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출범, 새 정부의 주택공급책 꼼꼼 분석
오는 2월부터 본격 출범하는 새 정부의 주택공급책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무주택자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가 열리느냐는 것. 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무주택자뿐 아니라 신혼부부 등에게도 내집 마련의 기회가 상당수 생길 것이다. 올해 시행될 예정인 주택공급방식에 대해 분석했다.
바야흐로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전성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분양가의 4분의 1만을 가지고도 내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가 하면, 20~30대 신혼부부들은 보다 좋은 조건으로 집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됐다. 임대를 원하는 무주택 수요층에도 시중 임대료보다 훨씬 싼 가격에 주택이 제공된다.
이명박식(式) 반값 아파트… ‘지분형 주택분양제’
연초부터 자기자금이 충분치 않은 무주택자에게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새 정부가 집값 단기 급등에 따른 주거 비용 증가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키로 한 ‘지분형 주택분양제’ 때문이다.
이 제도는 분양가의 51%를 수요자가 내고 나머지 49%를 투자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때 수요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절반은 국민주택기금에서 낮은 금리로 융자받을 수 있어 사실상 집값의 4분의 1만 내고 내집을 장만할 수 있다. 새 정부 계획대로라면 올 상반기 중 관련법 손질을 통해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본격 공급에 들어간다.
지분형 주택분양제의 핵심은 계약자가 분양가의 51%만 지불해도 집주인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이 중 절반을 국민주택기금에서 차입해줌으로써 계약자의 실제 부담률은 25.5%로 줄어든다. 예컨대 분양가격이 3억원인 아파트를 계약하는 경우 수요자는 1억5천3백만원만 내면 집주인이 된다. 이 돈도 모자라다면 이의 절반인 7천6백50만원만 있어도 내집 마련의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
이때 투자자 지분으로 해결하는 분양가의 49%인 1억4천7백만원에 대해선 별도의 이자를 낼 필요가 없다. 말 그대로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한 투자자 몫이기 때문이다. 이는 계약자 입장에서는 연리 8%를 감안할 때 연간 1천1백76만원의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차입하는 7천6백50만원(25.5%)도 연 5%의 저금리를 적용, 연간 2백만 원 이상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등 혜택을 얻게 된다.
집주인에겐 주택 소유권과 함께 전·월세를 놓을 수 있는 임차권리가 주어진다. 계약 후 10년이 지나면 소유권을 매각할 수 있다. 공급대상 면적은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국민주택 규모다. 당첨자는 현행대로 청약저축 납입액 순이나 청약가점제로 결정한다.
분양가에 비해 훨씬 싼값에 집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소위 ‘반값 아파트’로 불려온 대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주택공급제도와 유사성을 띤다.
매각 제한 기간도 반값 아파트는 20년인 데 비해 지분형은 10년으로 절반이 짧다. 지분형의 경우 민간투자자들의 매각이 자유롭기 때문에 투자금 확보도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서민들이 적은 자금으로 안정적 거주 여건을 마련토록 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정부 입장에서도 투입 자금이 민간자본과 함께 분양자 대금으로 충당, 재정 부담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지분형 주택분양제의 성패 여부는 집값의 49%에 해당하는 자금을 제공할 투자자 유치에 달려 있다. 따라서 원활하게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선 그에 따른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투자자에 대해선 전매제한 규제를 두지 않도록 했다. 즉 전매제한 기간 중이라도 제3자 매각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매각시 관련 소득세를 경감해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실제 세제 관련 대책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세 부담 주체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기준으로 6억원 이상인 종합부동산세는 공급대상이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국민주택 규모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취·등록세,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의 경우 지분대로 균등하게 부과할지 소유자가 내도록 할지에 따라 투자금 확보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투자금에 대한 수익률을 어떻게 할지도 관심거리다. 최소 기준도 중요하지만 이 제도가 또 다른 투기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선 상한선을 두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고양 삼송 등에서 선보인 비축용 임대주택펀드의 경우 수익률을 연 10~12%로 제한한 바 있다.
전체 지분의 49%에 해당하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당 주택가격 상승이 전제돼야 한다. 이때 적어도 집값 상승분이 시중금리 이상 돼야 한다는 조건도 따라붙는다. 이런 이유로 인기 지역에서는 민간투자자들이 몰려 관련 사업이 가능하겠지만 비인기 지역은 이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지방의 경우 구매력 저하로 인해 사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어 실행 단계에서 관련 보완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분양가’다. 분양가 책정 수준에 따라 투자자들에 대한 수익률을 맞춰줄 수 있어 원활한 자금 확보가 가능해서다. 인수위는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에서도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인 만큼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했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신혼부부 청약제도 우선 시행
새 정부의 눈에 띄는 서민주거안정책 중 또 하나는 신혼부부 수요의 내집 마련 지원책이다. 저출산 시대 극복을 위한 정책인 ‘신혼부부 주택청약제도’는 이미 대통령 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1순위 부동산정책 추진 과제로 꼽혔다.
‘신혼부부 주택마련 청약저축’을 신설,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연간 12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수도권과 광역시 거주 무주택 신혼부부나 예비 신혼부부다. 34세 미만 주 출산연령(여성) 가구로, 결혼 3년 차 이하 신혼부부가 대상이다. 해당 수요자들에겐 복지주택과 일반주택으로 나눠 각각 최소 자금으로 내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복지주택의 경우 신혼 수요 가운데 하위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신축하는 임대와 분양주택을 각각 공급한다. 공급시기는 첫 출산 후 1년 이내로, 월 5만원 이상 납입하는 청약저축을 가입해야 기회가 주어진다.
공급조건은 65㎡(19.6평)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의 경우 지역에 따라 1천만~1천5백만원의 보증금에 월 20만~30만원의 임대료를 받을 예정이다. 80㎡(24평) 이하 신축주택을 공급하는 분양주택은 역시 지역에 따라 3천만~5천만원의 입주금을 내고 1억2백만~1억4천40만원(월 상환액 40만~55만원)을 융자해줄 계획이다.
이들 하위 소득계층 신혼 수요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에 대해선 80㎡ 이하 신축주택을 역시 임대와 분양으로 나눠 일반조건으로, 장기저리 융자지원(주택가격의 70%)을 통해 공급한다. 매월 10만원 이상 납부하는 청약저축 가입자를 대상으로 할 예정이다.
신혼부부 주택의 건설자금과 장기저리 융자자금 등은 국민주택기금, 재정 등에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전매제한은 기본적으로 10년이다. 단 자녀 2명은 5년, 3명은 3년이다.
이 정책 시행으로 부양가족이 많은 장기 무주택자를 우대하는 현행 청약가점제로 인해 아파트 당첨 기회가 줄어든 신혼부부들의 내집 마련이 현재보다 훨씬 수월해진다.
연간 신혼부부가 30만 쌍 정도 탄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40%가량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다만 청약가점제와 상충되는 측면이 있고 이미 결혼한 무주택 수요층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있다. 때문에 실제 시행단계에 들어서기 위해선 보다 많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신혼수요만을 위해 매년 12만 가구의 신규주택을 확보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이는 새 정부가 목표치로 제시한 연간 50만 가구 공급량의 24%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아직 구상 단계인 용적률 상향 조치와 대도시 주변 한계농지, 산지, 구릉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훼손 지역을 활용하더라도 결코 만만치 않은 목표치다.
청약가점제를 다시 손질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신혼부부 청약제도는 말 그대로 무주택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수요자들에게 우선 당첨권을 주는 것으로, 무주택기간과 통장 가입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수가 많아야 우대받는 청약가점제와는 크게 다르다. 이 같은 이유로 현행 3자녀 특별공급제도를 연계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기전세주택(시프트)도 노려볼 만해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공급하고 있는 장기전세주택, 즉 ‘시프트(SHift)’도 무주택자에겐 더없이 좋은 정책이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의 요청에 따라 새 정부에선 시프트 공급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시프트는 주택 개념을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전환해 나가기 위해 공급하는 주택으로, 주변 전세시세의 80% 이하로 최고 20년까지 내집처럼 살 수 있다. 시프트에 입주하더라도 무주택자로 간주, 사는 동안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나갈 수 있다. 게다가 후분양이어서 계약 후 6개월 이내에 입주할 수 있다.
무주택자이면서 청약저축과 청약예금에 오래 가입한 세입자라면 시프트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시프트는 전용면적 85㎡(25.7평) 이하의 경우 청약저축 가입자만 청약할 수 있다. 이 가운데 59㎡(18평)는 무주택 가구주로,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2백41만원)를 초과하면 안 된다. 85㎡ 초과는 청약예금 가입자만이 청약 가능하다. 유주택자는 청약할 수 없고, 단독 가구주는 청약할 수 있다.
올해 서울에서 선보일 시프트는 3천3백95가구로, 은평뉴타운 1지구와 장지지구 등의 7백65가구를 포함하면 총 4천1백60가구에 이른다. 오는 3월 장지지구와 왕십리뉴타운에서 각각 3백43가구와 69가구가 선보인다. 직주근접형 시프트의 첫 사례가 될 예정인 왕십리뉴타운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지하 4~지상 25층으로 조성된다.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이 걸어서 5분 거리로 청계천과 동대문상권에 접해 있다. 은평뉴타운 2지구에서도 오는 7월 3백39가구 규모의 시프트가 공급된다. 이어 10월에는 강일지구에서 1천7백7가구 규모의 시프트가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강남 역세권에서도 시프트를 만날 수 있다. 서울시가 역세권 주변 시유지와 국·공유지, 공공기관 이전부지 등 총 27곳에서 7천1백70가구 규모의 시프트를 공급키로 했기 때문이다.
강남권에 시프트가 들어설 지역은 양재 나들목 인근과 수서동 등으로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 공급될 예정이다. 또 양천구 신정동과 송파구 잠실동·가락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 주요 지역에서도 시프트 공급이 계획돼 있다.
■글 / 문성일(머니투데이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