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은퇴를 한 뒤, 고요하게 평온한 시골에 예쁜 전원주택을 짓고살고 싶은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상상만 해보고 포기해버린다. 하지만 이런 꿈이 현실이 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은퇴 후 경기도 가평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김형년·이상영 부부를 만나 ‘전원생활’의 노하우를 들었다.
현재 작은 아파트나 빌라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전원주택’에서 풍요로운 삶을 꿈꿀 수 있다. 물론 살면서 아파트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부모님도 부양해야 하며, 어린 자식들도 돌봐야 한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지만, 월급은 그대로다. 지금의 현실로는 도저히 ‘전원주택’의 꿈을 이루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절대 꿈을 포기하지는 말자. 아직 가능성과 기회는 있다.
현재 가평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김형년(55)·이상영(50) 부부 역시 전원에서 살고자 하는 꿈을 꽤 오래전부터 꿔왔다. 김씨가 부인과 함께 가평으로 내려와 살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김씨가 전원생활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이다.
“아버지가 나무 가꾸는 것을 좋아하셨어요. 그래서였는지 저도 젊은 시절부터 전원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김씨는 서울에 살면서도 늘 전원생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85년 강남에 있던 5천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그 돈으로 가평에 3천 평의 땅을 구입했다. 하지만 자식들의 교육과 직장 문제 때문에 당장 시골로 내려가지는 못했다. 다만 자식들이 모두 대학에 들어가면, 부인과 함께 꼭 전원에 내려와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을 뿐이다. 하지만 가평에 정착하기 전에도 이미 마음은 내려와 있었다. 그가 사놓은 땅은 진입로도 없이 뽕밭만 가득했다. 김씨는 시간 날 때마다 이곳에 내려와 포크레인으로 뽕나무를 걷어내고, 땅을 일궜다. 그리고 작은 주택을 짓고,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내려와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나무 묘목들을 직접 사다가 하나씩 손수 심은 게 벌써 20년 전이다. 그때 심은 묘목들이 이제는 하늘을 가릴 만큼 컸으니, 자식만큼 애정이 가는 게 당연하다.
손에 흙 묻히고 사는 게 바로 행복
김씨는 결혼 이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시작하기 직전까지 서울 중계동에서 학원을 운영했다. 그렇게 10여 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다가 사업이 기울기 시작하자 과감하게 손을 털고 시골로 내려온 것.
처음 내려와서 살 때는 고생도 많았다. “`내려와서 한 3년은 고생한 것 같아요. 이곳저곳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거든요. 풀도 뽑고, 청소도 하고, 이불 빨래 등 전원생활이 그렇게 낭만적인 건 아니에요. 일이 엄청 많아요(웃음).”
김씨 부부는 단순히 전원주택만 짓고 살았던 게 아니라, ‘메이플 랜드’라는 펜션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때문에 일이 더 고될 수밖에 없었던 것. 사실 펜션 사업이 큰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 사업을 통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없다. 그냥 공기 좋은 시골에서 마음 편하게 밥 먹고 사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 더 이상 ‘돈’에 대한 욕심은 없다.
김씨 부부에게 이곳에 내려와서 사니까 어떤 점이 가장 좋으냐고 물었다. “저는 전원생활이 성격에 맞아요. 워낙 손에 흙 묻히면서 사는 것도 좋아하고요. 너무 평화롭고, 여유 있잖아요.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해도 되고요. 더 이상 바랄 게 뭐가 있겠어요(웃음).”
전원생활 하는 데 불편한 점 전혀 못 느껴
김씨는 워낙 젊어서부터 건강 체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에 8시간 이상 계속 움직이면서 일을 해도 끄떡없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면 잔디 깎고, 텃밭을 가꾸고, 새로 짓는 건물 현장도 둘러보죠. 또 올해는 복숭아 좀 따 먹어야겠다 싶어서 복숭아나무에 벌레 약을 뿌리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면서 살아요(웃음).”
그래도 문명 생활에 익숙했던 도시인이 병원과 관공서, 패스트푸드점 등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는 데 불편함은 없느냐고 했더니 “`전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가평은 비교적 서울과 가까운 곳이라 자가용으로 1시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전혀 그런 것을 못 느낀다고. 오히려 도시에 나가면, 복잡하고 공기가 나빠서 싫다고 한다. 가끔은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서 술 한잔 기울이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이곳에서 언제까지 살 예정이냐고 물었더니 “죽을 때까지”라고 말한다. 부모님의 산소도 집 근처에 모셨다.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명당자리란다.
김씨는 “뭐가 더 필요하겠느냐”면서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큰딸을 시집보내고, 대학생 자식 두 명을 뒷바라지하느라 힘들었던 게 사실. 하지만 이제는 자식들도 다 독립해서 자기 앞길을 찾아 나섰고, 펜션 운영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주위 친구들은 그의 삶에 대해 부러움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친구들이 보기에는 일단 펜션 사업하면서 전원생활하고, 여유롭게 사니까 부러워들 하죠. 또 젊었을 때 벌어놓은 돈을 곶감 빼먹듯이 써버리지 않고, 생활이 유지될 정도로 일을 하면서 살고 있으니까 그것도 부러운가 봐요(웃음).”
잡초가 있으면 뽑아버리고, 20년 전에 직접 심은 소나무를 자랑스럽게 바라보기도 하고, 보리수나무에서 빨갛게 익은 열매를 따면서 “아주 맛있어요. 한번 먹어보세요”라며 건네는 김형년·이상영 부부. “이제 더 이상 큰 꿈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의 삶은 어느새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은퇴 후 전원주택 겸 펜션 사업 가이드
펜션은 5백 평 규모의 대지에서 시작 하는 게 보통이다. 보통 땅값을 평당 50만원으로 잡으면, 2억5천만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보통 60평 규모의 전원주택(주인집 방 1개+손님방 5개 기준) 겸 펜션 건물을 짓게 될 경우 평당 건축비를 3백50만원으로 잡아서 계산하면 건축비는 2억1천만원이 든다. 또 조경이 1천만원 이상, 내부 인테리어 등 기타 비용까지, 최소한 총 5억원 정도가 든다. 요즘에는 펜션이 많아져서 1천 평 이상의 펜션이 많이 생기고 있고, 그럴 경우 10억원 정도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초기 비용 이외에 들어가는 비용이 있나요?
매달 인터넷 광고 비용으로 1백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재투자 비용도 무시 못한다. 보통 2~3년에 한 번씩 인테리어와 외부 시설 등을 리모델링한다. 일정 부분 재투자해야 하는 부분은 염두에 둬야 한다. 여기에 청소와 이불 빨래 등을 맡아서 해줄 도우미 비용도 추가해야 한다.
초보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펜션이라는 문화는 인터넷 사업이다. 예약과 홍보 등이 인터넷에서 이루어진다.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젊은 감각이 있어야 한다. 또 자본을 무리하게 끌어들여서 사용하면 안 된다. 부동산은 특히 바로 현금화시키기 힘들기 때문에 갑자기 목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여유 비용은 남겨 두는 게 좋다.
어떤 사람들이 노후에 전원생활을 하면 적당할까?
진짜 돈이 많아서 모든 곳에 도우미를 쓴다면 모르겠지만, 자신의 적성에 맞아야 한다. 풀벌레 소리를 좋아하고, 흙냄새 맡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 길 가다가 풀밭에서 잡초를 마지막으로 뽑을 줄 알아야 하고, 텃밭을 가꾸는 데 취미가 있어야 한다. 또 부지런하고 몸이 건강해야 한다.
전원생활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생활이 안정되고,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게 전원의 삶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나이 들어서 뭘 더 바라겠는가. 머리 복잡할 것도 없고, 취미생활 하면서 자기 생활 꾸려나가는 게 행복이다.
■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인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