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은 것도, 입은 것도 아니다”……멧갈라 뒤덮은 ‘알몸 착시’ 스타일

“벗은 것도, 입은 것도 아니다”……멧갈라 뒤덮은 ‘알몸 착시’ 스타일

카일리 제너 맷갈라 의상. AFP연합뉴스

카일리 제너 맷갈라 의상. AFP연합뉴스

“이쯤 되면 입은 것도 벗은 것도 아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세계 최대 패션 행사 ‘멧갈라’가 올해도 파격적인 레드카펫 스타일로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올해는 신체를 그대로 드러내거나 실제 알몸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른바 ‘누드 드레스’가 대거 등장하면서 “예술적 표현”과 “지나친 노출” 사이 논쟁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

멧갈라는 미국 패션 매거진 보그가 매년 개최하는 자선 갈라 행사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연구소의 연례 전시 개막을 기념하는 행사다. 할리우드 스타, 글로벌 셀러브리티, 디자이너 등 패션계와 연예계 인사가 총출동한다. 단순 시상식이 아니라 매년 정해지는 테마에 맞춰 가장 독창적이고 과감한 의상을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패션계의 오스카상’으로도 불린다.

실제 멧갈라는 해마다 파격적인 스타일 경쟁으로 화제를 모아왔다. 유명 스타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퍼포먼스’에 가까운 의상을 선보인다. 올해 주제는 ‘코스튬 아트’였고, 이를 둘러싼 해석이 극단적인 노출 패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일리 제너 맷갈라 의상. AFP연합뉴스

카일리 제너 맷갈라 의상. AFP연합뉴스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인물은 사업가 겸 방송인 카일리 제너)였다. 그가 착용한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 드레스는 피부색 원단 위에 유두와 배꼽 형태를 입체적으로 구현해 실제 나체처럼 보이도록 만든 착시 디자인이었다.

스키아파렐리는 초현실주의 감성의 과감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럭셔리 패션 하우스로, 최근 멧갈라에서 가장 화제성 높은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 엘자 스키아파렐리가 설립했다. 인체를 활용한 착시·오브제 디자인으로 유명하며, 매년 멧갈라에서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여왔다. 하지만 실제 알몸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디자인 때문에 SNS에서는 “처음 보고 진짜 벗은 줄 알았다”, “뇌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지지 하디드. AFP 연합뉴스

지지 하디드. AFP 연합뉴스

모델 지지 하디드는 속이 그대로 비치는 투명 드레스로 시선을 끌었다. 얇은 시스루 소재 위에 장식만 최소한으로 더한 스타일로, 해외 패션 매체들은 이를 두고 “올해 멧갈라 누드 드레스 트렌드를 상징하는 룩”이라고 평가했다.

도자 캣. 로이터연합뉴스

도자 캣. 로이터연합뉴스

가수 도자 캣은 피부색에 가까운 누드 톤 드레스로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몸에 밀착되는 얇은 소재 위로 강한 조명이 비치자 신체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났고, 움직일 때마다 속살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일부 팬들은 “몸 자체를 의상의 일부처럼 활용했다”고 평가했지만, SNS에서는 “사실상 아무것도 안 입은 것처럼 보인다”, “패션보다 노출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비욘세. 로이터 연합뉴스

비욘세. 로이터 연합뉴스

10년 만에 멧갈라에 복귀한 비욘세의 의상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탱이 제작한 ‘스켈레톤 드레스’는 인체의 뼈대를 크리스털 장식으로 표현한 의상으로, 얇은 메쉬 소재를 기반으로 제작돼 강한 시스루 효과를 줬다. 비욘세는 이를 두고 “있는 그대로의 몸을 기념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예술적이다”라는 반응과 “과도하다”는 반응이 갈렸다.

해외 패션 매체들은 이번 스타일을 두고 대체로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패션지 코스모폴리탄 US는 “몸을 숨겨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캔버스로 재해석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여성 신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스타일이 새로운 ‘보디 포지티브’ 문화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대중 반응은 갈렸다. SNS에서는 “이젠 충격 경쟁처럼 보인다”, “패션보다 노출 자체가 목적이 된 것 같다”, “품위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과감한 노출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창의성과 우아함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른바 ‘노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글로벌 패션계에서도 초노출 트렌드에 대한 반작용은 감지된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는 과도한 시스루 의상과 특정 신체 부위 노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드레스 규정을 강화했다. 사실상 ‘누드 드레스 금지령’으로 해석될 만큼 강경한 조치였다.

패션계 안팎에서는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이 ‘자유로운 자기표현’과 ‘공적 자리의 사회적 기준’ 사이 균형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몸을 예술의 일부로 드러내는 표현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멧갈라의 레드카펫은 올해도 또 하나의 문화 논쟁 무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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