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은 44를 입는다는 편견을 버려라

다이어트 관련 사이트에 오른 한 여성의 글이다. 매스컴에서 심심치 않게 들먹이는 기사가 바로 여성 기성복 44 사이즈의 매출이 부쩍 늘었다는 것. 심지어 44 사이즈가 가장 많이 팔린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면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대체 누가 44 사이즈를 입고 있단 말인가.
44 사이즈란 허리 23∼24인치의 체형을 위해 만든 옷이다. 보통 의류를 제작할 때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이즈인 55는 25∼26인치, 66은 27∼28인치에 맞춘다. 혹은 스몰(55), 미디엄(66), 라지(77)로 표기할 경우 44 사이즈는 엑스트라 스몰(XS)로 표시한다.
최근 들어 44 사이즈 의류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이 등장하고, 44 사이즈를 내놓는 여성복 브랜드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패션 월간지 에디터 정소영씨는 “해외 스타에 대한 동경이 44 사이즈 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거식증에 걸릴 만큼 빼빼 마른 몸매를 가진 니콜 리치, 린지 로한, 아담 사이즈의 쌍둥이 올슨 자매 등 할리우드 스타가 인기를 얻으며 그들의 패션이 화제를 모으고 있고, 실시간으로 해외 컬렉션의 의상을 체크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 우리가 알 만한 유명인 중에는 누가 44 사이즈를 입을까. 정씨는 모델 출신 탤런트 김민희 정도의 몸매라야 44 사이즈가 맞을 거라고 한다. 44 사이즈는 아무나 다이어트를 했다고 해서 도전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라는 것. 마치 여성이라면 누구나 44 사이즈를 입고 싶어한다는 식의 일부 쇼핑몰 광고는 위험천만이다. 173cm의 신장에 몸무게 44kg인 패션쇼 모델은 키가 커서 뼈대도 크기 때문에 아무리 말라도 44 사이즈를 입을 수 없다고 한다. 특히 팔다리의 기장이 짧아서 엄두도 못 낸다고.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대부분의 44 사이즈 열풍 기사가 백화점이나 의류 매장 관련자의 발언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잡지 스타일링과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남희씨는 “보통 잡지 촬영용과 연예인 협찬용 의상은 55 사이즈이며 골반이 큰 모델의 경우 하의는 66 사이즈까지 입는다”고 한다. 또한 “스키니 진의 유행으로 날씬한 몸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스키니 진에는 루스한 상의를 입어야 어울리기 때문에 오히려 몸에 피트되는 작은 사이즈보다는 여유 있는 사이즈를 찾는 것이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딸기케이크라는 아이디를 쓰는 여성은 44 사이즈를 입는 사람이 다 마른 게 아니라며 “작은 사람에게는 44 사이즈가 필수인데 그동안 비싼 브랜드 아니면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44 사이즈 열풍에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55 사이즈 의상을 사면 너무 커서 줄여 입느라 돈이 이중으로 든다는 여성부터 주니어 매장에 가서 딸과 자신의 옷을 함께 구입해서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주부까지 있었다.
‘44 사이즈 입는 여자 = 날씬한 여자’라는 공식은 깨져야 한다. 어쨌든 느닷없는 44 사이즈 열풍 덕에 작은 옷 전문 쇼핑몰이 생겨서 작은 몸을 가진 여성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들 쇼핑몰에서는 33 사이즈까지 시판되고 있다고 한다.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