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은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시장의 피로는 수익률이 씻어줬지만 아직 본전도 못 찾았다. 이 와중에 한강이 보이는 작은 오피스텔을 보러 갔는데, 1억 8천만원이나 했다. 정성기 매니저는 “오피스텔은 집이 아니니 아파트를 사세요”라고 했지만, 같은 건물에 있는 ‘괜찮은’ 아파트는 12억 정도 했다. 그리고 6월 10일 현재, 코스피 1,800선이 무너졌다. 고유가 여파다.
투자 금액을 더해봤더니 그새 1천만원 정도가 모였다. 수익률을 감안하면, 원금이 좀 안 된다. 인도는
-35%다. 투자 원금의 3분의 1이 증발했다. “인도가 좋다”는 말이 한창 나올 때 거치식으로 몇 번 더 질렀던 게 이렇게 됐다. ‘원금이 날아가버린 기분’이란 이런 거구나. 손 쓸 새도 없었다. 남미 펀드가 20%대의 수익률을 내고 있어도 위로가 안 됐다. 포트폴리오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종목은 국내 주식형 펀드다. 수익률은 2% 정도. ‘벌었다’고 하기엔 민망한 수치다. 종목을 갈아타고 싶은 마음이 들끓었다.
“바꾸실 필요는 없어요. 남미는 상품, 원자재, 곡물이 좋아서 이 정도의 수익률이 나오는 겁니다. 곡물이나 원자재가 급락할 가능성은 없어요.”
“그럼 라틴을 좀 더 살까요?”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없지만 변동성이 큰 시장이에요. 상품 선물시장 자체가 투기 세력이 많이 개입하기 때문이죠. 올해 작황을 미리 예측하고 입도선배 하는 특성이 있어요. 농산물이나 원자재 상품시장의 특성이죠.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가면 너도 나도 삽니다. 그러니까 포트폴리오 전체에서 10% 비중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게 좋아요. 기본적으로 원자재 가격은 계속 상승할 테지만, ‘올인’은 큰 실수가 될 겁니다.”
“….”
집을 보고 돌아온 게 실수다. 욕심만 커졌다. 대기업에서 짓는 쇼핑몰과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기로 예정된 곳 인근 오피스텔 가격은 1억 8천만원이었다. 지금 투자 중인 금액의 18배 정도 된다.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조급증의 시작이다.
“집? 무슨 집요? 1억 8천만원이라고요? 분양가 그대로네요, 뭘(웃음). 17평에 그 정도 가격이면 비싼 건 아니잖아요.”
언젠가 북한산에 올랐을 때, 바위에 앉아 있던 사람의 푸념이 생각났다. “서울 시내에 집이 저렇게 많은데, 왜 내 집은 없는 거야.” 산을 깎고, 터를 닦아 들어선 집들은 서울 시내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한숨을 이어 쉬던 남자는 40대 후반으로 보였다.
“적어도 5천만원 이상은 모여야 부동산 투자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소액 자산은 일단 잘 굴려야 하죠. 집만 산다고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각종 세금에 생활비를 더하면 집을 사도 버겁습니다. 지금 우성씨가 집을 사겠다는 건 투기예요. 솔로로 재산을 불리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까, 배우자를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해요. 성공의 반이죠(웃음).”
이런, 배우자를 잘 만나라는 조언까지 나왔다. 가망이 없어 보인다.
중국은 아직도 뜨거운 감자
중국 펀드의 회복세는 더디다. 국내 주식이 야금야금 오르는 동안에도 중국은 제자리걸음이다. 이 와중에 중국 쓰촨성 지진 소식이 들려왔다. 중국은 유례없이 쓰촨성의 피해 상황을 미디어에 공개했다. 20년 전의 대지진 때는 달랐다. 그 참상을 알 수 없었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었던 탓이다. 중국은 그만큼 폐쇄적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감추려야 감출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자연재해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각종 경제지표도 마찬가지죠.”
중국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극과 극으로 갈린다. 더 이상의 경제성장은 없다는 비관론과 갈 길이 멀다는 낙관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낙관론의 대표주자는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비관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부자경제학」의 저자인 ‘시골 의사’ 박경철씨다. 박현주 회장은 독보적인 선견지명으로 한국 투자시장을 이끌어왔다. 장기 투자를 바탕으로 하는 펀드 문화를 일구는 데도 일조한 면이 있다. 박경철씨는 시장에서 한걸음 벗어난 여유 있는 관조로 냉정하고 객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로 유명하다.
“‘시골 의사’와 박현주 회장, 두 사람의 전망 중 누가 맞을까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인사이트 펀드의 중국 편입 비율은 60%가 넘어요. 비판하는 사람도 많죠. 하지만 박현주 회장은 중국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어요.”
인사이트 펀드의 중국 투자 비중은 소비 관련 주 위주다. 한국이라면 롯데칠성이나 남양유업 같은 회사들을 발굴해서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주는 주가 변동성이 작으면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제지 「머니투데이」의 분석도 다르지 않다. 박경철씨의 분석은 ‘과거의 중국’이라는 말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일축한다. 중국계 기업인 내자기업은 연말 감사보고서를 외부 회계법인에서 감사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재무제표가 정확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홍콩 H주에 상장한 많은 기업들은 정확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 하나의 긍정적인 신호는 중국 자금의 풍부한 유동성이다. 해외에서 직접 투자된 외자와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달러화가 대규모로 중국에 유입된 지금, 중국의 유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는 논리다. 이에 중국의 은행 예금의 금리는 보통 예금의 경우 0.72%, 6개월 정기예금의 경우 3.78%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금리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주식과 부동산에서 일시적으로 빠져나온 돈들은 보통예금에 잠겨 갈 곳을 잃은 상태다. 중국 주식이 다시 상승 기미를 보인다면 지난해의 모습을 보이며 언제라도 다시 고점을 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가능한 배경이다.
“중국의 여유 자금은 충분한 상황입니다. 올림픽을 전후한 중국의 상황은 경제적 ‘업그레이드’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어요. 지금 갈 곳을 못 찾고 있는 중국의 국부는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올 수밖에 없어요.”
이쯤에서 다시 피로해졌다. 난무하는 예측, 상승 기미라고는 요원해 보이는 수치들. 중국 시장만 그런 건 아니다. 느닷없는 고유가 행진도 불안을 배가시킨다.
이래서야 승용차 몰고 다닐 수 있겠어요?
국제유가는 지난 6월 8일 장중 배럴당 139달러를 넘어섰다. 미 달러화 가치가 고용시장 악화로 급락하고 국제유가가 1개월 내에 배럴당 15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시장의 불안심리 고조가 매수세를 촉발시킨 데 따른 결과다.
‘유가 200달러 시대는 대공황이나 전쟁보다 가혹하다.’ 「완전한 투자자(Complete Investor)」의 편집인 스티브 립이 2년 전 펴낸 「오일의 경제학」은 이미 ‘유가 200달러 시대’를 예고한 바 있다. 스티브 립은 지난 1970년에서 1982년까지 유가가 배럴당 1.35달러에서 35달러로 무려 26배나 올랐다는 점에 착안해 향후 유가의 최고치를 배럴당 260달러로 계산했다. 정성기 매니저는 “장기적으로 원유 가격의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70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원유는 한정된 자원이니까, 쓰면 쓸수록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죠.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거대 투기 자본의 영향이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어요. 원유도 역시 상품시장이죠.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을 예측하고 투기 자본이 많이 개입된 상황입니다. 만약 경기가 급격히 둔화될 조짐이 생기면 투기 자본들은 상품시장에서 빠질 거예요. 지금은 140달러에 가깝지만 다시 70, 80달러로 내려가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별다른 경기 위축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렇게 가겠죠.”
아무리 그래도 요즘의 상승세는 무섭다. 2005년 배럴당 50달러 수준이었던 OPEC 평균 유가는 지난 16개월간 150% 이상 급등했다. 올 들어서만 70% 이상, 지난 한 달간 20% 이상 올랐다. 공급 쇼크가 없는 상황에서 가격 상승폭은 1970년대의 위기와 갈수록 비슷해지고 있다. 아파트 주차장에는 출근 시간이 지나도 승용차가 가득하다. 운송업체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송 비용도 그렇고, 원자재 값이 오르면 물가 상승은 당연한 순서입니다. 증권시장도 타격을 받겠죠.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숨 돌릴 틈도 없이 ‘단기간’에 200달러에 도달한다면 IMF 외환위기 당시와 맞먹는 폭락장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말해요.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한국은행의 긴축을 유발한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죠.”
원유 가격은 속절없이 올랐다. 시장의 흐름은 정부도 손 쓸 수 없는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원유값 상승이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운송업계는 파업에 돌입했고, 항공회사들도 노선을 축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분명히 돈을 버는 사람이 있습니다. 엄청난 오일머니가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죠.”
‘막막한 마음 감출 길 없네’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올해 내집 마련’이라는 가열 찬 목표를 달성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돈’이라는 게 사람을 이렇게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새삼스럽다.
매니저님은 행복하세요?
정성기 매니저와 연속 인터뷰를 진행한 지도 9개월째다. 지금까지 ‘정석’에 가까운 투자 원리를 끊임없이 강조했고, 출렁이는 시장에서 개미투자자는 어떤 자세를 가지는 게 옳은가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일본 삿포로에 다녀왔어요. 미래에셋 어워드에서 매니저 부문 상을 받았거든요. ‘다이아몬드’라고, ‘챔피언’ 바로 밑에. 오랜만에 부부 동반으로 좀 쉬다 왔죠(웃음).”
박현주 회장도 동행한 일정에서 정성기 매니저는 느닷없이 ‘건강의 소중함’을 말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쉴 틈 없는 일정, 술과 담배는 손도 대지 않는 절제된 생활. 억대 연봉과 업무 실적과는 별개로, “요즘은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말로 운을 뗐다.
“오늘 아침에 샤워 하면서 생각했어요. 성경에 부자 나사로 있죠? ‘내가 너를 부르면 당장 나에게 와야 하는데, 땅에 쌓은 재물이 무슨 소용인가’ 워렌 버핏도 그런 생각할 거예요. 재산이 내 건가요? 죽어서 가져가나요? 별 의미가 없어 보여요. 행복의 잣대는 마음속에 있는데, 사람은 재물이 주는 행복이 영원할 줄 알고 그것을 최상위 가치로 놓고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죠.”
“많이 야윈 것 같다”는 말엔 “요즘 채식 중”이라고 답했다. 과로로 수척해진 게 아니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관리 중이라는 뜻이다.
“아내나 저나, 지금 일에 최선을 다하고, 애들 잘 키우고 그런 게 목표죠. 그 이상의 목표는 부질없는 것 같아요. 돈도 그래요. 한순간에 만들어가겠다. 그건 위험한 발상이죠. 대박이 된다 하더라도 그 돈을 잘 지키지는 못할 거예요(웃음).”
‘내집 마련 성공기’를 꾸준히 읽은 독자라면 짐작하겠지만, ‘올해’ 내집 마련을 목표로 한 건 그만큼의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취지가 아니다. 계속해서 투자의 기본을 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모두가 전문 투기꾼이 될 필요는 없다” “적립식 장기투자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월급 이외의 투자로 조금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일단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합리적 투자는 욕심 때문에 어려워진다. 행복도, 욕심 때문에 요원해진다.
■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이주석, 이성훈, 경향신문 포토뱅크
2008년 7월호를 마지막으로 정우성기자의 내 집 마련 프로젝트는 막을 내립니다. 그 동안 읽어주신 독자여러분 감사합니다. 정우성기자는 아직도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헤매고 있지만, 독자 여러분은 정성기 매니저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투자로 모두 부자 되시길 기원합니다.