다. 여배우는 아름다워야 한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보는 이들이 몰입하게 하려면 조금의 불편한 구석도 있어서는 안 되니까 말이다.
“저는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콕 집어 말하지 않아요. 어떤 배역이든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다만 믿고 볼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관객이나 시청자분들이 ‘저 배우가 하는 연기는 편안하게 볼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행 / 이은선 기자 ■글 / 한정은(프리랜서) ■사진 / 신우(프리랜서) ■제품 협찬 / 디누에(로버트 로드리게즈·하나차, 02-3444-4756), 딘트(1600-3178), 비방트(02-547-1870), 슈콤마보니(02-6911-0752), 스와로브스키(장 폴 고띠에·프레드릭슨 스탈라드, 02-541-9006), 앤디앤뎁(02-467-1293), 에스카다(02-3014-7423), 엠주(02-6911-0883) ■헤어&메이크업 / 서언미, 손희정(보보리스, 02-549-0988) ■스타일리스트 / 박상윤(스타일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